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태도가 내일의 내 인생이 된다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의 유인경 저자가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로 돌아왔다. 정글 같은 회사에서 30년을 버틴 내공으로 ‘오늘은 서툴러도 내일은 당당하게 일하고 싶은 모든 딸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업무와 관계를 성패를 가르는 한 끗 차이가 작은 태도에서 판가름 난다는 이야기다. “오늘 나의 태도가 내일의 내 인생이 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특히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좋은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그 어떤 탁월한 스펙이나 자격증보다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1982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지난 2016년 정년 퇴임한 유인경 저자는 경향신문의 부국장 겸 선임기자, 시사주간지와 여성지의 편집장을 거치며 누구보다 많은 이들을 만나왔다. 그 결과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라 해도 눈물겹게 노력을 한다고 해도 결국 세상과 사람들이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그들의 ‘태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 안에는 그녀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좋거나 나쁜 태도의 예들, 태도의 변화를 이끄는 방법들이 담겨있다.
태도란 한 개인이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규정짓는 삶의 방향이기도 하다. 친절하고 따뜻한 태도, 자신의 잘못을 금방 알고 사과하는 태도,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 등은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내가 좋은 인간이 되려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좋은 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 13쪽)
지난 18일 저녁, 출간 기념 강연회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 저자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의 핵심 내용이기도 한 그녀의 메시지는 ‘5S’로 요약된다. Sorry, Simple, Surprise, Sweet, Smile의 다섯 단어는 ‘사과를 두려워하지 마라’, ‘단순해야 버틴다’, ‘감탄을 잘하는 사람이 좋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당신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미안하다고 재빨리 사과하고(sorry), 이왕이면 단순하게 생각하고(simple), 수시로 감탄사를 연발하고(surprise), 부드러운 말과 따뜻한 태도를 보이고(sweet), 유머 있고 명랑하게 지내라(sweet)는 거예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화도 내지 말고 반항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렇게 살 이유가 없죠. 분노하고 화내야 할 때도 있잖아요. 다만, 그럴 때 조금 더 좋은 태도를 갖춘다면 메시지가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보다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 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관점을 조금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직장생활, 지속 가능한 에너지만큼 하면 돼요
‘미안해요, 잘못 했어요’ 한 마디면 깔끔하게 마무리될 텐데,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해 일이 점점 커지는 순간이 있다. 잘못했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유인경 저자는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면 자신이 가해자나 죄인이 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절대 루저가 되는 게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내 그릇이 커지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오히려 재빨리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에게 애정과 신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건을 다 겪게 되죠.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단순하게 생각하자는 거예요. 생각이 많은 것과 생각이 깊은 것은 다르거든요. 생각을 많이만 하는 건 별로 도움 될 게 없어요. 스트레스는 남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받는 거예요. 제일 중요한 건 여러분의 평화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쓸 수 있느냐 하는 거죠. 복잡하고 깊게 생각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잖아요. 그냥 심플하게 ‘남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나는 내 갈 길을 갈 거야’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 때는 성공한 사람들이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둔감력도 굉장히 필요해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이 일이 잘 될지, 너무 많이 신경 쓰면 버티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어떤 일이든 심플하게 생각하셔야 돼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시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만큼만 잘하시면 돼요.”
상대의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주거나 작은 일에도 감사를 표현하는 행동은 관계를 매끄럽게 만든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주저하게 될 때가 있다. 이에 대해 유인경 저자는 “상대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고, 우리 스스로 인생을 화려하고 풍성하고 밝게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직장에서 만나는 이들을 향해 따뜻한 말을 건네고 부드러운 태도로 다독여주는 일 역시 필요하다. “따뜻한 말을 해주면 10배, 100배가 돼서 나에게 돌아온다”고 말하는 저자는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조언을 곁들인다. ‘칭찬 시점과 방법’도 그 중 하나다.
칭찬도 타이밍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어떤 일을 잘 수행했을 때 즉시 그 자리에서 칭찬해야 하고, 칭찬받을 것이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한 사람임을 강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칭찬은 독이 되기 쉽다. 가령 부하나 자녀의 행동과 감정을 인정하고 그가 팀이나 가족의 동등한 일원이라는 것, 그 사람의 자리, 영역, 존재감을 존중해줘야 한다. 때론 자녀나 부하를 칭찬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잘못된 칭찬을 할 수 있다. “네가 웬일이냐, 이런 일을 다 하고” “네가 한 일 중엔 제법 잘했네” “오늘은 좀 사람같이 옷을 입었네, 전에 입던 옷들은 다 버려라” 등등은 절대 칭찬이 아니라 오히려 분노를 자아낸다. 상대를 존중해주지 않는 칭찬은 칭찬이 아니다.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 209쪽)
유인경 저자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명랑함과 유머감각을 잃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인생이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웃기게 보느냐 슬프게 보느냐의 차이이다”라면서 “직장생활에 대단한 비극도 없고 굉장한 희극도 없다. 즐겁고 기쁜 부분을 찾는 것도 훈련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 또한 인생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사표, 눈물과 좌절로 던지지 마라
강연이 끝난 뒤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유인경 저자는 직장 선배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들려줬다.
Q.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업무에 욕심을 내면서도 너무 매몰되고 싶지는 않을 때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성격이에요(좌중 웃음).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상사들이 볼 때는 밉겠지만, 저는 스스로에게 참 고맙게 생각해요.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면,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뿐인 것 같아요. 몰입은 하겠지만 어떻게 죽기 살기로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서 일한다고 하면서 번아웃이 되어버려요. 저는 일하는 시간 외에는 딴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은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머릿속을 다 일로 채우잖아요. 그런 걸 좀 잊으시고 딴 생각을 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나만의 것, 회사도 뺏어가지 못하는 것, 전쟁이 나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 그런 것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각만 해도 짜릿짜릿해지는 게 있잖아요. 저는 늘 저만의 재미 거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발전적인 것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요. 그게 있었기 때문에 숨 쉴 여유가 늘 있었던 것 같아요.
Q. 태도라는 것도 결국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건데요. 자신만의 시간과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태도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주변에 친구들과 사람들이 많으면 그게 곧 재산이라고 하죠. 성격과 사교성이 좋다고 하고요. 저는 많은 모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부럽지는 않아요. 친구가 많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보니까 가장 절실한 게 마음 맞는 친구들이더라고요. 혼자 있는 게 편한 이유는 상처받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친구를 만나서 상처를 받을 때도 있으니까요. 제 경우는 친구가 저를 다 이해해줘야 된다거나 제 말을 다 들어줘야 된다는 기대감도 없고요. 저를 응원해주고 의지가 되어주는 친구들을 자주 만나요. 그리고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배울 때가 많다고 생각해요. 친구를 만나는 게 배움이고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의미 없이 돈 쓰고 시간 쓴다고 생각하면 만나러 가지 않겠죠. 결국 나를 외롭거나 외롭지 않게 만드는 건 내 태도인 것 같아요.
Q.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 사과하는 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자신이 실수한 것 같지 않은데도 지적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사과할 수 있을까요?
A. 잘못을 뼈저리게 느껴서 사과를 한다기보다는, 관계가 좀 어색하게 됐을 때 ‘잘못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데요. 그것도 훈련이에요. 그리고 사과도 상대의 기분에 맞춰가면서 해야 되는 거죠. 상대는 기분 나빠서 어쩔 줄 모르는데 장난 식으로 가볍게 사과해서는 안 되죠. ‘(문제가) 뭔지는 모르지만 기분 나빴으면 사과할게요’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도 절대 안 되는 거고요. 미안하다는 말은 재빨리, 구체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기업이나 연예인의 경우를 봐도 사과를 잘해서 쿨하고 멋지게 일을 매듭지을 때가 많잖아요.
Q. 회사 내의 남녀차별이 심한 편입니다. 신문사도 비슷한 상황일 것 같은데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의 신문사는 차별이 거의 없어요. 제가 처음 신문사에 들어갈 때는 당연히 있었죠. 여기자도 별로 없었고, 청첩장이 곧 사표이던 시절도 있었어요. 여자라서 피해를 당한다거나, 아이 엄마니까 무시당하는 거라고 불평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남녀차별을 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고, 그건 서서히 이야기를 해주셔야 해요. 노골적으로 ‘우리 회사는 왜 이런 거예요?’라고 해서는 되지 않고요. 의연함이 필요해요. 좀 당당해질 필요가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확실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회사에 왜 다니는지,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는지, 더 나은 조건의 회사가 있을지, 그런 곳에 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들을 따져봐야죠. 만족하고 자족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에요. 억압받고 억울한데도 회사를 다니실 필요는 하나도 없어요. 다만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준비를 하셔야 된다는 거죠. 사표는 멋진 일이 보일 때 던지는 거지, 눈물과 좌절로 던져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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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