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연말 결산, 올해의 가요는?
2010년대의 마지막 한 해를 상징하는 가요 싱글과 앨범을 소개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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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대표할 올해의 싱글 10곡이다. 따스한 위로와 즐거움, 냉철한 시선과 너른 시각으로 숱한 이들의 감정을 대신 노래한 노래들이다. 2010년대의 마지막 한 해를 상징하는 10곡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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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간 발표한 히트곡 'Bye bye my blue'나 '우주를 건너'보다도 훨씬 자신의 이름을 강하게 아로새긴 활약이었다. 올 상반기 백예린은 두 번째 미니 앨범 의 수록곡들을 줄줄이 음원 차트에 올리며 '음원 퀸'의 면모를 부각했다. 그중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는 핵심. 세련된 음향과 제 색깔을 찾은 듯 유연한 보컬, 젊은 세대의 사랑 이야기를 보듬는 노랫말로 그만의 개성과 시선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오랜 시간 유튜브 등에 커버 영상을 올리며 수련한 백예린은 정직함으로 승부했다. 작위적인 콘셉트나 마케팅으로 주목을 갈구하지도, 많은 방송 출연으로 빠른 호응을 끌어오려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음악만으로 형성된 아티스트의 캐릭터가 대중의 호응에 직결하며 작자와 청자가 한 폭에 공존하는 그림을 이루어낸 것이다. 그야말로 '좋은 음악'의 저력. 자신의 색깔과 대중성 양쪽 모두를 껴안으며 왕관을 쓴 그에게 올해의 대중음악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이홍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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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따 '돈 call me'21C

 

새로운 성공 서사는 이렇게도 적힌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무한도전> 돌아이 콘테스트 편에 잠깐 얼굴을 비추고, 래퍼보다는 MC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염따는 2016년 정규 1집 <살아숨셔>로 진솔한 속내를 고백하며 작게나마 이름을 알렸다. 이후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며 커리어에 새 활로를 연다. 비속어와 반말을 섞어 쓰며 난데없이 그만의 언어 '빠끄'를 외치던 염따는 특유의 친근함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6천만 원의 판매고를 올린 '티셔츠 대란'은 그를 세간의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음악 외의 것을 주 무기 삼아 조명받았으나 '줌' 당겨 자세히 보니 음악 또한 심상찮다. 외적으로 보이는 쿨 함과 웃음기 어린 '플랙스' 사이 눈물 젖은 고생 사와 마음을 동요하게 하는 진지함이 묻어있으니 이건 다름 아닌 우리네 젊은 날의 초상이다. 소셜 플랫폼 <딩고>와 협업해 멜로디컬한 선율에 힘을 빼고 담담하게 부르는 염따식 위로는 멀리 에둘러 돌아가지 않고 익숙하게 곁을 내준다. 젠체하지 않고 솔직하게 끌러낸 그만의 힙은 올해 가장 너른 사랑과 공감을 받았다. 염따의 돌풍! 제대로 살아 숨쉬었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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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

 

이전에 발표한 노래들보다 쉽고 편하다. 'DNA', 'Danger', '불타오르네', '쩔어'와는 확실히 다르다.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복잡함과 진지함을 걷어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그러나 작지 않다. 탁하고 허스키한 음색의 할시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맞춰 밝고 투명한 목소리를 냈고 그마저도 'Oh my my my...'나 '오아 오아 오아...', 'I want it!' 같은 후렴구나 추임새에만 등장한다. 음악 동료 이상의 인간적 유대감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과감한 결정이다.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나 한 걸음 떨어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들어보니 그 안의 '작은 것들'이 들렸다. 에코 사운드를 사용한 가성과 진성을 교차하는 보컬과 울림소리를 최소화한 슈가, 제이 홉, 알엠의 서로 다른 래핑, 펑키(funky)하고 선명한 16비트의 리듬 기타, 신시사이저로 정밀하게 찍어낸 하이햇과 드럼, 세련된 편곡, 미세한 소리도 균형 있게 조율한 믹싱까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2019년에 등장한 그 어떤 노래보다 가장 듣기 좋고, 편하고, 마음 따뜻한 댄스곡이다. 무엇보다 목석처럼 뻣뻣한 할시를 춤추게 하지 않았는가.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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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클레프(Jclef) 'Mama, see'

 

세상이 커지는데 '뭔가 이상하다.' 엄마에게 부리는 투정의 형식을 빌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거나 사소하지 않다. '엄마가 상영한 악몽'은 친구들의 '간편한' 죽음과 학대에서 재생산된다. 거대한 부조리에 대한 답답함과 무력감, 그리고 이에서 파생되는 분노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하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모두 2019년을 대표하는 정서다.엄마에 대한, 엄마를 위한 '시'는 억압받는 이들의 시점에서 세상을 '봐' 달라는 호소이기도 하다. 굳이 날을 세우지 않은 비트 위에서 부드러운 멜로디로 이를 노래하는 제이클레프의 방식은 색다르다. '등 떠밀지는 않'겠다고, '그저 내 옆에 서'서 변화의 '파도'를 타 달라고, 담담하지만 확고하게 연대를 부탁한다. 이에 답하지 않을 수 없다. (황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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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소녀(LOOΠΔ) 'Butterfly'

 

“Fly like a butterfly.그들의 목소리가 거대한 공명(共鳴)이 되어 경계를 허물었다. 국가, 인종, 성별의 한계를 넘어 진행되는 뮤직비디오는 물론 확실한 라인을 가진 후렴구를 선호하는 기존의 시장과 다른 행보, 강렬한 선을 가진 안무 등 이달의 소녀는 'Butterfly'를 통해 보이지 않는 벽을 부쉈고 자신들만의 우주를 증명해냈다. 작은 날갯짓으로 얻어낸 의미 있는 행보였다.

 

그들이기에 가능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진 '소녀'들은 2018년 10월, 12명의 완전한 그룹이 되기까지 매달 솔로 혹은 유닛 활동으로 실력을 다졌고 아티스트 그라임스와의 협업 등 계속해서 움직이며 기록을 남겼다. 'Butterfly'가 꿈이란 보편적 메시지로 세상과 교감할 수 있던 것은 이달의 소녀가 걸어온 길이 새로운 시도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 발걸음은 나아가 앨범 <[X X]>가 미국 아이튠즈의 전체 장르 차트 1위에 오르며 2019년 대중음악에 뚜렷한 흔적을 새겼고 그 중심엔 'Butterfly'가 있다. 케이팝의 기준을 제시할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시작됐다.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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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이(BewhY) '가라사대'

 

씨잼의 친구로 시작해 2015년 <쇼미더머니5>에서 'Forever'로 '얍, 얍, 얍', '영원히 비와' 등 유행 가사를 만든 비와이는 대회 우승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7년 2집 이후 2년 만에 나온 의 타이틀 '가라사대'는 비와이의 종교적 신념과 음악인의 가치관을 가감 없이 담아 '여호와 밑 가라사대/이게 내 위치 가라사대'로 기독교인의 모습을, '나는 되고 싶은 내가 될 지어다'로 자신이 믿는 래퍼의 길을 내뱉는다.

 

'Day day', 'The time goes on', 'Dejavu'에 이어 비와이 대표곡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가라사대'는 노래의 의도를 확실히 전하기 위해 비와이 자체를 신격화한다. 짧은 음악 속에서도 강하고 웅장한 비트는 '지어다', '가라사대'라는 반복적인 각운과 정점의 속사포 랩 파트를 이용해 중저음의 목소리를 뇌리에 꽂는다. 거친 힙합의 편견에서 벗어나 올해도 다사다난했던 힙합 계에서 청정의 유기농을 자랑하는 비와이는 믿음도 음악도 신실하다.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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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신청곡 (Feat. SUGA of BTS)'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순간에도, 음악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 작은 진실을 일깨워준 '신청곡'은 새해에 등장해 이번 2019년을 아름답게 장식한 싱글이다. 타블로가 써낸 섬세한 멜로디, 이소라의 우아한 보컬, 방탄소년단 슈가의 개성이 담긴 랩을 선호하는 이들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다. 데뷔 시기와 음악 스타일이 모두 다른 뮤지션이 모였기에 특별한 의미를 제공한다. 

 

라디오, DJ, 신청곡. 사실 오늘날 세대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단어들이다. 편곡 또한 아날로그 소재에 맞춘 듯 다소 투박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세련된 분위기보다는 감정과 노랫말 그 자체에 집중한 곡이다. 쉽게 다가오는 선율과 진솔한 메시지는 대중의 선택을 이끈 핵심 요소였다. 따스한 온기로 치열했던 올해를 품어준, 우리의 신청곡.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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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 'Starry night(별이 빛나는 밤)'

 

한 스마트폰의 광고가 나른함을 때리며 단숨에 다수 시선을 나포했다. 그 CF의 주인공은 전문 모델이 아니라 독일 클럽에서 뛰는 유명 한국인 DJ였고 배경음악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은은하게 리듬이 퍼지는 'Starry night'는 매혹의 EDM이란 것 못지않게 해외 활동에 치중함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이 들려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알고 보니 포브스 선정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 중 하나 등등 신상도 가히 최상급이다. 시대의 키워드인 '핫'과 '힙'의 총집결? 로큰롤 전설 버디 할리의 명곡 '페기 수'가 아닌 페기 구, 이 이름만 봐선 힙을 무기로 하는 것 같지 않지만 급부상의 원동력이 힙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중음악 분야 비(非) 메인으로 치면 2019년의 토픽 인물 그리고 토픽 송.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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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기린 '오늘밤엔 (Feat. Ugly Duck)'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 / 서울의 달은 유난히 오늘따라 더 밝아' 이태원에서 시작해 홍대까지, 좋은 음악과 즐거운 파티를 찾아 서울의 밤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송가다. 레트로를 세련되게 승화시킨 기린의 '오늘밤엔'이 이들에게 제격이다. 에잇볼타운(8BallTown)의 유누(Yunu)가 프로듀싱을 맡고, 감각적인 알앤비 비트 위에 제이슨 리(Jason Lee)의 색소폰 연주가 얹어지며 복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한밤중 뜨거운 파티를 대변하는 이 노래는 어딘가 모르게 친근하다. 데뷔한 이래로 레트로만을 고집해오던 기린의 오랜 뚝심이 2019년을 뜨겁게 달군 '온라인 탑골공원' 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기린 특유의 감성에 박재범의 트렌디한 보컬과 멜로디 진행력이 더해져 만인이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음악을 창조했다. 과연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세대의 공존, 기린의 레트로.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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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LION' 

 

어린 사자인 줄 알았는데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 'Senorita', 'Uh-oh'로 차근차근 올라서더니 마침내 세상을 호령하는 제왕의 자리를 차지했다. 왕관이라는 먹잇감을 노리고 우아하게 전진한 결과, 사랑을 갈구하는 가사와 혼을 빼놓는 전자음이 난무하는 음악계에서 여왕의 품격이 무엇인지 선보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팀의 프로듀서 전소연의 '서낳괴(서바이벌이 낳은 괴물)' 모먼트가 폭발하고 이에 멤버들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막강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어린 소녀가 비웃음을 뒤로하고 전장에서 승리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자의 포효 같은 민니의 고음, 모든 멤버가 돌아가며 'I'm a queen like a lion'을 외치는 퍼포먼스는 즉위식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아이돌이 가지는 고정관념의 철창을 부수고 그들만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은 데뷔 2년 차의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여자)아이들의 주체성, 정체성 더 나아가 비전까지 제공한 이 곡을 가볍게 넘길 이유가 전혀 없다. (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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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달려온 2019년도 이제 연말 결산의 시기를 맞고 있다. 단 한 해도 결산이 쉬운 적은 없었으나, 2010년대의 마지막 해인 올해를 상징할 앨범을 선정하는 과정은 특히 무척이나 쉽지 않았다. 놀라운 총기, 깊은 의미를 지닌 작품 중 10장의 국내 앨범을 선정했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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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

 

수직의 두 선을 곱하면 면이 되듯이, 김심야와 프랭크(FRNK)가 각자의 분야에서 이뤄낸 실력의 연장선은 곧 거대한 면적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에서부터 을 거치며 개척한 XXX만의 영토다. 타 아티스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의 기름진 토양을 양분 삼아 태어난 는 힙합 신에서 좀체 보기 드문 공격성과 실험적인 사운드를 가진 이전에 없던 소통 방식, 말 그대로 새로운 '언어'를 담고 있었다.

 

앨범은 관조적으로, 때로는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깨우친 열반의 위치에서 조소와 냉소를 잘근잘근 씹어 댄다. 자칫 날카로운 혀끝에 베이지는 않을까 하는 긴장감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전작의 허무에서 분노를 머금은 김심야의 래핑은 한층 더 첨예해졌고,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프랭크의 전자음은 변칙적이면서도 더욱 뚜렷해졌다. 이제는 알겠다. '향후 5년간 이 앨범을 뛰어넘을 앨범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그의 발언은 객기가 아닌, 개척자의 당당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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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 <항해>

 

올 한해 제일가는 발라드 승자는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로 차트 장기 집권을 누린 악동뮤지션이다. 그간 자, 타의로 옭아매어 있던 '재기발랄한 남매 듀오'의 콘셉트에서 나아가 사랑의 감정을 녹진하게 표현한 이 곡은 아프게 울고, 소리 높여 지르는 한국형 발라드 창법 하나 없이 대중의 마음을 훔쳤다.

 

허나 타이틀로 가격한 변신의 징조를 앨범 단위로 확대했을 때 감정은 더 강렬해진다. 근래 이토록 근사하게 컨트리, 포크, 일렉트로니카를 응용해 멜로디를 주무른 음반이 있었을까? 대중의 기호를 떠나 강단 있게 끌어온 다채로운 장르의 활용과 여전히 재치 있는 가사의 발화, 이전에 없던 짙은 감성의 섬세한 표현까지. 악뮤는 이 음반으로 자신들만의 확실한 조류를 만들었다. 매혹적으로 끌어당기니 어쩌나, 빠져버릴 수밖에. 2019년 최고의 작가주의형 대중 앨범.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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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

 

소마의 바다는 위험할 정도로 깊어서 더 유혹적이다. 얼터너티브 알앤비, 소울,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은 잔잔하게 일렁이다가 어느 순간 신비로운 목소리가 소용돌이를 일으켜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렇게 심해에 다다르면 그의 또 다른 페르소나인 물고기, 해적 그리고 인어가 그간 걸어온 길을 노래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동화적 이미지와 파도를 닮은 보컬을 타고 공감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손을 건넨다.    

 

의 핵심 키워드는 '확장'과 '극복'이다. 첫 정규 앨범이지만 커리어를 총망라하여 그가 누구인지 아로새겼고, 포근한 멜로디 안에는 단단한 위로가 응집되어 있다. 과거의 아픔을 재치 있게 넘기기도 하고 다른 이의 고통을 품어주는 힘을 보이는 가사는 힐링의 텍스트가 되어 드넓은 바다로 흘러간다. '세상의 모든 괴물을 물리치려는 마음'이 모두에게 닿는 그 날까지 소마의 노래는 계속 항해한다. (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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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

 

8년 전 '너랑 나'에서 '눈 깜빡하면 어른이 될 거에요'라 노래하던 열아홉의 아이유를 기억한다. 그 눈 깜빡할 8년의 시간 동안, 아이유는 가십에 날을 세우기도 하고 () 과거에 악수를 건넸으며 ( <꽃갈피>)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기도 했다 ('스물셋'). 아티스트 아이유와 인간 이지은은 어느새 선배들에겐 '기특한 후배'로, 동년배들에겐 '나의 이야기'로, 후배들에겐 '동경하는 선배'로 그 존재감을 넓혀왔다.

 

은 차근차근 어른의 시간을 기다려온 아이유가 그 자아를 과감히 확장하는 순간이다.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써내려 간 여섯 편의 시는 소박하고 편안하며 자연스럽다. '너랑 나'가 닿고자 했던 '시간의 바깥'에서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Unlucky'), '소란한 너의 밤을 지킬게'('자장가')라며 본인을, 본인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보듬는다. 'Love poem'을 통해 숱한 비보로 눈물졌던 올해를 가장 깊이 끌어안았던 아티스트 역시 아이유였다. 눈 깜빡할 사이 아이유는 어른이 되었다. 아주 크고, 진솔하며, 닮고 싶은 어른이.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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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마 - <밭>

 

오도마의 <밭>은 곧 그의 삶이다. 일산 오사마리(OSAMARI) 크루의 일원인 그는 성공한 래퍼들과 어울리며 랩스타의 꿈을 가꾸지만, 그의 현실은 옷가게의 '비정규직'이다. 스타와는 거리가 먼 '범인'은 그 와중에도 자신과 주변인들의 '급'을 나누며 자괴감을 느낀다. '모독'의 구토로 오도마가 마주한 자아는 가까이서 봐야만 보이는 비극 속에 남겨져 있다.

 

황홀한 환상과 눈 앞의 풍경이 자아내는 모순에서 그는 절망하고 분노하지 않는다. 간극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랩으로 쟁기질을 하고 언어의 씨앗을 심는다. 고뇌를 삶의 일부로 인정하며 마초적인 '플렉스' 문화 이상의 성숙으로 위로와 공감을 자아낸다. 이기적인 성공 신화 대신 '우린 서로가 서로의 가시가 되어 / 나아가기 위해 서로에게 아픔을 새겨'내자는 연대를 노래하는 것도 범상치 않다. <밭>은 '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다가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황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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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 <돛>

 

김현철 10집 <돛>을 단순히 시티 팝 혹은 발라드 앨범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상당히 곤란하다. 김현철의 디스코그래피 전부를 모아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지난 30년 음악 인생의 집합체와도 같은 작품이기에. 그러니까, 재즈와 펑크(Funk)를 바탕으로 세련된 시티 뮤직을 국내에 선보인 <춘천가는 기차>와 <32℃ 여름>, 발라드와 알앤비로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한 <동야동조>와 <거짓말도 보여요>를 기억한다면 이번 앨범은 이름만 '돛'일 뿐 사실상 김현철 베스트앨범이나 마찬가지다.

 

가요계 후배들과 작업한 이번 앨범은 8집 <... 그리고 김현철>의 행보와 발을 맞춘다. 레트로 유행에 응답한 원조의 시티 팝 'Tonight is the night'에서 김현철과 솔(SOLE)은 꽤나 멋지게 그 시절의 담백한 보컬을 재현해냈고, 박원의 목소리를 빌린 '당신을 사랑합니다'와 주식회사와 함께 한 '오늘의 여행'은 요즈음 발라드에서는 찾기 힘든 순수한 사랑을 묘사한다. 시티 팝의 유행이 필연적으로 추억을 회상하게 만든 '그 여름을 기억해'의 가사는 분명 과거에 머물러있지만, 사운드는 미래를 향해있다. 결국 김현철의 돛이란 복고의 순풍을 타고 그를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음악적 원동력인 셈이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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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99 - <동두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역사가 있다. 눈에 보이는데도 외면하고픈 현실이 있다. <동두천>은 들여다본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일상을, 미군 부대를 위해 지어졌던 기지촌과 낙검자 수용소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보산역 일대에 힘겹게 자리 잡은 난민들을. <동두천>은 풀어낸다. 낯선 첫 인상과 분노를, 자욱한 안개 아래 울렁거리는 감정의 파고를, 깊이 눌러 담은 투쟁과 생존의 문제를.

 

방랑하는 아티스트 레인보우99의 <동두천>은 리얼리즘의 기록이다. 일그러진 현대사가 강요해온 일상을 깊이 관찰하고, 소리로 스케치하여 도시 곳곳에서 녹음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혐오를 놀이와 집결의 도구로 사용하는 2019년 대한민국에 '잊힌 자들'의 기록을 아프게 상영한 작품이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치유받을 수도, 전진할 수도 없다. 가장 낮은 곳으로 나아간 <동두천>같은 작품이 있기에 우리는 반성하고 기억하며 더 밝은 내일을 향해 발걸음을 뗄 수 있다.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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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 - <온다>

 

그야말로 이채롭다. 악기 연주는 빼곡한데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조용하게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저돌적으로 변하며, 거칠게 나아가다가도 갑자기 차분해지곤 한다. 어두운 대기로 일관하지만 고저가 가파르고, 완급의 차이가 커서 곡들은 내내 역동성을 띤다.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차진 호흡은 잠비나이의 음악을 더욱 색다르게 느껴지도록 한다. 또 한 번 독특한 소리가 휘몰아친다.남다른 퓨전 속에 변화도 깃들었다. 이번 음반은 전작들보다 보컬의 지분이 많아졌다. 덕분에 기묘한 느낌이 한층 증대됐다. 'Square wave'는 멀리서 울리는 것처럼 꾸민 보컬로 화자의 절박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부각했다. '온다 (ONDA)'는 어절을 연결해 부르는 가창으로 유연함과 몽롱함을 함께 전한다. 이 보완으로 기존에 지닌 환상적인 기운이 곱절이 됐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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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

 

실험이라면 30년 동안 할 것은 다했다. 메탈의 정체성과 관련해 그들은 시의성을 건네기 위해 너른 범주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작을 낸지 14년이 흐른 지금, '변방'이 아닌 어쩌면 '소멸'의 위기 속에서 선두인 그들의 응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흐릿한 자존심보다는 후배들의 트리뷰트앨범을 대하면서 피어오른 자신감 아니 '희망'이 그들을 9집 풀 앨범에 대한 의욕으로 몰아넣었다. 전자음악에 기웃거린다거나 사운드의 무조건적 '약화'가 아니었다.선택은 3분 정도로 곡 길이를 짧게 하는 '간소화'로 실질 전에 형식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사운드의 정확성과 밸런스에 공을 들여 잠재수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게 타이틀이 가리키는 진화 아니었을까. 전곡이 듣기 편한 게 진정한 승리. 주상균 보컬은 여전히 톱이며'AI', 'Log in', 'Dimension'는 멋지다. 30년 커리어가 어디 가겠는가. 앨범이 나온 것만으로도 2019년 음악계는 본분을 다했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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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희 -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잔향이 짙게 깔린 피아노 소리와 담백하게 내뱉는 슬픔의 언어들. 고요함이 주는 힘이 이 음반에 있다.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는 전진희의 피아노 연주에 김훨, 코듀로이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화려한 음악들 사이에서 꾸밈없이 하고자 하는 말을 대중에게 잘 전달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는 '멋진' 음악을 만드는 일보다도 '진심'이 가득 찬 음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한마디로 숨 같은 음악이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 화자의 마음이 느껴져 함께 슬프고, 숨을 내쉬면 그의 위로가 청자에게로 닿는다. 진심이 담긴 언어는 어떠한 것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 올해의 앨범 중 가장 잠잠하고 조용하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의 마음에 따스하게 안착하는 앨범.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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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