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 관점의 실용 인문서 탄생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시대적 흐름의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 할 경제학 키워드를 주제로 세계사의 흐름을 정리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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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발자취를 알아갈수록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옅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움직인 경제 원리와 경제적 토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오형규 저자. 경제학적 관점은 문제를 직시하고 대안을 찾는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경제로 읽는 교양세계사』는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 문학, 시사, 인물을 아우른 이 책은 인문학적 지식뿐 아니라 경제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선사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28년차 경제 전문 기자답게 재미없는 개념이나 연도 대신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풀어냈다.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 문학, 시사, 인물을 아우르다


세계사를 경제원리라는 프리즘에서 볼 때 역사, 문학, 시사, 인물 등 우리가 다르게 돌아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역사’하면 학창시절 달달 외우던 왕조의 연대기나 제국의 흥망사를 떠올립니다. 흔히 왕이 바뀌면 시대가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시대를 움직이는 동력은 정치이념이나 도덕이 아니었어요. 생산수단, 생활수준의 발전이 일과 생활 방식은 물론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모두 바꿔 놓았어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역사의 변곡점에는 반드시 어떤 경제적 문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지요. 이를 테면, 마르크스는 경제적 토대가 정치, 법, 제도, 도덕 등의 상부구조를 결정하고, 이는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어요. 한 시대의 사상, 철학, 문화, 예술작품 등의 변화가 경제적 기반을 근거로 하고 있다면, ‘역사의 이면에 경제적 토대가 어떻게 바뀌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지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알아야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가늠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경제원리라는 프리즘으로 역사를 다시 훑어보고, 미래의 나침반으로 삼아보고자 집필하게 됐습니다.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시대적 흐름의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 할 경제학 키워드를 주제로 세계사의 흐름을 정리했어요. 예를 들어, 시대를 변모시킨 경제적 배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조금은 색다르게 역사를 돌아볼 수 있지요. 또한 경제학 상식이나 이론은 물론 역사 상식, 그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 문화적 이슈들을 고루 담아 인문학 지식을 풍부하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각 장마다 <이코노믹 키워드>와 <함께 보는 문학>, <함께 읽는 시사>를 담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주제들을 소개해 역사와 경제, 인문학을 함께 아우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는 기존 역사서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이지요. 

 

책에 실린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그리스는 찬란한 고대 문명을 간직하고 있지만 지금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겪는 유럽의 문제아로 꼽힙니다. 최근 벌어진 그리스 사태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원인 중 하나로 복지 포퓰리즘이 꼽히는데, 북유럽에서는 복지정책이 성공하고, 그리스에서는 실패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복지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이뤄질 수 있어요. 국가적으로 충분한 생산성을 가진 나라여야만 복지가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요. 1인당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복지가 안정적인데, 그리스는 그 단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유럽의 복지제도를 따라 하다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왔어요. 주위의 선진국을 보면 시민의식 또한 남다른데, 그리스는 상대적으로 시민의식도 결여되어 있어 탈세, 무임승차 등이 무척 심해요. 국민들이 책임은 회피하면서 충분한 복지 정책을 바라니 어떻게 될까요. 국가 재정은 바닥날 수밖에 없고, 지금과 같은 그리스 사태가 일어날수밖에 없지요.

 

영국 시민들의 브렉시트(EU 탈퇴를 가리킴)의 찬성으로 경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또한 경제적 충격도 큰 상황인데요. 브렉시트가 끼칠 영향과 그들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브렉시트를 좀 더 깊이 이해하려면 인류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를 살펴봐야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대영제국을 경영했던 영국은 유럽 대륙과는 거리를 뒀어요. 1534년 헨리 8세가 국교회를 만들어 로마 가톨릭에서 벗어난 '원조 브렉시트'의 선례도 있지요. 또,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이후 한 세기 만에 산업혁명을 이룬 자부심이 강한 나라에요. 그렇다 보니 EU가 비대하고 관료화되면서 바나나의 휜 정도 등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규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커졌습니다. 여기에다 이민자가 늘면서 영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리스 부도 위기, 유럽 재정 위기 등 한 회원국의 문제가 유로화 및 EU 전체를 뒤흔드는 구조에 반감이 컸어요. 이러한 이유 등으로 브렉시트를 선택했지만,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영국 재무부에서도 향후 15년간 GDP가 3.8~7.5%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어요. 하지만, 예상보다는 경제적 타격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요. 영국이 스스로 브렉시트를 선택한 이상,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으로 치닫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중산층 이하의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그들의 표가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향했다고 분석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세계 경제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트럼프의 당선은 세계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어요. 그런데 왜 트럼프가 당선되었을까요. 이 또한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1789년 4월, 조지워싱턴은 미합중국초대 대통령에 취임됩니다. 혈연에 따른 세습이 아닌, 임기가 정해져 있는 세계 최초의 국가 원수가 된 사건이었지요.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인도의 바이샬리에서 민주적 공화정이 실시된 적이 있지만, 규모가 작은 도시국가에 한한 것이었고, 이 취임식이야말로 대통령 중심제로 대표되는 현대 정치의 진정한 출발이었어요. 즉, 미국은 공식적으로 귀족이 존재하지 않는, 평민의 나라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19세기 말, 20세기에 거대자본들이 형성되면서 부자들이 생겨났고, 정치적, 경제적 의미의 귀족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이러한 부유한 가문에서 대통령이 계속 배출돼요.  이는 국민들에게 반감을 불러 온 가장 큰 요인입니다. 즉, 미국은 평민의 나라라는 점, 불법이민자들의 문제, 노동자들의 일자리 문제 등 50년 동안 미국 사회에 쌓여있던 감정들이 트럼프를 통해 투영됐다고 볼 수 있어요. 트럼프는 이를 잘 캐치했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상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며,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트럼프는 미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보호무역을 내세웠지만, 이는 쉽게 이뤄질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한미 재협상을 통해 미국이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수 있겠지만, 관세를 높이면 물가가 상승되어 미국 서민들이 살기 어려워져요. 세계 경제는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서로 사슬처럼 엮여 있어요. 보호무역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하기 보다, 미국이 석유수출국이 되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는 달러 강세화를 일으키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가 활성화되면 금리가 상승되는데, 이는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시기를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트럼프 재임 중에는 금리가 옛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돼요. 무턱대고 금리를 상승하는 것은 결국 미국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에 아마도 균형점을 지키는 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 경제사에서 일본의 부상과 침몰은 가장 극적이었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일본이 한참 성장할 때, 5개국 중앙은행 총재가 모여 플라자 합의(달러화 가치를 낮춰 미국의 수출을 초진하자는 취지)를 도출하여 일본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인데요. 일본 경제가 이토록 오랫동안 불황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또한 우리나라가 이러한 경제 불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 신세에서 한국전쟁의 병참기지로 벌떡 일어선 일본은 1960~70년대 전자와 부품, 소재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습니다. 특유의 장인정신까지 가미된 일본 제품은 세계인을 매료시켰지요. 미국 도로에는 일본 자동차가 넘쳐나고, 넘치는 달러로 록펠러 센터, 컬럼비아영화사 같은 미국의 상징적인 부동산과 기업들을 대거 사들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독주에 제동을 건 사건 '플라자 합의'가 일어나죠. 미국의 경기가 침체되자 세계의 불황을 막고자 달러화 가치를 낮춰 미국의 수출을 촉진한다는 취지였어요. 이는 달러화 약세로 돌변했고, 일본 엔화 환율이 46%나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비싸진 엔화를 들고 일본인들은 자국과 해외로 더 많은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였지만, 일본의 경제는 거품이 부풀대로 부푼 상태여서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 후반 2%대까지 떨어집니다.

 

설상가상 일본은행은 거품을 막겠다며 갑작스럽게 금리를 인상하며 통화 긴축에 나서지만, 이는 주가와 집값의 폭락세를 불러오고,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인해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지요. 이를 ‘잃어버린 20년’이라 칭하며, 2013년 아베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해 이대로라면 '잃어버린 3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제도를 상당 부분 따라가고 있어 일본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우리도 겪고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점은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시행착오를 조금 더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제로 이어지죠. 히틀러나 스탈린 체제가 패망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죠. 억압되고, 통제되는 세상은 결국 오래 존재할 수 없습니다.

 

역사도 당장은 비극이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희극이었어요. 어느 시기에서도 최악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인류는 더디지만 다시 일어나 새로운 발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오늘날의 고난과 위기는 미래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입니다. 미래가 불안한 것은 전망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앞일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역사에 질문하십시오. 과거에 큰 혁신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역사를 통해 대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오형규 저 | 글담
『경제로 읽는 교양세계사』는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 문학, 시사, 인물을 아우른 이 책은 인문학적 지식뿐 아니라 경제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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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