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프리초프 카프라 / 우: 우고 마테이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는 지난 7월 29일 법철학서  『최후의 전환』  을 출간했다. 자연과 공동체를 되살리는 법체계에 대한 대담한 통찰을 보여주는 이 책은 서양 과학의 뿌리를 뒤흔든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와 이탈리아 커먼즈 운동을 이끈 법학자 우고 마테이의 공동 저작이다.

저자들은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착취하는 행동 양식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여전히 지구의 자연 자원을 고갈시키는 에너지?자원 집약적인 일회용 경제(throwaway economy)에 매달리면서 무한하고 영구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유다. 그들은 법학(법 이론)이 과학과 함께 이 세계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현재의 경제 체제와 법질서는 지속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문명의 지속을 위해서 지금까지 벌인 착취와 파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생태학의 기본 원리와 현대 과학의 새로운 시스템 사고를 반영해 법의 가장 내밀한 구조를 다시 사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별히 생태적 법질서의 핵심에 커먼즈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대안 체제를 고민하는 실천가에게 신선한 지적 자극을 준다.

기후 변화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근대적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최후의 전환』  의 저자 프리초프 카프라와 우고 마테이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저자들 모두 한국어판 출간을 기뻐하며 자신들의 사유가 널리 공유되기를 바랐다.

(프리초프 카프라: 카 /우고 마테이: 마 /박태현 교수: 박)

박 :  『최후의 전환』  에서 독자에게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카 : 법에 관한 이론이자 철학인 법학(Jurisprudence)은 과학과 함께 근대 기계론적 세계관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근대성은 전 지구적 위기의 근본 원인인 산업 시대의 물질주의적 지향성과 착취적 심성을 낳았지요. 그런 점에서 과학자와 법학자는 오늘의 세계에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 : 책의 핵심 메시지는 간결합니다. 법이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생태적 곤경을 이겨낼 해결책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대로라면 법은 오히려 문제의 일부가 될 뿐입니다.

박 : 과학영역에서 세계관(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전체론적?생태학적 세계관으로)의 변화는 벌써 이루어졌지만, 법학에서는 여전히 기계론적 세계관(특히 데카르트적 세계관)이 지배적입니다. 변화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요? 변화를 앞당기려는 개인적?집단적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요?

카 : 근본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은 과학의 최전선에 출현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기계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로 이해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또한 자연은 일련의 생태적 원리를 통하여 생명을 부양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학이나 법에 대한 공공의 관념에서는 과학적 세계관의 놀라운 변화에 상응하는 전환이 아직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환은 긴급하게 요청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우리가 개인적?조직적 노력을 통해 새로운 생태적 질서로 이어질 법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청한 이유입니다. 

마 : 변화는 물질적 조건 밖에서 일어납니다. 변화를 위한 조건은 허위의식과 가혹한 조직에 대한 비판에서 형성되어야 합니다.
 
박 : 두 분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를 작금의 환경 위기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체제를 넘어서야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지요?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요?

카 : 전 지구적 문제의 배후에는 유한한 지구 행성에서 무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제학자와 정치인의 환상이 깔려 있습니다. 지구적 경제 시스템에서 에너지-자원 집약적으로 자연 자원을 고갈시키며 경제적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영속 성장을 추구하고 있지요. 이 성장은 쓰레기와 오염을 발생하고 과도한 소비를 일으키는 일회용 경제라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게다가 에너지 집약적이고 화석 연료에 기반한 성장은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핵심 도전 과제는 양적으로 무한한 성장 관념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에서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정당한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는 균형 잡힌, 다측면의 ‘질적’ 성장으로, 생명의 질을 강화하는 성장을 의미합니다.

마 : 생산 조직으로서, 또 사회적 관계로서 자본주의는 확실히 현재 인류가 느끼는 생태적 부담의 근본 원인입니다.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것(evolving off capitalism)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지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믿는 것은 한낱 몽상일 뿐입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법을 알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의 생태학에 관한 소양(ecolegal literacy)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콰르타(Alessandra Quarta)와 함께 쓴 『민법의 전환점』에서도 우리가 따라야 할 방법으로 반(反)-헤게모니적 법해석(counter-hegemonic interpretation of law)을 지적했습니다.

박 : 이 책은 자연과학자와 법학자 간의 공동 작품입니다. 책을 같이 쓰면서 카프라 선생은 마테이 선생에게서, 또 마테이 선생은 카프라 선생에게서 어떤 통찰이나 영감을 받았는지요?

카 : 우리는 법학이 자연과학과 놀랍도록 상응하는 역사와 개념 구조를 지닌 학문 분야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두 학문 분야는 역사를 통하여 상호작용하였고, 공진화하면서 ‘자연법칙’과 인간 법이라는 개념 또한 서로 관계성을 맺게 되었음을 발견하였지요.

마 : 카프라 선생은 자연과학자 이상입니다. 그는 빼어난 지성인이며 시스템 이론가입니다. 나는 그의 비전과 엄격함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박 : 마테이 교수님에게 법과 커먼즈에 관해 좀 더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 책이 한국의 사회운동가, 특히 커먼즈 운동가들에게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는지요?

마 : 이 책에서 비자본주의적 방법으로 사람들을 계속 결집하고, 또 서로를 연결해줄 수 있는 영감을 얻기를 바랍니다.

박 : 최신 과학의 세계관, 특히 양자역학의 지혜를 법(학)이 받아들인다면 그 법(또는 법학)은 현재의 법(또는 법학)과는 어떤 다른 모습을 띠게 될까요?

마 : 그러한 법(법학)의 핵심을 개인보다는 커먼즈에 두게 되는 셈이니 현재의 법(법학)과는 차이가 크겠지요. 법학의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커먼즈라는 인식은 지금 당장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박 : 이 책에서 “커먼즈 제도가 윤리적으로 바람직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증명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예시를 구체적으로 들려줄 수 있을까요?

마 : 적정하게 기능하는 공동체 토지 신탁, 생산협동조합, 수익과 지대의 논리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공공시설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박 : 대한한국에서 커먼즈 운동은 사회운동의 한 부분으로 제한된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커먼즈 운동이 법(법학)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사회운동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보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마 : 커먼즈의 실제를 이해하려면 커먼즈가 일반적으로 통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서 있는 곳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교육, 조직, 새로운 정치 투쟁의 제도 구축 차원에서 말이지요. 우리는 지금 이탈리아에서 기성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박 : 커먼즈가 법(법학)에서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간단히 말해줄 수 있을까요?

마 : 커먼즈는 공공 부문을 탐욕스러운 사유화에서 보호하는 방패이자 근대의 기계론적 이데올로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법체계를 재정비하는 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 : 마지막으로 커먼즈와 법(법학)에 관하여 꼭 읽어야 할 책(선생님의 저서를 포함하여)을 추천 부탁드립니다.

마 : 아래의 도서 2권을 추천합니다.

Mattei & Quarta, 『The turning point in private law 』, Edward Elgar, 2018

Ugo Mattei, 『Beni comuni. Un Manifesto』, Laterza, 2011

질문과 번역 : 박태현 (공동 역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리 :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