‘튀김소보로’, ‘전국 3대 빵집’, ‘대전의 자랑’으로 설명되는 곳, 성심당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은 성심당의 출발과 성장, 위기와 변화를 기록한다. 60년 전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노점 찐빵집은 직원 400여 명이 함께 일하는 지역 명소로 거듭났다. 성심당이 뚝심 있게 걸어온 그 길 위에는 흔한 경영 ‘기술’이 아닌 남다른 경영 ‘철학’이 남아있다.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를 매개로 맺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그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성심당 덕분에 대전 시내에 굶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만들어냈던 이들의 실천은 자본주의 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6년 전부터 성심당과 인연을 맺어 온 김태훈 저자는 1년여의 심층취재를 통해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완성했다. <경남도민일보> 문화부 기자를 거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했던 그는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일들을 해왔고, 지역 스토리텔링 연구소장으로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에게 성심당은 ‘지역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로컬 기업’으로써 관심과 애정, 연구의 대상이었다. 대를 이어 성심당을 운영하고 있는 임영진 대표와 부인 김미진 이사를 만나 그들이 지켜온 역사와 가치에 대해 들었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선행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성심당과 인연을 맺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0년에 블로그 모임에서 홍미애 선생님을 처음 뵀는데요. 제가 지역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고 그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대번에 성심당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무 행복해 하시는 거예요. 성심당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분도 아닌데 그곳의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해 하시는 거죠. 저에게는 성심당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보다 ‘성심당의 무엇이 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걸까’하는 인간적인 호기심이 생겼어요.
성심당을 처음 찾아가셨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어요?
그 날이 2011년 7월 18일이었어요. 가기 전에 제가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었는데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죠. 일단 분위기가 너무 따뜻한 거예요. 손님들도 많고 직원들도 굉장히 활기차게 움직이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죠. 일반 빵집들이 활기차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성심당은 그렇지 않아서 ‘분명히 실체가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읽어 보면, 성심당 사람들은 자신들의 본질을 지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의 출간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 같고요.
처음 출판사에서 (집필) 제안을 받은 건 3년 전이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성심당 측에서 책을 쓸 계획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러다가 올해 60주년이 됐고 임영진 대표께서도 환갑이 지나셨거든요. 머지않아서 3대 경영으로 넘어가야 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제가 보기에 (출간의) 첫 번째 목적은 ‘성심당의 본질적인 스토리와 지향점을 활자로 정리를 해야겠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또 다른 목적도 있을까요?
성심당이 2대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비전을 다시 수립하잖아요.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비전을 가지게 된 건데, 어떻게 보면 업그레이드 시킨 거거든요. 실제로 경제학자인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는 ‘모두를 위한 경제’라는 개념으로 자본주의의 대안 경제를 정비하고 있거든요. 성심당은 그걸 현실 공간에서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으로써 모델이 되는 거고요. 단순히 성심당이 잘 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성심당 같은 기업이 많이 생기는 게 중요한 거죠.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성심당과 같은 개념의 회사들이 많이 생기면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겠어요? 그런 점에서 성심당이 가지고 있는 두 번째 목적은 ‘우리가 쌓은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알려서, 같은 뜻을 가진 기업인들이 용기를 갖게 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임길순 창업주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그게 성심당을 있게 한 빅 스토리라고 볼 수 있죠. 성심당의 정체성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임길순 창업주는 한국전쟁 당시에 함경도에서 온 피난민이에요. 이 분이 성심당을 세우신 과정을 보면, 아직까지 성심당이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심당 분들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스토리이기도 하고요. 임길순 창업주가 어떤 상황을 거쳐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1.4 후퇴를 굉장히 평면적으로 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든 걸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피난길은 다 막혀서 기약도 없고, 기온은 영하 30도씩 내려가 있는데, 그런 걸 견뎌내는 순간들이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임길순 창업주는 ‘평생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다’는 맹세를 한 거예요.
여전히 성심당에는 그때의 다짐과 실천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런 자기 본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녀분의 입장에서는 엄청 고생했다고 하는데요(웃음). 중요한 학습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선행을 하는 게 아니라 선행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라는 선후관계를 아주 명확하게 정립해 주신 거죠. 그런 삶을 통해서 임길순 창업주는 가족들과 직원들에게 ‘뭣이 중헌지’ 메시지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시에 임길순 창업주는 하루에 찐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 정도는 이웃과 나눴다고 하셨어요. 지금도 성심당은 월 4,000만원 상당의 빵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 있죠?
월 3,000~4,000만 원 정도 됩니다. 아침이 되면 복지시설에서 각 지점별로 빵을 가지러 와요. 요일마다 오는 팀이 다 다른데, 그 비용을 다 합하면 한 달에 3,000~4,000만 원 사이에요.
성심당은 나눔을 통해 성장했다
임영진 대표의 말을 빌리면, 임길순 창업주의 나눔은 ‘무조건적인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임영진 대표와 김미진 이사가 실천하는 나눔은 이론적 토대 위에 있는 것 같아요. ‘포콜라레 운동’, ‘모두를 위한 경제(EoC, economy of communion)’라고 불리는 것이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 시스템은 아담 스미스 이후의 경제인데, 그 안에서 인간은 합리성밖에 없는 모습이에요. ‘경제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이익을 취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그렇게 시장이 돌아가게 된다는 거잖아요. 개별 사람들의 인간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개념적인 인간이 있는 것이고, 그 인간이 합리성을 쫓아서 행동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경제를 바라본 거죠. 그런데 그 이전의 경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EoC 이론가들의 주장이에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관계라는 거죠.
아담 스미스의 이론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EoC 이론과 비교해 보면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아담 스미스 이후의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내가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한 거잖아요. 그 구조 속에서는 결국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착취할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오는 행복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되는 거죠. EoC에서 이야기하는 건 사람은 그렇게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그렇잖아요. 경제적인 규모로 보면 세계에서 탑 클래스이지만 행복도는 중하위권으로 내려가죠. 그게 지금 경제의 모순이라는 거죠. ‘모두를 위한 경제’라는 건 관계를 회복시키는 경제예요. 사람이 관계 속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하잖아요. 외로울 때 불행하고요. 그런 경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죠.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성심당의 사훈과도 맞닿아 있네요.
그 개념인 거죠. 직원도 행복해야 되고 손님과 거래처도 만족해야 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런 관계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는 거예요. 그 관계가 깊어질수록 사람이 행복해지는 거죠. 그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이 ‘모두를 위한 경제’예요.
다른 기업들이 성심당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분배 없이 성장도 없다’라는 교훈이 아닐까 싶어요.
루이지노 교수가 한국에 오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여러분의 나라에서 여러분의 조상들도 그렇게 살았다는 거예요. 두레와 계, 그것이 본래 인류가 경제 활동을 했던 기본적인 컨셉이라는 거죠. 서로가 관계 속에서 같이 생산을 하고 재화를 만들어갔던 거예요. 어떻게 보면 ‘모두를 위한 경제’는 우리가 본래 알고 있었던, 본래 조상들이 갖고 있던 공통의 경제 시스템을 현대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거죠.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그대로 다 내면 바보 취급을 받잖아요. 그런데 임영진 대표는 “세금이야말로 사업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공적인 나눔”이라고 말해요.
사실 원칙적으로 그게 맞잖아요. 세금을 가지고 복지를 하고 공공 인프라를 만드는 거죠. 그런데 그걸 맞다고 믿고 따르는 게 쉽지 않은 거죠. 그런 부분이 임영진 대표님이 가지는 굉장한 강점 같아요. 한 번 맞다고 생각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가세요. 흔들리지 않아요. 그게 사실 지도자로서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거든요. 왜냐하면 직원들이 예측을 할 수 있어요. 우리 사장님은 어떤 스타일이다,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걸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줄을 설 필요도 없는 거고 계산할 필요도 없는 거예요. 책사 같은 사람이 필요 없는 거죠. 그게 굉장히 큰 강점 같아요.
“수익을 많이 남겨 후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사업 과정에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시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하다가 언제 성장하느냐, 그러다가 다 같이 힘들어지면 누가 도와줄 거냐’라고요.
성심당이 하는 말은 ‘우리는 그렇게 해서 성장했다’는 거죠. 저한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있는데요. 성심당에서 IMF가 끝나고 컨설팅을 받았는데, 직원들을 줄이고 제품의 가짓수도 줄이라고 했대요. 그때는 성심당이 어려웠을 때니까 그렇게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 ‘사람들을 자르느니 매출을 늘리자’라고 생각한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성심당에도 위기가 찾아왔었죠. IMF도 있었고, 성심당이 자리한 대전의 원도심이 쇠락하기도 했어요. 빵의 트렌드도 바뀌었고,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많이 생겨났죠. 이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임영진 대표님과 김미진 이사님이 말씀하시기로는 ‘우리까지 떠나면 어떻게 되나’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그때는 대전 사람들이 다 신도시로 빠져나갔다고 하는데, 이사님도 ‘신도시에 가서 빵집을 하면 정말 열심히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그런데 꿈쩍도 안 하신 거죠. 원도심이 성심당을 시작한 곳이고, 그때는 프랜차이즈를 반대하셨었기 때문에 신도시로 가려면 원도심을 완전히 떠나야 했는데, 그럴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신 거죠. 어쨌든 원도심이 역사가 있는 곳이니까 ‘다 떠나갈 때 우리까지 떠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책임감도 있으셨던 것 같아요.
결정타가 된 사건은 2005년에 있었던 큰 화재였어요. 당시 직원들이 힘을 모아서 6일 만에 다시 빵을 굽게 됐다고 하는데, 성심당이 힘든 시기를 이겨낸 데에는 직원들의 역할도 컸던 것 같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하면 지금도 눈물을 글썽거리세요. 임영진 대표님과 김미진 이사님이 EoC 개념을 받아들인 게 1999년, 2000년 즈음인데요. 그때 김미진 이사님이 모야모야 병 때문에 수술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쉬게 되셨어요. 그러면서 ‘내가 왜 빵집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셨죠. 그러다가 EoC 개념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시면서 100만원, 즉 한 사람의 인건비를 따로 떼어내서 기금으로 내놓는 걸 실천하기 시작하셨어요. 그때 성심당은 은행 빚이 50억 정도 됐었고 이자만 연 3억 정도를 내야 될 때였거든요. 그런데 두 분은 그런 실천을 시작하셨던 거예요.
화재가 발생하기 5~6년 전이었네요.
제가 해석하기로는, 불이 났을 때 직원들이 보여줬던 반응은, 그 5년 동안의 열매라고 봅니다. 그 시간 동안 대표님과 이사님이 회사를 운영해온 모습들을 봐왔기 때문에 ‘이 회사가 무너지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회사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회사가 직원을 믿어주니 직원도 회사를 믿더라
대전의 많은 청년들이 성심당을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손꼽는다고 들었어요. 책을 읽어 봐도 성심당 곳곳에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스며있는 것 같아요.
저도 회사가 직원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한가족 캠프’라고 성심당이 딱 하루 문을 닫는 날이 있는데, 직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날이거든요. 제가 올해 ‘한가족 캠프’에 같이 가게 돼서 보니까, 사장님이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불꽃놀이를 준비하셨더라고요. 웬만한 지자체에서 하는 규모로요. 진짜 직원들을 위한 축제라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대전역 지점에는 근무하는 직원이 100명인데, 역 안에 입점해 있다 보니까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없어요. 그래서 직원들을 위해서 가건물을 지어가지고 식당과 편의시설을 마련해줬죠. 그리고 아임베이커(I’m baker), 아임셰프(I’m chef)라는 행사가 있잖아요.
매년 주최하는 사내 대회죠?
그렇죠. 셰프들의 꿈은 자기 가게를 여는 거거든요. 그래서 성심당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잘 배워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예요. 우리나라 회사에는 직원들이 크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조금 있는데, 성심당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그래서 경진대회도 해주고, 전문가를 초대해서 워크샵도 열고, 해외 연수도 보내주고, 그런 프로그램을 굉장히 많이 진행해요. 성심당을 나가더라도 최고가 돼서 나가라는 거죠.
SNS를 통해서 올해 성심당의 시무식 소식을 알려주셨잖아요. 굉장히 큰 화제가 됐었어요. 그 가운데 직원들의 선서 내용이 있는데, ‘우리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된다’라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참 인상적이었어요.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고, 또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한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사람에게는 성스러운 마음과 속스러운 마음이 있다고 이야기하잖아요. 한 비교종교학자의 말을 인용하면, 속되다는 게 일상이에요. 먹고 사는 거예요. 직업이라는 게 속된 거잖아요. 일상이고 매일 반복해야 되죠. 성스러운 건 속되지 않은 건데,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이런 거예요. ‘내가 굶으면 굶었지 그 짓은 못해, 내가 쫓겨나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비겁하게는 안 살 거야’, 이런 마음이 성스러운 마음이에요. 내가 일하는 곳에서 그런 부분을 채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겠죠.
많은 기업들이 성심당의 사례를 보면서 배우고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저자님이 보시기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 같으세요?
일단 경영자가 직원들을 좀 믿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적대적인 분위기가 너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너무 풀어주면 기어오르겠지, 이렇게 해주면 이용해 먹으려고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통제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면 당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저 사람이 나를 안 믿는구나, 그러면 나도 내 몫을 챙겨야지’ 이렇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거기에서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생산력도 떨어지게 되고, 인간성도 피폐해져 가는 것 같아요. 물론 서로가 같이 믿어야 되겠지만 힘없는 사람이 믿어서 무슨 의미가 있어요. 힘이 있는 사람이 먼저 믿어야죠. 그런 점에서 성심당이 중요한 메시지를 보여준다고 봐요. ‘회사가 직원을 믿어줬더니 직원도 회사를 믿잖아’라고 말하는 거죠. 임영진 대표님은 모든 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하시잖아요.
경영 상태도 전부 공개하시더라고요.
수익이 얼마 났는지도 직원들이 다 알아요. 내가 이번에 성과급으로 얼마를 받는지도 다 알고요. 그렇게 투명하게 해도 괜찮다는 거예요. 이 정보를 이용해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투명하게 공유하니까 회사에 불이 났을 때도 ‘우리 회사’라고 해서 같이 힘을 합치잖아요.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교는 학생을 믿어주고, 어른은 아이를 믿어주고, 기업은 노동자들을 믿어주고요. 그렇지 않아서 우리가 아파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성심당은 ‘한가족’을 강조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쓰인다는 이야기를 해요. 기업 간에 직원에 대한 기본 인식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신뢰도의 차이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성심당에서 이야기하는 ‘한가족’은 폐쇄적인 울타리가 아니거든요. 저는 그 점을 참 높게 평가해요. 손님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원을 무시하는 기업들도 있잖아요. 성심당은 그러지 않고 ‘모든 이’에 집중했어요. 그렇게 ‘모든 이’를 발견한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봐요. ‘한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폐쇄적인 것이 아닌, 굉장히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울타리가 됐거든요.
기업이 이롭게 해야 할 ‘모든 이’라면 ‘모든 손님’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일 수 있는데요. 성심당은 ‘나와 같이 일하고 나와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으로 정의한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EoC의 핵심입니다. 경제적인 이해로 얽혀있는 관계들을 두텁게 만들고 신뢰를 만듦으로써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거죠.
‘성심당다움’은 자부심이다
성심당과 대전은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죠. 대전 사람들은 성심당이 대전의 자랑, 대전의 영혼이라고 말해요. 성심당 역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기를 거부하고 대전을 지켜왔고요. 저자님께서는 지금까지 지역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져오셨는데, 이런 현상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한 지역에 오래 있어야 관계가 형성되는 거죠. 그 관계가 튼튼해졌을 때 화폐로 전환할 수 없는 당양한 가치들을 만들어 내는 거고요. 그래서 성심당이 로컬에서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것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제가 고향이 창원인데, 창원 옆의 마산에 100년 넘은 기업이 있어요. 몽고간장이라고, 갑질의 화신이었잖아요. 자신들이 100년 넘도록 장수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한 도리가 아닌 거죠. 그런 기업이 있다는 게 창피하잖아요.
현재 ‘또다른세상협동조합’을 설립해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역시 지역 사회 활동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조금 더 글로벌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하자면 여행인문학을 하는 거예요. 여행이라는 게 나를 잘 알기 위해서 떠나는 거잖아요. 체 게바라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한 것처럼요. 여행은 다른 지역 다른 나라를 보면서 우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라고 생각해요. 저는 흔히 아는 관광이 아니라 무언가 주제를 가지고 들여다보는 여행을 만들려고 해요. 가장 최근에는 스포츠 평론하시는 한신대의 정윤수 교수님과 같이 영국에 가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보고 왔어요. 단순히 축구를 보는 게 아니라, 축구라는 키워드로 영국이라는 사회를 이해하려고 갔던 거죠. 영국이라는 사회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주제를 잡았던 거예요.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에 ‘성심당다움에 대하여’라는 꼭지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님께서 생각하실 때 ‘성심당다움’은 어떤 건가요?
간단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운데요. 나눔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좁고요. 저는 자부심을 참 많이 느꼈어요. 성심당다움이라는 건 자부심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원들도 대전 시민들도 성심당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경영주 분들도 많은 역경을 거치고 이 정도까지 왔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요. 온전히 자신만의 것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부심이 있잖아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엉뚱한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성심당에서 제일 맛있게 드신 빵은 뭔가요(웃음)?
저는 토요빵을 좋아해요. 선물용으로는 판타롱부추빵하고 튀김소보로가 유명하고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큼직큼직한 빵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무거나 집어서 드셔도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오징어 먹물로 만든 빵이 있는데 그것도 참 맛있고요. (성심당) 위층에 바로 키친테라스가 있어요. 돈까스를 파는 곳인데, 빵을 잔뜩 사서 2층 올라가서 먹으면 됩니다. 키친테라스에서 제가 추천하는 메뉴는 열두겹 돈까스예요. 아주 맛있습니다.
독자들이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 책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고 생각해요. 진짜배기는 현장에 가서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이 성심당을 활자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거라면, 현장에 가면 성심당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게 냄새인데요. 그 공간과 빵이 주는 향기가 있어요. 현장에서 직원들과 손님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도 있죠. 그리고 (매장) 인테리어가 다 마루로 되어 있는데, 그런 인테리어가 주는 느낌도 있죠. 그런 걸 같이 느껴보시면 책을 읽고 이해하신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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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김태훈 저 | 남해의봄날
전국 3대 빵집, 빵 성지순례의 넘버원 코스 성심당은 단순히 유명 빵집이 아니다. 대전의 최부자집으로 불리며 성심당 덕분에 대전 시내에 굶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오랜 시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빵을 나누어 왔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iuiu22
201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