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일 “수학도 스토리가 있어야 해요”
교육은 아이들을 힘들게도 하고, 당황스럽게도 하고,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도 해야 해요. 그러면 아이들은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겠죠. 그런 동기부여를 지금 교과서는 안 하고 있어요. “1 더하기 1은 2야. 알았지?” 이러잖아요.
글ㆍ사진 신연선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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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까지 약 30년 동안 한성과학고, 용산고, 세종과학고 등 학교 현장에서 수학 교사로 학생들을 직접 만나온 최수일 박사는 “아이들이 왜 수학을 싫어할까, 왜 수학을 포기할까”를 늘 고민해왔다. 퇴직 후에도 공교육의 문제와 수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교수법을 꾸준히 연구한 그는 현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로 변함없이 교육 혁신을 꿈꾸고 있다.


“수학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수학에도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최수일 박사. 그는 지나치게 깨끗한 지금의 교과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학생들이 당황하고, 곤란에 처하는, 그리하여 스스로 곤란에서 빠져 나오는 교과서를 만들었다. 『개념연결 만화 수학교과서』 는 일상 속에서 수학을 발견하고, 질문과 대화를 통해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도록 한 ‘만화책’이다.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깜짝 놀라며,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곧 흥미와 깨달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이 모든 과정이 곧 수학인 것이다.


초등학교 수학에 등장하는 수학 개념이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초등수학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최수일 박사는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에 등장하는 ‘원주율’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성인은 1%도 안 될 거라고 지적한다. “파이(π)가 3.14라고 말은 하지만 그게 왜 3.14인지는 모르는”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역시 이미 늦은 걸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최수일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정답은 줘버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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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교과서, 너무 깨끗하다


‘만화’라는 컨셉은 수학 공부에 흥미를 일으키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나요?

 

흥미라기보다 저는 이게 교육 방향이라고 봐요. 교과서는 이래야 한다는 건데요. 만화는 형식일 뿐이죠. 여기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바보짓(웃음)을 많이 해요. 그게 교육이거든요. 아이들은 엉뚱한 짓을 자꾸 하고, 어른들이 생각을 고쳐주면서 교육이 되는 건데요. 지금 학교 교육은 엉뚱한 짓이 없어요. 필요한 것만 집어넣으려고 하고요. 그렇지만 들어가지 않죠. 교육이란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과정이거든요. 아이들이 아무런 실수를 하지 않고 교과서대로만 공부하잖아요. 그러니까 필요를 못 느끼고요. 곤란을 겪고, ‘아, 이럴 때 수학을 해야 하는구나’를 깨달아야 해요. 그게 제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교과서관이고요. 지금의 교과서는 너무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깨끗하다고요?


교육은 아이들을 힘들게도 하고, 당황스럽게도 하고,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도 해야 해요. 그러면 아이들은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겠죠. 그런 동기부여를 지금 교과서는 안 하고 있어요. “1 더하기 1은 2야. 알았지?” 이러잖아요. 아이들은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걸 알고 싶지 않은데 말이에요. 몰라서 헤매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 책은 아이들이 헤매는 과정을 담았어요. 당황스러움 같은 감정을 유발하도록 했고요. 그 아이들이 제 설명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했어요. 감정이입은 교육에서 대단히 필요하니까요. 감정이입이 되어야 아이들의 생각이 확장돼요. 그 과정을 담지 못한 교과서의 약점을 보완한 책을 만들고자 했어요. 단순히 흥미와 재미를 위해 만든 건 아니에요.

 

저 역시 깨끗한 수학 교과서에 완전히 흥미를 잃은 학생이었어요.(웃음) 그런데 이것은 이야기로 읽을 수 있으니까 우선 재미있더라고요.


수학도 스토리가 있어야 해요. 아이들을 괴롭히는 스토리텔링이 아니고요.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일어나는 그런 스토리가 있어야죠. 이 책에 있는 스토리는 저 멀리 있는 이야기를 지어낸 게 아니고요.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었거든요. 거기에서 곤란을 유발하면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이 깨닫게 돼요. 그런 식의 교육이 저는 필요하다고 봐요.

 

곤란함에서부터 학습이 시작된다고 보시는 거군요?


필요하죠. 어려움에 처하면 도움을 요청하잖아요. 공부하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어요. 가르쳐달라고 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러려면 내적인 동기가 필요해요. 외적으로 “공부해라”, “공부 안 하면 안 된다”는 동기유발은 통하지 않잖아요. 잔소리니까요. 그럴 필요 없이 그런 상황에 처하도록 하면 되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고 도움을 요청해요. 저는 그게 공부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박사님께서는 수학에도 토론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하고 계시죠.


기성 수학은 토론이 필요 없어요. 결과가 나와 있으니까요. 수학은 문화유산이고, 이런 것들이 있고, 네가 크면 이런 게 필요해, 라면서 어른들이 예쁘게 만들어 수학책을 만들었잖아요. 선생님들은 책을 그대로 가르치고요. 하지만 거기에는 아이들 생각은 없죠. 자기 의견을 말할 틈도 없어요. “이건 사각형이야”가 아니라 “사각형이 뭐니?”라고 물으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잖아요. 혹은 ‘사각형’이라는 말보다 ‘네모’라는 말을 쓰면 아이들이 더 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고요. 이렇듯 질문이나 말을 사용할 때 결과가 나와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면 정해진 게 없으니까 토론이 되죠. 따라서 저는 수학적 개념과 정의라는 것을 가급적 나중으로 늦추면 그 앞에서 아이들이 할 얘기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공간이 지금 우리 교과서에는 없어요. 문제를 풀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에요. 여기에 사람이 빠져있어요.

 

 

생활에 쓰이는 수학


책 앞부분에 수록된 박사님 글에서 ‘수학적 민감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교과서 바깥, 일상 속에 수학이 많이 있거든요. 저는 지금 이 공간에서도 도형을 봐요. 사각형 책상이 여덟 개 있잖아요. 2 곱하기 4,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이 민감성이에요. 이걸 보고 아무런 수학적 사고가 없으면 민감하지 않은 거겠죠. 만약 일상생활에서 이런 것이 되면 교과서에서 2 곱하기 4를 보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구구단을 그냥 외우잖아요. 하지만 생활에서 쓰인단 말이죠. 그걸 알면 구구단을 그냥 외우는 게 아니구나, 깨달을 수 있어요. 수학이 필요하다, 쓸모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요. 그것을 수학적 민감성이라고 말한 거예요. 그 민감성을 갖게 되면 수학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어요. 교과서에서 별 의미 없이 배운 수학에 의미가 부여되니까요.

 

수학이 생활과 만나는 고리만 찾아도 더 큰 흥미가 생길 수 있겠죠.


아이들을 보면서 왜 수학을 싫어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 수학을 포기할까, 하고요. 보니까 이런 생각이 없으니까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교과서나 문제집 바깥에서 수학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어른이 돼도 마찬가지죠. 수학은 도처에 있고,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이거든요. 게다가 수학에 민감하게 자라면 말이나 토론에 있어서도 논리가 정확하게 돼요.

 

수학 개념이나 정의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정의가 내려졌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예전엔 저도 외우라고 가르쳤었어요. 우리나라 교육 환경이 그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잖아요. 저도 그 중 한 명이었는데요. 고등학생만 돼도 입시라는 환경에서 문제를 풀어내야 하잖아요. 계속 그 속에 갇혀 살았다면 몰랐겠죠. 조금 떨어져서 보니 보이더라고요. 여러 시민들을 만나면서 더불어 어린 학생들을 만나게 됐어요. 초등학교 수학에 관심을 가지니까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수학을 포기하거나 싫어하게 되거나 억지로 하는 게 다 초등학교 수학에서 비롯된다는 걸 발견하게 됐죠. 훈련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어디 있겠어요? 운동 훈련은 건강이라도 하지, 수학 훈련은 건강도 안 해요.(웃음)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풀면 결국 부족한 부분에서 걸리고 맙니다.”(4쪽)라고도 하셨죠.


또 개념만 이해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요. 개념과 개념을 연결해야 해요. 물론 지금은 개념도 이해 안 하지만 말이에요. 수학 개념은 고3까지 배우는 12년의 개념이 다 연결이 되어 있거든요. 그걸 느끼지 못하면 힘들어요. 개념 하나 하나만 이해하는 게 아니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해야 해요. 그걸 ‘개념연결’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전에 배운 개념과 지금 배우는 개념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해야 하죠. 수학은 다 인과관계거든요. A라는 어떤 수학이 있으면 거기서 B가 나오는 거예요. B가 그냥 나오지 않아요. 그 다음 또 C가 나오고요. 그런데 A와 B를 이해하고, 연결하지 않고 C를 그냥 외우니까 어렵죠. A와 B가 얽힌 C 문제는 못 푸는 거예요. 개념을 연결하면 공부가 굉장히 깊어질 수 있어요.

 

단계가 있군요. 먼저 개념을 이해하고, 그 다음 개념과 개념을 연결해서 이해해야 하는.


역사도 그렇잖아요. 어떤 사건 하나만 이해하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어떤 제도를 이해할 때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고리가 있을 거잖아요. 고려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조선시대의 상황으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제도를 이해해야지 그 제도만 알아선 안 돼요. 수학도 똑같아요. 개념이 다 연결되어 있어요. 그런데 수학 교과서는 그걸 가르치지 않아요. 우리나라 수학의 약점이죠. 각각을 가르치는 데에는 강한데 연결고리를 잘 만들지 못했어요. 그게 저의 고민이에요. 그래서 개념을 연결하는 책을 계속 만들고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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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수학 개념만 제대로 이해하면


앞서 “수학적 개념과 정의라는 것을 가급적 나중으로 늦추면”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언제까지 늦춰도 될까요?


발달심리학과 관계된 이야기라 말하기 어렵긴 한데요. 아이들은 자기들이 배우는 수준에서 통합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논리가 있잖아요. 가령 이등변 삼각형의 양쪽 각이 같아요. 꼭지각이 50도라고 하면 나머지 각은 몇 도일까, 물어보면 답을 하거든요. 전체가 180도니까 50도를 빼고, 양쪽 각이 같으니까 130도를 2로 나눈다, 이렇게요. 아주 논리 정연한 설명이죠. 초등학교 3학년이면 말할 수 있어요. 저는 공식을 외우기보다 이유를 설명하는 능력을 키워주자고 말하는 거예요. 설득이 없으니까 흥미를 잃잖아요. 모든 수학에는 논리가 있고요. 그걸 아이들이 하도록 하자고 말하는 거예요. 나이는 크게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공감대는 없고, 선행학습을 많이 하는 게 현실이죠.


요즘은 공식 암기가 유치원 때부터 시작이 돼요. 유치원에서도 방과 후 교육을 하거든요. 거기서 원래 누리과정이 아닌 걸 하죠. 이때 수학은 초등학교 수학이에요. 덧셈, 뺄셈을 유치원 때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시기부터 기호에 노출되면 ‘말’이라는 것이 없어지죠. ‘책이 두 권 있었는데 세 권을 주면 몇 권일까’와 ‘2 3은?’은 엄청난 언어의 차이가 있잖아요. 일찍부터 기호와 공식을 공부하면 나중에 개념을 가르치려고 해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져요. 다 안다고 생각하고 딴 짓 하기가 쉽죠. 그러니까 두 번의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때 배워서 한 번 놓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는 거부해서 두 번 놓치고요. 선행이 그래서 심각해요. 그런데 제가 개념을 이해하라고 하니 머리가 아프죠. 공식만 외우면 문제가 풀리는데 개념을 이해하려면 복잡하잖아요.

 

두 번 놓친다는 말씀이 아프게 들리네요.


그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사실 시험 볼 때는 문제가 없어요. 시험은 개념적으로 묻지 않잖아요. 시험은 답을 내는 거니까요. 그걸 개념으로 다시 생각하려니까 부담돼요. 그래서 그냥 영원히 외우겠다는 학생도 많아요. 하지만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저는 우리나라 성인들이 수학이 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는데요. 개념적으로 이해가 되면 그걸 다 씁니다. 삶에서 여러 가지로 쓰이거든요. 지금은 공식밖에 아는 게 없으니까 쓸 수가 없죠. 수학 문제를 풀 때만 쓰는 거예요.(웃음) 

 

그렇다면 이미 문제 풀이, 공식 암기 위주의 수학 교육을 시작해버린 입장에 있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수포자’의 길에 이미 들어선 학생들이 개념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신다면?


방법은 따로 없어요. 하지만 사실 중학교 정도 됐을 때면 초등학교 6년 배운 수학을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데 몇 달이면 된다고 봐요. 이해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1년도 안 걸려요. 할 수 있어요. 다만 그렇게 하려는 생각이 있어야죠.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어려운데요. 충분히 할 수 있고요. 그렇다고 초등학교 1학년 책부터 다시 봐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중학교 책에도 다 초등수학이 나오거든요. 그때 나오는 개념만 제대로 이해하면 되죠. 가령 ‘약수’를 초등학교 5학년 때 하는데요. 중학교 처음 들어가면 약수가 또 나오거든요. 그때 초등학교 5학년 약수 개념만 제대로 이해하고 다시 중학교 수학을 하면 돼요. 중학생이 되어서라도 그때 그때 등장하는 초등학교 수학 개념만 제대로 이해하면 문제가 안 생길 거예요. 또 이렇게 개념을 잘 쌓으면 수학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결국은 점수도 올라가요. 특히 고등학교 수학은 이게 중요하죠. 수능 같은 건 외워서 안 되거든요.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교육 방식이라는 거군요.


개념이 없이는 고등학교 수학은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수학교육을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지금은 어른이 슈퍼에 다녀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면 그냥 다녀오는 상황이라고요. 슈퍼에 다녀오라고 하면 당연히 뭘 사와야 하는지 물어야 하잖아요. 이유를 물어야 하는데 묻지 않아요. 수학을 그렇게 배웠어요. 원주율이 파이(π)다, 왜 파이인지 묻지 않아요. 따지는 사람이 필요한데 말이에요. 따지면 이미 외워지거든요. 안 따지니까 외워야 하는 거예요. 오래 가지도 않아요.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도 이런 방법을 쓰지 않잖아요.


초등수학 교과서는 질문이 좀 있긴 한데요. 중학교만 가도 질문은 하나도 없어요. 완전히 성경책이죠.(웃음) 읽고, 받아들여야 해요. 그게 거북해야 하고요. ‘아니, 이게 왜 이렇게 돼?’가 많아야 수학적으로 살아나요. 교과서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이가 그렇게 공부하는 법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요. 그래서 의식 있는 선생님들은 교과서를 버리고 새로 학습지를 만들죠. 질문을 던지고요. 혁신학교라는 곳이 그런 게 익숙한 곳인데요. 거기도 시민들한테 배척 받는 시대니까요.

 

 

정답은 다 줘버리자


지금의 학교 교육방식에 대한 문제의식도 많으시겠어요.


제대로 개념과 이유를 가르치려고 하면 학력이 떨어진다고 하잖아요. 그 학력이란 점수거든요. 하지만 수학을 달달 외우는 기계로 만들어달라는 말이 어디 있어요? 이건 우리 아이를 바보 만들어달라는 말이랑 다르지 않아요. 물론 성적으로 대학을 가니까 그렇죠. 성적만으로 대학 가는 것을 바꿔야 하는데요. 수학이 가장 심각해요. 과거 빨리 암기를 시켜서 기능인을 길러내야 했던 교육이 지금까지도 이어진 거거든요. 그런 수학에서 벗어나야죠. 창의성을 이야기하고,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수학은 과거의 수학이 아니에요. 진짜 머리를 써야 하는데 교과서는 안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책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요. 선생님의 교육 방법도 바뀌어야 하죠. 그나마 혁신학교가 희망인데 그것마저 다 없애버리면 우리나라 교육은 진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요.

 

학교 현장에서 토론이나 동기부여가 안 되고 있다고 하면,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몇 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수학 강의지만 학생들에게 토론을 하도록 했어요. 저는 한 마디도 안 하고요. 진짜 토론만으로 수업을 했는데 학생들이 굉장히 만족하더라고요. 선생님이 말을 안 하고 수업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교수법이 어렵죠. 하지만 하면 해요. 집에서도 가능하겠죠. 밥 먹을 때도 자꾸 묻는 거예요. 부모가 설교하지 않고요. “어떻게 생각하니?”, “왜 그러니?”가 돼야죠. 사실 아이들은 설명해주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걸 귀찮아하는 순간부터 아이가 부모와 말을 안 해요. 컨설팅을 가보면 초등학교 2학년부터 질문을 안 한다는 선생님도 있더라고요. 깜짝 놀랐는데요. 가르치려고 하면 질문을 안 하는 거예요. 아이들의 생각을 물으면 질문을 하죠.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질문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상하는 거예요.

 

수학을 예로 들어주신다면요?


“3 곱하기 4가 얼마야?”라고 질문을 하면 다른 생각이 없죠. 그냥 답은 12죠. 그렇게 하면 토론이 안 돼요. 거꾸로 “무엇을 계산하면 12가 나올까?” 해보세요. 많죠. 쉽게 말해서 이런 건데요. 수학도 결과를 물어보면 안 되고요. 과정을 자꾸 물어야 해요. 과정을 물으면 아이들이 시끄럽거든요. 3 곱하기 4가 좋을지 2 곱하기 6이 좋을지 싸울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3 곱하기 4도 알게 되고, 2 곱하기 6도 알게 되죠. 수업이 풍부해지는 거예요. 답은 다 줘버리세요. 그 답에 아이가 스스로 가도록 하면 돼요.

 

학교에서 수학교육에 고민하는 선생님들께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자꾸 점수 위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수능을 강조하는 순간 선생님들은 설 땅이 없어져요. 지금은 굉장한 교육의 위기라고 보는데요. 선생님들은 다 제대로 교육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거든요. 제도가, 국가가 그걸 방해하는 거죠. 시민들이 경쟁을 유발하고, 학교를 불신하면 더 힘들어져요. 선생님들은 이렇게 교육할 수 있도록 제도만 갖춰주면 할 수 있어요. 교과서가 변화하려면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죠.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아질 이야기라서 어떤 생각이신지 궁금했어요.


부모들은 어쨌든 학교 안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당장 필요할 수는 있어요. 그게 고등학교죠. 대학을 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외우는 학생이 유리한지 생각이 많은 학생이 유리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봐요. 저는 생각이 많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서도 유리하다고 보거든요. 개념이 강하니까요. 여기에 동의하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어요.

 

이 책의 활용법을 박사님께서 직접 들려주세요.


지금 5학년이더라도 4학년 책을 보고 느끼는 게 있으면 충분하거든요. 사실 5학년 수학도 소재만 달라지는 거니까요. 이 책을 보고 ‘수학이 이런 거구나’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책은 학교 진도와 맞게 구성해두었거든요. 이 책을 미리 볼 필요는 없어요. 오늘 학교에서 100을 배웠다면 이 책에서 해당 내용을 보면 되겠죠. 선생님 수업이 딱딱해도 이 책 내용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게 다를 거예요. 굳이 본다면 한 시간 전이나 하루 전에만 이 책을 보면 돼요. 한참 전부터 이 책을 미리 볼 필요는 없어요. 학교 진도와 같이 맞춰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교과서’라고 붙인 거예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겠죠. 여기서 개념을 이해했다면 다른 문제집을 풀어보세요. 이 책 하나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개념연결 만화 수학교과서전국수학교사모임 초등수학사전팀 원저/김남준, 최수일 글/김석 그림 | 비아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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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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