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뭐길래] 아는 편집자, 어디 없나요? - 박민지 편
저는 모험적인 독서를 별로 하지 않아요. 오피니언 리더들이 추천하는 책, 화제의 책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권위에 취약해요.
글ㆍ사진 엄지혜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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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올해로 7년차 편집자인 박민지 씨는 ‘비아북’을 거쳐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고 있다. 박민지 씨는 종종 생각한다. '10년차쯤 되면 일이 능숙해질까?' 방금, 그는 사고를 하나 쳤다. 출간 일정이 밀렸다. 심장이 벌렁벌렁하다. 박민지 씨의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아는 편집자’ 만들기다. 각자 책을 만들면서 어떤 난관에 봉착했고 어떻게 그 문제를 풀었는지, 어디에 가장 집중했는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나눌 관계망이 절실하다. 책이라는 완성품만 가지고는 편집자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세세하게 알 수 없기에 더 많은 사람들과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싶다. ‘편집자 네트워킹 파티’ 를 한다면 많이들 와 주실까? 박민지 편집자는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첫 직장이 ‘출판사’인가요?


맞아요. 대학교 생활도서관에 앉아있는데 서로 오가며 얼굴만 알던 선배가 서울출판예비학교 과정을 소개해줬죠. (졸업하고 뭐 할 거 있어? / 아니. / 그럼 이거 넣어봐.) 그 분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하하. 좋은 선배네요?! 최근에 어크로스에서 만든 책을 소개해주세요.

 

근간에 출간된 미루기의 천재들  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찰스 다윈에서 당신과 나에게로 이어지는 미루기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입니다. ‘미루기 고수’쯤 되는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가, 미루기의 거장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갖가지 변명과 합리화의 술책들을 수집하는 내용이에요. 만드는 내내 뜨거운 동지애를 느끼며 빠져들어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긴 소개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여러분, 이쪽 취향(?)이라면 꼭 보십시오.

 

<책읽아웃> '삼천포책방'에서 단호박 님이 소개한 책이기도 하지요. 추천 드립니다. 하하.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좋게 읽은 책도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틈틈이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를 읽고 있어요.  『전문가와 강적들  은 전문가의 조언에 “나도 너만큼 알아”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졌는지, 여기에 언론은, 대학은, 전문가 자신들은 어떻게 기여했는지, 반지성주의가 가져오는 가장 위태로운 문제는 무엇인지를 짚어나간 책이에요. 냉소적인 태도가 아니라 안타깝고 애타는 마음으로 썼다는 게 절절히 느껴져요. 잘 읽히고요.

 

그리고  다가오는 말들』  . 타인을, 아픔을, 나 자신을 솔직하고 단단한 태도로 마주하는 법을 말하는 책 같아요. “내 나약함을 혐오하지 않기 위해 목표를 바꾼다. 울지 않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울더라도 정확하게 말하는 것.”(53쪽)을 읽을 때는 마음이 뻐렁쳐서 같이 울고 싶었어요. 제 안에 좋은 대응 매뉴얼이 잔뜩 생긴 느낌이에요.

 

대응 매뉴얼이라는 말이 참 좋네요. 이 책들은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는 서점에 시장 조사하러 갔다가 충동구매 했어요. 저는 어슐러 르 귄의 팬은 아닌데, SNS에서 어슐러 르 귄의 전미도서상 공로상 수상 연설이 화제가 되었을 때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사실 표지가 귀엽고 물성이 예뻐서 혹했는데 책도 첫 두 꼭지를 읽자마자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문가와 강적들』 은 준비하고 있는 책에 참고하려고 봤어요. 그런데 절판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다가오는 말들』  은 회사에서 옆자리에 앉아있는 이환희 씨가 편집한 책이에요. 믿고 볼 수밖에.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모험적인 독서를 별로 하지 않아요. 오피니언 리더들이 추천하는 책, 화제의 책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권위에 취약해요. 소설을 고를 때도 작가의 수상 이력을 꼼꼼히 봅니다. 직업인으로서는 물론이고, 그냥 저 자신에게도 아주 나쁜 방식인 것 같아요. 조금씩 충동 구매도 해보고 하면서 경험을 늘려가려고요.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책, 또는 꼭 함께 작업하고 싶은 저자가 있나요?

 

『요새 젊은 것들』 같은 기획의 책을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각자 독특한 결이 있는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혼자를 기르는 법』  의 김정연 작가님,  『여중생 A』  의 허5파6 작가님,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님, 기본소득네트워크 백희원 님, 비디오편의점 정성은 PD님이 떠오르네요.

 

편집자로서 좋아하는 저자는 어떤 태도를 갖고 있나요?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실용적으로 말씀하시는 분. 행간을 읽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너무 어려워요.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금정연 작가님. 사랑합니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금정연 저 | 어크로스
“숨죽이며 책장을 넘기던 오직 매혹만이 존재하던 순수한 독서의 시간”은 가고 “마감에 쫓기느라 밤잠을 설치는” “수없이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하루”들로 가득한 생계형 서평가의 기록이 오롯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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