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명연 신부는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인천교구의 몇몇 성당에서 보좌신부와 주임신부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강화 갑곶 성지 전담 신부로 일하고 있다. 타고난 근면성으로 매달 『쓰담쓰담』이라는 묵상집을 발행하고 있으며, 하루에 수백 킬로미터를 왕복해야 하는 강연 요청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사제로 살고 있다. ‘빠다킹 신부’는 유난히 상냥하고 다감하나 때론 느끼하게 들리는 목소리 덕에 얻은 애칭이다.
그는 19년째 매일 인터넷카페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에 아침 편지를 전한다. 자신의 삶과 사색에서, 세상의 떠도는 이야기에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리고 책에서 삶의 에너지를 길어 올려 정제된 언어로 세상으로 내보낸다. 『나보란 듯 사는 삶』 은 19년간 써온 글 가운데 자존과 위로의 마음을 담아 쓴 글을 모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복잡한 세상도 행복으로 바꿔 살 수 있다는 든든한 확신을 주며, 지금 비록 실의에 빠져 있거나 힘들지라도 ‘다 잘될 것’이라고 등을 두드리듯 격려한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이기에 이야기는 더욱 풍부하고 다감하다. 그 따뜻하고 희망 섞인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그래, 세상이 뭐 그리 대단한가. 다시 시작하면 되지. 이젠 괜찮을 거야.” 하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책이 어떻게 기획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나요?
가톨릭 사제로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아픔과 상처 속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참 많다는 것도 발견합니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고, 이 세상이 고통과 시련의 땅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희망과 기쁨이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일상 안에서 내 삶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내 이웃을 경쟁자가 아닌 협조자로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깨달음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매일 새벽 묵상을 글로 남겼고, 그 글들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라는 묵상 글을 써오신 지가 벌써 19년이 되셨다고요.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9년 전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1983년부터 컴퓨터를 다루었고 또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있었고요. 그런데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영적인 갈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톨릭 신부인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지 분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라도 신부처럼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라는 묵상 글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여유로운 새벽 시간을 활용해 기도와 묵상을 하고 글로 남겼습니다. 또한 의무감을 가져야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19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이라도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게 정말 어렵잖아요? 작심삼일은커녕 하루 만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긴 세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해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 누구도 이렇게 하는 사람이 없었고, 묵상 글을 쓰는 일이 제게 주어진 일도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남들로부터 글에 대한 오해와 비난을 받게 되자 ‘왜 이 일로 욕을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는 것을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잠자는 것도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 나의 삶이 되면 힘든 것이 아니다.” 그렇게 글 쓰는 일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하면서 인생을 더 올바르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삶과 사색에서, 세상에서 떠도는 이야기에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책에서 삶의 에너지를 길어 올린다고 하셨습니다. 『나보란 듯 사는 삶』 에도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이것들이 신부님의 사유와 글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솔직히 매일 매일 묵상 글의 소재를 찾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의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간접 체험은 물론이고 삶을 다르게 보는 눈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더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되었고, 일상의 삶 역시 허투루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심들이 저를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판단하고 단죄하는 이유를 찾는 것보다,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유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더 기쁘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존감’. 요즘 시대와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신부님께서도 자존감이 낮아 힘드셨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는 자존감이 너무 낮은 아이였습니다. 제 형님은 모든 면에서 저보다 뛰어났습니다. 공부, 운동, 그림 그리고 음악까지 못 하는 게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서 저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라면서 “너는 네 형과 많이 다르구나”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이 말을 “너는 형과 다르게 못 하는 게 많구나”라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자존감은 완전히 바닥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한 것은 신학교에서였습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신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합니다.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요. 20년 이상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신학교란 공간에 모인 것이지요. 이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른 것이 없구나.” 그렇게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한 울렁증 때문에 신부가 되는 걸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힘들었다”라는 구절을 보았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라 좀 놀랐습니다. ‘나도 모르게 떨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했던’ 그때를 자세히 묘사해주실 수 있을까요?
신학교에서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남들 앞에 서는 것은 아직 힘들었습니다. 이 심한 울렁증은 저를 또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가톨릭 사제라면 남들 앞에 서야 하고 또 많은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이런 내가 과연 사제가 될 자격이 있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제가 되고 나서도 울렁증으로 벌벌 떨었습니다. 그러나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즐기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떨리는 것이 너무 좋아. 그만큼 순수하다는 거잖아.” 그러자 어느 순간에 울렁증이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남보란 듯 말고, 나보란 듯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참 쉽지 않더라고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모든 분께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직도 기억하는 중학교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늘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다녔고, 아무데서나 코를 후비고, 방귀를 뀌는 등 ‘지저분하다’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을 거리낌 없이 했습니다. 이런 모습에 친구들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혼자 있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 이 친구와 단둘이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물었지요. “아이들이 너 따돌리는 것 같은데 괜찮아?” 하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괜찮아. 나도 따돌리면 되니까.”
무엇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이의 말과 행동에 흔들리지 않던 이 친구의 모습은 지금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남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나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남을 의식하며 살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대충 아무렇게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과연 어디에서 올까요?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남 신경 쓰지 말고, 나보란 듯 자신 있게’ 살아가십시오! 행복은 이미 우리 자신 안에 있습니다.
*조명연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인천교구의 몇몇 성당에서 보좌신부와 주임신부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강화 갑곶 성지 전담 신부로 일하고 있다. 책 속에 묻혀 다독다독多讀多讀한 삶을 즐기는 인문주의자, 새벽 별이 스러지기 전에 일어나 묵상 글로 세상을 깨우는 아침형 작가, 회원 수가 2만에 달하는 인터넷카페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의 쥔장, 손수 삽을 들고 성지를 일구어 온 노동친화형 사제이기도 하다.
평화방송에서 〈오늘의 강론〉을 진행하고 있고,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설교학을 강의하고 있다. 타고난 근면성으로 매달 『쓰담쓰담』이라는 묵상집을 발행하고 있으며, 하루에 수백 킬로미터를 왕복해야 하는 강연 요청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사제로 살고 있다. ‘빠다킹 신부’는 유난히 상냥하고 다감하나 때론 느끼하게 들리는 목소리 덕에 얻은 애칭이다.
저서로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 『날마다 행복해지는 책』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희망가게 당신에게 행복을 팝니다』 『행복한 하루』 『사랑이 숨어 있는 사막』 『오늘은 이렇게 행복하세요』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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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란 듯 사는 삶조명연 저 | 파람북
한 번뿐인 삶을 행복하게 살기도 바쁜데, 왜 오히려 스스로 괴로워하려고 애쓰는지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빠다킹 신부는 말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