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후회는 시작된다. '마지막 잔은 마시지 말았어야 했는데...' 체감하는 숙취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출근 길엔 어김없이 자체 금주령을 선언하지만,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그런 결심 따윈 사라지고 한 잔의 술을 간절하게 기다리게 된다. 내일 눈을 뜨자마자 또 후회할 줄 알면서도 지금 당장의 맛있는 술 한 잔을 외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술꾼에게도 변명할 거리는 있으니,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니라 맛있어서 마신다는 거다.
세상 모든 술꾼들이여, 즐거워하자. 1년 52주동안 매주 다른 종류의 술을 마셔온 한 남자의 음주기가 출간되었다.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탐험하게 된 술의 세계를 맛깔나게 풀어가는데, 한 때 열심히 공부했던 위스키와 바이주에 얽힌 이야기를 읽을 때는 반갑고, 위스키를 마신 후 피클 통에 담긴 짭짤한 물을 마시는 '피클백'처럼 처음 보는 조합을 알게 될 때는 꽁꽁 숨겨져 있던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다. 아직도 마셔 보지 못한 술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힘이 솟는다. 후회는 내일의 몫이고, 오늘은 아직 마시지 않은 술을 발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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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의 대모험제프 시올레티 저/정인성 감수/정영은 역 | 더숲
좋은 술을 만드는 전문가들 사이를 누비며 전 세계 곳곳의 훌륭한 술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여행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고 매력적인 글 속에 녹여낸다.
최지혜
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