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걸』 호프 자런 지음/ 김희정 옮김/ 신혜우 그림ㅣ알마
시대의 딸들에게 권하는 책 - 알마 출판사 대표 안지미
알마 출판사의 가장 중요한 작가인 올리버 색스가 타계한 후, 그의 부재가너무 아쉬워 그 자리를 채워줄 만한 작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자이면서도 문학적 글쓰기가 가능한 사람,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작가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랩걸』 의 리뷰를 읽었고, “신경학에 대해 올리버 색스가 쓴 에세이와 고생물학에 관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저서를 연상시키는 책.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라는 말에 바로 감이 왔습니다.
번역은 편집자의 추천도 있었고 가장 떠오르기도 했던 김희정 선생님이 맡아주셔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초판 2,000 부의 북디자인은 디자인 콘셉트 구상 단계부터 염두에 두었는데, 세밀 화가이면서도 식물분류학자인 신혜우 작가님의 세밀화를 포스터로 제작해 자켓으로 씌웠습니다. 리커버 특별판과 관련해서는 동양화 작업을 하는 김민주 작가님의 작품 「작품 사유의 숲」을 보면서 언젠가 『랩걸』 리커버 버전을 만들 기회가 온다면 이 작품으로 작업해야겠다고 혼자 중얼거린 적이 있습니다.
헌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알쓸신잡> 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딸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 소개해주셨고 이후 판매량이 급등하면서 주요 서점으로부터 리커버 특별판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어느 한 곳에서만 진행하기는 어려워 서점마다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리커버 에디션 3종을 제작해서 론칭하게 되었는데, 각 서점의 주요 독자층 성향을 분석해서 디자인을 했습니다.
사실 『랩걸』 은 기획 당시만 하더라도 과학책은 아무리 많이 팔려도 6,000 부를 넘기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출간 첫해 10개월간 1만 부를 웃도는 판매를 기록해 조심스레 스테디셀러는 될 수 있겠다는 짐작을 했고, <알쓸신잡> 이슈와 함께 판매량이 수직 상승해 2018년에 만 약 7만 부가 판매되었네요. 이 같은 성공 요인은 개인적으로 호프 자런의 꾸밈없는 진솔함과 문학적 아름다움이 깃든 서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장도 아름다워 오랜 벗처럼 곁에 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하답니다.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