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포르투갈 리스본 여행하기
포르투갈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원고는, 그의 살아 생전 빛을 본 경우가 거의 없다. 거의 한세기 전에 쓰여진 가이드북 『페소아의 리스본』도 마찬가지이다.
글ㆍ사진 박숙경 (도서MD)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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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이 갖춰야 하는 미덕 중 하나는 정확한 정보다. 대를 이어 운영한다는 그 맛집은 언제가 휴무인가, 미술관으로 가는 버스 노선은 바뀌지 않았나, 등등. 그래서 해마다 판을 갈며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렇다면 80년쯤 전에 죽은 작가가 90년쯤 전에 쓴 가이드북은 무슨 효용이 있을까?

 

포르투갈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원고는, 그의 살아 생전 빛을 본 경우가 거의 없다. 거의 한세기 전에 쓰여진 가이드북 『페소아의 리스본』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방에서 발견된 궤짝 안의 원고 중 하나인 이 저작은, 짐작하건대 1925년에 쓴 것으로 추정한다. 제대로 된 지도 한 장도 없고, 이미지라고는 저자가 살았던 당시의 흑백 사진만 몇 장뿐이다. 그럼에도 이 안내서에는 저자가 이방인에게 어떻게 하면 리스본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지 고심한 흔적이 담겨 있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이곳을 열렬히 사랑했는가를 그 시작부터 알게 된다.

 

물길로 오는 여행자라면 아주 멀리서도, 햇살에 금빛으로 물드는 푸른 하늘 위로 떠오르는 또렷한 꿈속의 한 장면 같은 이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돔과 기념비와 고성들이 주택들 위로, 이 아름답고 축복받은 도시의 전령처럼 아스라히 늘어서 있다. (29쪽)

 

페소아는 여행자가 항구에 도착해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마치 그림 그리듯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A to Z 식의 정리나 체계는 없지만 그 어떤 가이드북의 여행 코스보다 유용하면서 동시에 낭만적이다.

 

(유럽이라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옮긴이와 감수자에 의하면, 놀랍게도 현재의 리스본은 페소아가 살던 시절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말인즉슨, 이 가이드북을 들고 당장 리스본을 여행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일 테다. 한때 신대륙을 누비며 본토의 몇 배나 되는 식민지를 건설하고 금과 향신료를 실어 날랐지만, 유럽인에게조차 스페인의 한 지방으로 여겨지기 일쑤였고, 현대에는 재정위기로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나라. 그 번영과 쇠락의 역사를 응축한 곳이기에 리스본은 백 년 전의 작가를 안내자 삼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유영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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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경 (도서MD)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