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만큼 적당히 느슨하게 살아가면 그만
환절기, 철이 바뀌는 시기. 그 환절기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인지, 여름에서 가을인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때인지는 모르나 중년이 그 사이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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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MBC 라디오 <여성시대> 최장수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는 박금선이 50대를 주제로 한 에세이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를 출간했다. 그동안 <여성시대>를 통해 숱하게 또래 청취자들과 소통해온 작가는 ‘인생의 절반을 대견하게 견뎌온 50대에 의한, 50대를 위한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이 책을 완성했다.

 

라디오 <여성시대> 작가로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 시간들이 작가님에게 크고 작은 영향들을 주었을 것 같은데요.

 

저는 하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었지만 평범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생각과 경험의 폭이 넓지 않았어요. <여성시대> 청취자들이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세상이 넓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제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의 인생을 궁금해 하고, 상대의 좋은 점을 먼저 보려고 노력하게 된 것이 여성시대 가족들의 편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늘 감사합니다.

 

‘편안하게 나이 드는 즐거움을 마주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나이 든다는 것은 아쉽고 불안한 일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또 즐겁게 나이듦을 마주할 수 있을까요?

 

늘 편안하고 즐겁기는 어려울 겁니다. 어떤 때는 비교적 잘 되다가도 어떤 때는 잘 안됩니다. 사실 안 될 때가 더 많죠. 허무하고 속상하고, 가끔은 눈물이 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시소 타는 상상을 종종 해요. 나이 드는 게 좋고, 편안하게 느껴질 때는 시소가 올라갈 때처럼 그냥 ‘아, 좋다!’하며 마음 깊이 누리고, 잘 안 될 때는 ‘허무한 게 당연해. 후회와 성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하며 자신을 토닥이는 거죠. 어린 시절에 부르던 ‘시소’라는 노래도 있잖아요. ‘올라가면 푸른 하늘, 내려오면 꽃동산, 재미나는 시소...’ 올라가면 좋고, 내려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위로하는 시간이 나이듦의 시간 아닐까요?

 

공자는 나이 50을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나이’라는 뜻으로 ‘지천명’이라고 불렀어요. 50대가 되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도, 조금은 내려놓게 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공자님은 공자님이라 그러셨을 것 같고, 전 여전히 헤매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금 덜 헤매면 좋고, 헤맨다고 해도 덜 괴로워하는 게 50대 이후의 목표에요. 50대가 되었다고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일 겁니다. 저도 스무 살이 되면, 서른 살이 되면 세상이 달라질 것 같았죠. 마흔 살이 되면 평화를 얻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나는 아주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다만, 아주 조금씩 달라진 그것이 성장이었기를 바라고, 성장의 과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 가지, 나이가 들며 인정하게 된 것은 사람들의 여러 모습입니다. 착하기만 한 것 같은 사람도 형편에 따라 다른 얼굴이 될 수 있고, 각박해 보이는 사람도 사정이 나아지면 넉넉해지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또, 좋다고 흥분했던 일이 나중에는 꼭 좋은 일만은 아닌 경우도 많아서 새옹지마의 지혜도 생각하게 되고요. 인생은 여전히 알기 어렵고 그래서 새옹지마의 교훈이 더 분명해지네요!

 

중년을 위한 에세이임에도 2, 30대가 ‘위로를 받았다.’, ‘공감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넓은 연령대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2, 30대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안쓰러이 바라본다.’는 말을 나누고 싶어요. 20대, 30대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아요. 지금의 내가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더 현명하게 처신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기도 해요.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뿌듯하게 바라볼까? 아니면 안쓰러이 바라볼까?’ 둘 다 의미는 있겠지만 안쓰럽게 바라보는 횟수를 줄이고 싶은 게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인생의 두 번째 처음’, ‘환절기’, ‘인생의 정오’ 등 중년을 나타내는 많은 표현들이 책에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환절기’라는 표현이 참 와 닿았어요.

 

경우에 따라 마음에 닿는 표현은 다를 수 있어요. 우리에게는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카드가 있거든요.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데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 ‘인생의 두 번째 처음’ 카드를 꺼내면 좋겠지요?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위축될 때는 ‘환절기’ 카드를 꺼내서 ‘나는 지금 겨울에서 봄으로 가고 있어.’ 생각하면 되죠. 가끔은 ‘인생의 정오’ 카드를 꺼내서 ‘머리 위의 태양은 뜨겁지만 오후로 가는 전환점이니 힘내자!’ 해도 좋아요. 다행인 것은, 우리에게는 많은 카드가 있고 여러 번 반복해서 써도 괜찮다는 것이지요.

 

‘중년남성’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하면 어떨까요?

 

여성시대 라디오에서 목요일마다 남성들을 위한 ‘남성시대’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남성들 편지에서 외로움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책에서도 인용한 사진작가의 말을 같이 나누고 싶어요.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에요. 이 말을 되뇌며 ‘나의 외로움 역시 내가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구나.’라는 반성을 했거든요. 일에 묻혀 사느라 돌아볼 틈이 없었던 것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우리 앞에 세상에 조금 더 다가서는 노력을 하자고 인생을 같이 살아가는 동료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작가님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저는 ‘꼭 가져야겠다.’거나 ‘꼭 해야겠다.’ 하는 건 별로 없는 편이에요. 욕심이나 열망이 적어서는 아니고,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체득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버킷리스트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조금 머쓱해져요. 여행을 하고 싶지만 꼭 하지 않아도 괜찮고,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지만 카페에 가서 읽고 쓰는 것으로도 부족하지는 않거든요. 돈이 더 있다면 노후 걱정은 덜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이냥저냥 견딜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 양희은 선생님께서 버킷리스트가 뭐냐고 물으신 적이 있는데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요.’ 하고 말씀드렸어요. 음... 국내 한 지역에서 1년씩 세 군데에 살아보기, 레지던스를 빌려서 친구들 얼굴을 그려 벽에 걸어놓고 1박 2일 놀기, 서울 둘레길 8군데 돌고 스탬프 찍기, 내가 살던 동네와 학교를 오래오래 천천히 둘러보기, 20대에 종주한 지리산에 다시 가서 밤하늘, 쏟아지는 별 보기. 이 정도일까요?


대신 제 선배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선배님은 은혼식 여행을 위해 10년을 두고, 매달 10만원씩 저금을 했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이번에 일본에 다녀오셨는데 아주 좋았다며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국내 여행을 하기로 하셨대요. 여러 해 기다려 여행가는 모습, 여행을 통해 사이 좋은 부부임을 확인하고 행복해하는 모습, 소소한 여행으로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 모두 좋아 보였습니다.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박금선 저 | 꼼지락
책 곳곳에 있는 ‘나이듦의 즐거움’을 통해 한결 편안한 자세로,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이 50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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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