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보고 보겠습니다
『내 팔자가 세다고요?』
릴리스 저 | 북센스
신년맞이 사주를 봤다. 역마가 있어 역동적이고 항상 새로운 일을 해야하는 사주라고 한다. 옛날에는 여자가 이런 팔자궂은 사주로 태어나면 안좋게 봤다는 사족도 들었다. 여자의 사주에는 남편을 살려주는지 기죽이는지 자녀복이 얼마나 있는지가 꼭 들어가더라. 이제는 21세기에 맞는 '나'의 사주를 점쳐보자. 남자복이 많다는 건 다인원 아이돌 그룹에 입덕할 운명일 수도 있고, 결혼운이 없다는 건 기꺼이 비혼할 사주일 수도 있다. (신은지 MD)
몸의 말
『살갗 아래』
토마스 린치, 크리스티나 패터슨, 달지트 나그라, 네드 보먼, 패트릭 맥기네스 저 외 11명 | 아날로그
영국이 주목하는 작가 15명이 피부, 폐, 맹장 등 신체 기관을 하나씩 맡아 에세이를 썼다. 투병기 등 내밀한 기록과 꼼꼼하게 조사한 사실들, 그리고 각종 문학에서 발췌한 문장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타고 들려온다. 신기하게도 타인의 장기 이야기를 보면서 내 건강검진표를 복기할 때보다 더 내 몸 곳곳을 의식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몸에는 이야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날 때부터 늘 함께했고, 나이를 먹을수록 신체에는 아픔과 상실, 회복과 재생의 흔적이 남으니까.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내 몸에는 어떤 기록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양찬 MD)
나의 잘못된 판타지 깨부수기
『성적 동의』
밀레나 포포바 저/함현주 역 | 마티
예전 드라마들을 돌려보고 있다. 분명 재미있게 봤던 것인데도, 거슬리는 게 있었다. 남주인공의 기습적인 스킨십. 여주인공의 입에서는 심지어 싫다는 단어가 나오는 데도 스킨십이 행해지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나는 그런 스킨십이 로맨틱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디어와 우리의 인식 속에는 성적 동의의 그릇된 모습이 박혀 있다. 이 책은 성적 동의란,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기본 지침임을 차근히 설명해준다. ‘안 돼’가 결국 ‘돼’라는 남자 선배들의 농담을 그저 듣고 넘겼던 과거를 씻어내고 싶어진다. ‘손 잡아도 돼?’라고 물어보는 것이 소심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깨부수게 만든다. 동의는 물어보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 (이나영 MD)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편집부 편 | 민음사
먹고 사는 일을 챙기다 보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두기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 담겨 살아가는 처지에서, 내가 세상을 이루는 한 조각인 입장에서, 세상일을 나 몰라라 하는 것도 개운하지 않다. 세상의 이슈에 대해 ‘분량은 짧게, 논의는 두텁게’ 다루는 매체를 기다려 온 이유다. 인문잡지 『한편』의 창간호 소식을 듣고 나는 환호할 수 밖에 없었다. 실로 적절해서 아름다운 기획이다. 창간호에서 다루는 주제는 ‘세대’다. 세대로 구분할 수 있든, 세대로 구분해서는 잘 설명할 수 없든, ‘세대’라는 개념을 빼놓곤 통과할 수 밖에 없는 열 편의 생각을 모았다. 새로운 세대를 “페미니즘 세대”라 선언하는 글로부터 출발한다. (김성광 MD)
네가 너일 수 있는 방법은 별처럼 많아
에드 비어 글 그림/서남희 역 | 주니어RHK
부드럽고 친절한 사자 레나드, 작은 오리와도 금세 친구가 되는 레나드는 햇볕과 풀을 느끼며 걷는 것을 즐긴다. 별을 바라보고 시 쓰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자들은 그가 곁에 있는 오리를 잡아먹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하지만 사자라면 늘 사나워야 한다고 말하는 다수에게 정성껏 쓴 시로 그답게 다정하게,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레나드의 모습이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무던히 애쓰는 모두를 향한 든든한 지지, 그런 메시지와 잘 어울리는 강렬한 색과 힘있는 선이 인상적인 책. (박형욱 MD)
순자는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하루거리』
김휘훈 저 | 그림책공작소
부모님을 잃고 더부살이 하는 순자는 늘 일하느라 바쁘다. 때문에 친구들과도 좀처럼 친해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순자가 학질인 ‘하루거리’에 걸리고, 친구들은 각종 미신으로 순자를 낫게 하고자 애쓴다. 잘 빌었냐는 친구의 질문에 순자는 말한다. “응…죽게 해달라고 빌었어.” 놀란 친구들은 순자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자주 착각한다. 아이들은 모두 늘 순수하고 희망찰 것이라고. 하지만 희망은 그냥 피지 않는다. 누군가를 향한 호기심에서, 웃다 마주친 눈 속에서, 시시한 대화에서 피어난다. 순자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 같은. (이정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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