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디자인 회의 준비는 이렇게
어떤 원고는 처음 읽으면서 이 책은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생각을 한다는 것보다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이 맞겠다.
글ㆍ사진 이정하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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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스토리닷에서 나온 책은 스무 권에 달한다. ‘달한다’라는 표현이 어째 과한 듯싶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그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책 보다 내게는 소중한 책들이니 이 정도 표현은 써 줄 만도 하다.


그 스무 권 책 중 손에 꼽을 정도 책만 빼고 거의 모든 책을 한 곳에서 했다. 바로 앞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어서 아시겠지만, 정제소라는 곳이다. 하지만 이 책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와 다음 책인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은 최종규 작가님과 일을 많이 했던 토가디자인이라는 곳과 함께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니 지금도 살짝 고민이지만 같은 출판사 소속도 아니고 한 출판사 책을 한 편집디자인 회사에서 계속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모 출판사는 한 디자이너와 100종이 넘는 책을 같이 작업했다던데, 그런데 그 출판사는 책을 한 달에 최소 두 종이나 낸다던데 그렇다면 한 달에 그 디자이너는 그 회사 책 두 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일까?


여하튼 지금까지 든 생각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기에 우리 출판사도 계속 같은 편집회사에서 편집디자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작가와 디자이너 사이에 있는 게 편집자이기에, 그 편집자 역할을 내가 하고 있기에 말로 다 하기에는 난감할 때가 많다. 그래서 출판 관련 세미나 같은 프로그램 중 ‘작가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편집자 커뮤니케이션’이란 내용이 들어가 있나 보다.


이 책을 만들 때가 그랬던 것 같다. 계속 편집디자인을 해주던 곳과 어떤 작은 문제 혹은 내 책이니까 조금 더 색다르게 만들고 싶다(첫 책 편집디자인에 대해 내용에 비해 디자인이 너무 딱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을 하면서 알게 된 토가디자인에서 이 책을 만들기로 했다. 아직도 편집디자인 회의를 하러 토가디자인 사무실에 찾아갔던 게 기억난다. 봄이었고, 처음 사무실에 가는 길이어서 노란 후리지아를 한 묶음 사다 드렸다. 남자 두세 분이 함께 사무실을 사용한다는 그곳에서 노란 후리지아가 그렇게 빛이 날 줄 몰랐다. 편집디자인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자신이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면 편집디자인 회의 때 나누는 이야기가 참 중요하다. 나는 원고를 정리하면서 혹은 어떤 원고는 처음 읽으면서 이 책은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생각을 한다는 것보다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이 맞겠다. 나름 그런 그림에 어울리는 재료들 그러니까 비슷한 느낌의 기존에 나온 책이 있다면 그것을 구해서 혹은 비슷한 느낌의 책 사진이라도 들고 이야기를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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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원고는 어떤 작가의 어떤 원고라는 것을 최대한 자세하고 쉽게 디자이너에게 설명해준다. 그런 다음 이런 느낌이면 어때요? 하면서 작업할 책을 위해 준비해온 것들을 디자이너에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것들 예를 들면 판형, 본문은 1도인지 2도인지, 아니면 올컬러인지 정하고, 일정 정리를 한다. 아 참, 계속 그 디자이너와 일을 했다면 전 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도 이런 자리에서 들어주고 얘기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오자. 이 책을 쓸 때도 그랬지만, 만들 때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원고 분량이 나오지 않아서 고민됐다. 그렇다고 원고에 반복된 말을 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삽화였다. 물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고기를 잘 먹는다고 그간 책을 만들 때 삽화를 넣어본 적이 없어서 나에게는 이 작업이 익숙하지 않았다.


보통 삽화를 책에 넣을 때 삽화를 그리는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은 두 가지이다. 디자이너와 삽화가가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고, 편집자와 삽화가가 이야기를 나눠서 삽화를 넣는 경우가 있다. 해보지 않은 것을 할 때는 시간과 돈이 더 든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들었던 점과 책 종이가 보통 때보다 좀 얇은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쉬웠다. 그러므로 만약 디자이너가 제작사양을 정해준다면 총괄하는 사람이 제작사양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이정하 저 | 스토리닷
1인 출판사 스토리닷의 지난 5년 동안 만든 책을 느낀 점, 기획 편집, 디자인 제작, 마케팅으로 나눠 책 만들기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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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1인 출판사 스토리닷 대표이자 스토리닷 글쓰기 공작소 시리즈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