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희 문학동네 어린이책 부장
어린이책에 희곡이라는 장르가 낯설고도 신선하다.
‘아이들은 연극과 친할 뿐 아니라, 아동교육에서도 연극은 매우 중요한 교육적 도구’라는 교육자들의 평가가 있는데, 매우 공감한다. 희곡이라는 장르가 생소할 수 있지만, 어른과 달리 아이들에겐 감상이 어려운 읽기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시리즈를 구성할 만큼 창작 어린이 희곡이 많은지 궁금하다.
희곡은 어린이 독자에게 익숙한 장르가 아니어서, 일단 널리 검증된 동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시리즈를 구성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은 전문 연극 무대를 위한 대본집이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단행본이기 때문에 창작 희곡 원고를 얻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오래 두고 읽고 싶은 희곡을 시리즈 안에 넣고 싶다.
희곡을 책으로 읽게 한다는 기획에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무엇이었나?
문학 장르마다 다른 즐거움이 있는데, 동화나 동시와는 다른 희곡만의 읽는 즐거움을 안겨줘야 한다는 점이다. 희곡을 읽고 난 뒤 연극을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면서, 친구들과 어렵지 않게 연극 한 편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교실의 아이들 중 누구 하나 소홀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각색을 하는 작가들이 각별히 고민해 집필해주길 부탁했던 부분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자신의 작품을 직접 각색할 유능한 작가들이 있었다.
153X200이라는 작은 판형, 얇은 볼륨, 그 와중에 흔한 그림 하나 없다.
연극 대본으로 아이들에게 매우 실용적인 책이 되기를 바랐다.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어야 했던 이유다. 그림을 넣지 않기로 한 건, 아이들이 연극 무대를 스스로 상상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독자인 아이들에게 오로지 문장으로만 친절하게 다가가고, 더불어 상상력을 한정하지 않는 불친절함도 필요한데, 그 적절한 선이 어디쯤인지 계속 더듬어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시리즈는 모두 국내 작가 작품이다.
물론 다른 나라 희곡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귀띔하면, 독일 쪽 희곡을 찾아보는 중이다.
금세 읽는 분량이라 다음 시리즈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
천효정 작가의 『삼백이의 칠일장』 , 송미경 작가의 『봄날의 곰』 , 김리리 작가의 『뻥이오 뻥』 이 출간될 예정이다. 『뻥이오 뻥』 은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무대를 만든 분이 각색했는데, 무대가 절로 그려질 정도다. 『삼백이의 칠일장』 은 마당극, 『봄날의 곰』 은 뮤지컬로 각색했다. 다양한 공연 형식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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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희곡 삼백이 이야기 일곱 마당천효정 원저 | 문학동네
놀이꾼과 구경꾼히 함께 호흡하며 생겨나는 흥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마당극의 형식이다. ‘이야기꾼’이 이끄는 대로 배우와 관객은 함께 극을 만들어 나가며, 원작에서 조연에 그쳤던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나 새로운 재미를 전한다.
정다운, 문일완, 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