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세부터 엄마와 함께한 배낭여행, 그 끝은…
봉사라는 것이 시작은 내가 먼저 손길을 뻗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대방과 나 모두에게 행복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대방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가서서 자신의 행복을 나눌 수 있습니다. (2018. 01. 08.)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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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사진_중빈이와 누라.JPG

 

 

오중빈 저자는 만 세 살 무렵 엄마와 함께 터키로 떠난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미얀마, 라오스, 시리아, 우간다 등 제3세계 현지인들의 삶 속에 스며드는 ‘사람 여행’을 하며 어른 못지않은 단단한 여행 내공을 쌓았다. 이 여행의 기본 원칙은 ‘되도록 많은 현지인을 만나는 것’. 이것은 가장 저렴한 여행 방식과도 일치했기에, 두 모자(母子)는 가장 저렴한 숙소에 묵고, 가장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먹고,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을 타며 여정을 이어갔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마을이나 작은 도시를 배회하며, 함께 어울릴 현지 친구들을 찾아 열나게 뛰어놀고, 다시 다음 마을로 이동하는 이들의 여행은 시리아의 한 마을에 이르러 커다란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다. 그곳에서 만난 한 현지인 남자가 자신에게 오직 한 장 뿐인 아주 소중한 사진(외아들의 돌 사진)을 이 모자에게 선물로 건네려 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말과 함께. “당신은 내 친구니까요. 나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친구에게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저자 오중빈은 열세 살이 되던 해, 우연한 계기로 인도네시아 우붓의 고아원 ‘페르마타 하티’를 만나게 되면서 ‘나눔’이란 가치가 ‘지속성’을 가졌을 때에 얼마나 기적적인 성장이 일어날 수 있는지 경험했다. 지금까지 제3세계 30여 개국을 여행했으며, 그 덕분에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안다. 졸업 후에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어린이 교육 정책을 만들고 싶다.

 

이번에 출간한 『열일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의 책날개를 보면 여행 이력이 엔간한 어른 못지않습니다. 게다가 여행한 나라들도 미얀마, 라오스, 시리아, 우간다 등 우리가 여행을 가고자 쉽게 마음먹기 어려운 나라들이에요. 본문에 들어간 사진 중에서 앞부분에 실렸던 축구공과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사진은 중빈 군이 경험한 여행이 어떠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았어요. 그렇게 축구공과 바이올린을 들고 떠났던 여정 가운데에서 (좋은 의미로든, 그렇지 않은 의미로든) 인상적이었던 곳은 어디였나요?

 

제가 여행한 곳이 다 제3세계였던 만큼 숙소나 교통수단이 열악했어요. 가는 곳마다 악기와 축구공을 들고 다니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둘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꼭 들고 다녔는데요. 예를 들면, 즉각적으로 새 친구를 만드는 데 특히 좋았어요. 축구공은 굴리기만 하면 동네 아이들이 다 몰려와서 일차적인 친구 관계를 형성하기에 좋았고, 바이올린은 제3세계에서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제가 길거리나 숙소 앞에서 연주회를 열면 동네 아이들이 호기심을 지니고 다가왔습니다. 음악은 언어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언제나 쉬운 소통의 도구가 되었어요. 일곱 살부터는, 아예 고아원이나 학교를 방문해서 연주를 하곤 했어요.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셨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는, 제가 안데스의 한 학교에 도착했을 때, 루이스라는 음악 선생님이 제게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주라고 하셔서 일주일 간 꼬마 교사 노릇을 한 것입니다. 가르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심정이 팍 와 닿았습니다.

 

 

성탄공연연습을 하는 페르마타 하티 아이들과 중빈.JPG


 

첫 책이었던 『그라시아스, 행복한 사람들』은 열 살 무렵 엄마(오소희 여행작가)와 함께했던 약 석 달 동안의 남미 여행을 그림일기로 남긴 것을 엮은 일종의 그림일기 책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이번 책을 통해 중빈 군이 더 이상 꼬마 여행자 JB가 아니라 자신만의 주체성을 가진 소년으로서 부쩍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페르마타 하티’라는 공간과의 만남이 그 성장의 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고요. 신간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한 ‘페르마타 하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페르마타 하티는 인도네시아 우붓의 고아원입니다. 일곱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방과 후에 시간을 보내는 곳이에요. 이곳의 원장님은 ‘아유’라는 분이신데,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엄마와 같은 존재이십니다. 제가 바이올린을 들고 페르마타 하티에 맨 처음 도착했을 때, 저를 선뜻 안으로 들여 수업을 열게 해주셨고, 그다음에도 또 와서 음악을 가르쳐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셨어요. 창의성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분이라서, 제가 방학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면 그걸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서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교육적 혜택이 가게 하시려고 애쓰셨어요. 이 분과 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고아원 아이들은 동네 아이들보다 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체험들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원장님을 닮아서, 페르마타 하티의 아이들도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에요. 누구라도 페르마타 하티에는 처음엔 걸어 들어가고 그다음부터는 뛰어 들어가게 됩니다.

 

 

일곱살_탄자니아 몬테소리 센터에서.jpg

 

 

책의 부제가 ‘모두가 행복했던 나눔의 여행, 그 17년의 기록과 기적’이에요. 이 책 속에 나오는 페르마타 하티 아이들의 이야기는 ‘기적 같다’는 수식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감동적이고 놀라워요. 음계도 전혀 모르던 아이들이 밴드 경연대회에 나가 1등 우승을 하고, 고아원 인근의 호텔들로부터 공연 러브콜을 받는 상황들은 가슴을 참 벅차게 만들었어요. 그곳에서 지식 나눔을 하면서 겪은 일들 중 중빈 군을 가장 가슴 뛰게 만든 일은 무엇이었나요?


아마 이 에피소드가 저와 엄마가 매년 페르마타 하티에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 같은데요. 제가 핸드벨과 리코더 같은 악기들을 준비해서 고아원에 두 번째 방문했을 때였어요. 첫 연습을 마치고 다음 날 약속 시간인 오전 열시에 고아원에 갔더니, 고아원에 벌써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어요. 원장님이 문밖으로 뛰어나오시더니 저에게 흥분하여 말씀하셨어요. “아이들이 여덟시부터 나와서 연습하고 있어. 어제도 저녁 늦게까지 자기들끼리 연습했어!” 배움에 목말랐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배운 것을 연습하는 장면이, 제겐 너무 놀라고 감동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제가 떠난 뒤에도 아이들은 매일 모여서 악기를 연습했고 밴드도 결성해서 음악적인 발전을 계속 이루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제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니, 그다음 방학에 저는 또 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식이었어요.


중빈 군이 지난 17년간 줄곧 이어온 ‘나눔의 여행’이 특별했던 건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나누어가짐으로써 상대편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단 사실인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봉사로 진화했다는 게 놀라워요. 중빈 군이 기획한 ‘발런트래블링’이라는 봉사 프로그램 이야기인데요. 발런트래블링이 무엇인지 자세한 소개 부탁드려요.

 

발런트래블링은 제 경험에서 나온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2013년 맨 처음 페르마타 하티를 방문했을 때, 저는 아이들에게 도레미를 가르쳐주었어요. 아이들이 엄청 열심히 배웠고 그래서 다시, 그리고 또 다시 방문하여 음악을 더 가르쳐주게 되었어요. 덕분에 아이들은 발리의 관광객들에게 공연을 하면서 수익을 내서 이것을 다시 음악 교육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되었어요. 아이들의 급격한 성장을 보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지식 나눔이 있으면 똑같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착안하게 되었어요. 발리는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관광지였기 때문에, 발리를 여행하는 한국인들 중에 봉사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저를 통해 고아원에서 봉사하실 수 있도록 연결해드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발런트래블링입니다.

 

 

축구공과 바이올린을 들고_여덟살 우간다에서.jpg


 

책 속에는 중빈 군의 경험담 뿐만 아니라 발런트래블링에 참여했던 분들의 후기가 중간 중간 들어가 있어요. 열일곱 소년이 기획하고 추진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그리고 많은 참여자 분들 모두와 중빈 군이 직접 일대일로 소통하면서 각각의 봉사자 분들에게 걸맞은 봉사방법을 안내해주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발런트래블링에 참여한 수많은 봉사자 분들의 봉사 내용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한 가지만 꼽아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모두 다 감동적인 리뷰를 남겨주셨지만, 그중에서도 청소년 독자들에게 가장 와 닿을 리뷰는 중학교 1학년 단이가 쓴 후기였습니다. 저 역시 그 나이 때에 페르마타 하티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처음 만났는데, 단이도 중국어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을 처음 만났어요. 그리고 저와 똑같은 과정을 거치게 돼요. 즉, 수업 중에 게임도 하며 웃기도 하고, 열심히 하나라도 더 전달하고 배우려는 와중에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그러고 나면 수업이 없어도 매일 오게 되고, 점점 페르마타 하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아이들과 함께 동네 잔치에도 같이 가게 되고…… 그런 식으로 단이는 페르마타 하티의 가족이 되는 과정을 제가 그랬던 것과 똑같이 경험하고 돌아갔습니다. 단이는 엄청 울며 아이들과 이별했고, 다시 온다는 약속을 남겼어요. 페르마타 하티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도 단이와 다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페르마타 하티에서의 첫 수업.JPG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봉사라는 것이 시작은 내가 먼저 손길을 뻗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대방과 나 모두에게 행복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대방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가서서 자신의 행복을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봉사라고 하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내가 ‘돕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문장들을 보면 중빈 군이 페르마타 하티를 자신이 일반적으로 도움을 주는 공간이 아닌, 제2의 집이자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게 깊이 느껴져요. 그곳의 아이들과 가족처럼 교류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나란한 관계라고 해야 할까요. 중빈 군이 생각하는 ‘봉사’의 의미, ‘나눔’의 의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일고여덟 살 정도로 어렸을 때는 봉사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바이올린을 통해서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이었어요. 축구공과 똑같이요. 그때는 불평등의 개념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그런 악기가 없다는 것도 잘 몰랐어요. 열 살 무렵에는 아이들이 접하지 못하는 악기와 음악을 소개해준다는 사실이 신났어요. 아이들에게 음계를 가르쳐주고 직접 연주하도록 도와줬지요. 그다음에 사춘기 때 만난 아이들이 페르마타 하티 아이들인데, 여섯 살부터 배운 음악적인 지식이 좀 쌓였을 때였기 때문에, 이 친구들한테는 하나씩 차근차근 제가 배운 것을 전달할 수 있었어요. 사실 매번 방학 때마다 새로운 공연 준비를 해갔고, 이것은 제 입장에서는 도전이자 실험이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이걸 너무나 쑥쑥 따라와준 덕분에 저도 계속 더 도전할 용기가 생겼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함께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회를 준 것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청소년에게 봉사와 나눔이란,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함께 우정을 나누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마지막으로 발런트래블링의 기획자이자 운영자로서 앞으로 발런트래블링을 어떤 식으로 더 발전시켜나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봉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시지만 현실적인 여건들이나 이유들로 주저하게 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런 분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페르마티 하티는 이제 공연 수익 등으로 자립이 가능하고 스스로 지속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발런트래블링을 통해 발리의 다른 고아원들의 자립을 돕고 싶습니다. 한국인 여행자들의 많은 도움을 기다립니다.

 

봉사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제가 처음 봉사를 하게 된 방식을 추천드려요. 즉, 여행 중 하루 이틀 정도만 나눔을 위해 할애하는 겁니다. 외국의 리조트 같은 곳을 여행하시면 하루는 밖으로 나와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보고 학교나 고아원을 방문하셔서 종이접기 같은 간단한 활동을 온 가족이 함께 해보는 겁니다. 국내 여행 중에도 시골 경로당 같은 곳에서 가족 음악회를 연다면 어르신들께서 반드시 환영해주실 겁니다. 가족 중 누군가 특별한 재능이 있으셔서 그것을 기부하신다면 더욱 좋겠죠. 이런 식으로 시작된 작은 나눔들이 나중에는 저처럼 아예 봉사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도록 이끌어줍니다. 또 그렇게 떠난 여행이 또 어떤 큰 기적을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바로 그 기적처럼요.

 


 

 

열일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오중빈 저 | 북하우스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적 분위기에 피로와 고립감을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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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