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침묵으로 말에 무게를 싣는 법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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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으로 말에 무게를 싣는 방법이 담긴 『침묵이라는 무기』 , 동시대 여성들의 갈등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붕대 감기』 , 동명의 영화를 보기 전에 꼭 봐야 할 책 『작은 아씨들』 을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침묵이라는 무기』
코르넬리아 토프 저/장혜경 역 | 가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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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표지를 보면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이 책은 침묵을 통해 말에 무게를 싣는 법을 알려준다. 핵심은 “말 대신 침묵하라”가 아니라 “말의 양을 조절하여 침묵을 효과적은 설득의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코르넬리아 토프 저자는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예요.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독일의 많은 기업에서 30년 넘는 시간 동안 코칭과 트레이닝, 강연을 해왔습니다. 자신이 봐왔던 CEO와 직원들의 경우, 침묵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 혹은 침묵을 잘 사용한 경우를 예로 들고 있고요. 부부 사이에서 또는 부모 자식 사이에서 침묵이 필요한데 잘 못 써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나와요.


소위 잔소리라고 하는 긴 소리를 할 때가 있잖아요. 부모가 자식에게,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그렇게 할 때가 있는데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런 상황에 놓인 부하 직원이나 자녀 대부분이 흘려듣는다고 해요. 반만 듣는다고 생각한대요. 어차피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에 다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오히려 핵심만 짧게 전달하고 침묵해 버리면 상대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늘 잔소리하던 사람이 말을 확 줄여버리면, 상대에게는 굉장히 의외의 경우인 거예요. ‘뭐지? 왜 저래? 원하는 반응이 뭐야?’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침묵하지 못해서 후회할 때가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이럴 때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친밀하지 않은 사람과 단 둘이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침묵을 견디기 정말 힘들잖아요. 그래서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나면 뒤돌아서 후회하고는 하는데요.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침묵이 견디기 힘든 게 아니라, 침묵의 상황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견디기 힘든 거라고요. 그러면서 예를 하나 드는데요. 식탁에서 말이 없는 남편을 보면서 아내가 ‘왜 말이 없지? 애정이 식었나? 아니야, 내가 열등감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열등감이 심한 거지?’ 생각하는 거예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거죠. 그 생각이 괴로워서 침묵을 깨려고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낯선 사람과 한 공간에 있는 경우에 비유해 보면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저 사람이 되게 불편해하겠지? 나를 숫기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붙임성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면 말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상대는 조용하게 있고 싶을 수도 있거든요. 내가 말을 하지 않는 게 무례하거나 상대에게 신경을 덜 쓰는 일만은 아닌 거죠.

 

 

단호박의 선택

 

『붕대 감기』
 윤이형 저 |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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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해미’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미용실 실장인데 책을 읽는 편이었어요. 항상 오는 손님인 ‘은정’이 책을 많이 봐서 자신이 가장 재밌게 읽고 좋았다고 생각한 책을 선물했는데 그게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이었어요. 그런데 그 후로 은정이 오지 않는 거예요. 해미는 속으로 상처를 받게 됩니다. 한편으로 은정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은정은 홍보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서균’이라는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균이가 갑자기 쓰러진 거예요. 원인을 알 수 없이 의식불명 상태가 되고, 은정은 어쩔 줄 모르는 채로 업무도 제대로 안 되고 미용실을 간다거나 하는 일상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차였죠.


또 다른 등장인물은 ‘지현’이라는 사람이에요. 해미와 같이 미용실에서 일하는 스타일리스트인데요. 지현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고 페미니즘 운동을 계속 하고자 했어요. 같이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탈코르셋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자신은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여자들의 머리를 만져주고 매니큐어를 해주는 거예요. 스스로 너무 상충하는 거죠. “이 거대한 산업의 어디까지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고 어디서부터가 여성을 아름다움에 억지로 묶어 자유를 빼앗는 일일까. 지현은 구분할 수가 없었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어느 날 해미가 아파서 미용실에 안 나오는데, 그 동안에 은정이 와요. 그래서 지현한테 시술을 받는데 지현은 예전 일을 생각하게 돼요. 은정이 아들 서균이랑 같이 왔었는데 서균이 계속 떼를 쓰고 크고 울었어요. 지현은 화가 난 나머지 ‘이런 식으로 애를 돌보지 않다니, 이건 잘못된 것 같다’는 식의 기록을 트위터에 남겼던 거죠. 그런데 은정이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랬을 때 지현은 마음이 무너지는 거죠.


이 소설에는 어떻게 보면 오해라고도 할 수 있는, 혹은 어쩔 수 없이 갈등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와요. 읽으면서 되게 답답한 기분이 들어요. 줄거리를 들으시면서 느끼셨겠지만 동시대의 한국이 배경이거든요. 그리고 인물들이 반목하는 것들이 결코 소설 상의 이야기가 아니고, 거울이 아니라 창처럼 현실이 보이는 거예요.


‘작가의 말’에서도 윤이형 작가님이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 구절이 지금 작가님의 마음 상태를 잘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눈앞에서 문을 꽝 닫아버린 일도 있었고 내 눈 앞에서 문이 꽝 닫힌 일도 있었다. 내 잘못이 아닌 일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강요당한 죄책감에 화가 나기도 했다. 섣부른 판단과 평가가 지긋지긋했지만 언제나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가 한없이 비겁해 보이기도 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콧 저/공경희 역 |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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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 작년 연말부터 차곡차곡 준비를 해왔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동화책을 읽기보다는 추리소설을 읽는 아이였고, 그래서 남들 다 읽은 동화책은 안 읽은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다 커서야 동화책을 한 권씩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 책도 마찬가지였어요. 『작은 아씨들』 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계속 밀리다가, 그레타 거윅이 『작은 아씨들』 을 영화화했고 평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내에 개봉하면 영화를 재밌게 보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둬야지’ 하고 작년 연말에 읽었습니다.


루이자 메이 올콧이 1800년대에 『작은 아씨들』 을 처음 쓸 때는 ‘소녀들을 위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편집자의 요청을 받고 쓴 거였어요. 자신은 소녀들 이야기에 관심도 별로 없을뿐더러 잘 쓰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돈이 될 거라는 편집자의 설득에 두 달 만에 쓴 게 이 책입니다. 책은 나오자마자 2주일 만에 초판본이 다 팔렸고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이어서 두 번째 책을 썼어요. 그래서 『작은 아씨들』 의 1, 2부가 나오게 됐고요. 2권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오랫동안 번역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1권만을 기억하고 있어요. 사실 이 시리즈의 전권은 4권으로 되어 있어요. 『작은 아씨들』 의 원제가 ‘Little women’이잖아요. ‘Little men(작은 신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조가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아서 ‘조의 아들들(Jo’s Boys)’이 나오는데 그게 4권이에요.


올콧의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무능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너무 가난했어요. 그래서 『작은 아씨들』 에 나오는 마치 가의 네 자매 이야기는 거의 올콧 자매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당시에는 여자가 돈을 벌 기회가 없었는데 올콧은 자신이 글을 써서 가족들을 부양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어요.


1권을 세상에 내어놓을 때도 올콧이 이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대요. 감상적이라고 생각했대요. 편집자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대요. 그런데 너무너무 반응이 좋았던 거잖아요. 그래서 2부에서는 작가의 여유가 느껴져요. 조금 더 농담을 자기 스타일대로 쓰고, 더 강한 드라마가 있고요. 2부를 쓸 때 올콧이 조금 더 재미를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책의 의미는, 여자는 남자의 재산일 뿐이었고 어떤 권리도 기회도 갖지 못했을 당시에 어린 여성들의 이야기를 썼다는 데 있을 텐데요. 성인이 되기 전의 미숙하고 납작한 인물들로 그린 게 아니에요. 그 전에는 있지 않았던 형태의 책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를 지녔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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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침묵이라는 무기 #붕대 감기 #작은 아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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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