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장, 창작력을 각인시킬 앨범
이전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등의 곡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젊은 세대의 현재를 담아내는 시선도 본작에서 핵심으로 자리하며 ‘세대 대변자’로서의 스텔라장을 비춘다.
글ㆍ사진 이즘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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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장은 그간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활동해왔다. 다채로운 팝과 느긋한 포크가 섞인 EP 는 그의 지향점을 드러냄과 동시에 국내외에서 역주행하며 SNS를 통해 큰 호응을 얻은 싱글 「Colors」를 낳았다. 그에게 범대중적 주목을 안겨다 준 계기였다. 그 후 복고 향수를 자극한 인디 걸그룹 프로젝트 치스비치의 활동과 더불어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의 정규 앨범에 작곡가로 참여하기까지. 비범한 재능을 가진 뮤지션임은 이미 증명했다. 그리고 첫 정규작  은 청취자들에게 그의 창작력을 더욱 뚜렷이 각인시킬 앨범이다.

 

군더더기 없는 프로덕션이 기분 좋은 첫인상을 심는다. 인디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다각도로 수록곡을 매만져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통기타 반주의 간소한 포크 「우르릉 쾅쾅쾅」과 찰랑거리는 전자 기타가 청량한 「Forever」, 뮤지컬을 연상하게 할 만큼 화려한 악기 편성의 「빌런」까지 여러 스타일이 향연을 펼친다. 그 위를 타고 흐르는 보컬 선율도 대개의 히트 가요가 주는 뻗는 느낌이나 중독성은 없지만 곡에 분위기에 맞게, 정격적인 틀에 갇히지 않게 짜여 음반을 유기적으로 진행한다. 그 덕에 12곡의 수록곡에도 작품은 지루함을 내어주지 않고 트랙을 넘어갈수록 다음 곡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이전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등의 곡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젊은 세대의 현재를 담아내는 시선도 본작에서 핵심으로 자리하며 ‘세대 대변자’로서의 스텔라장을 비춘다. 「Good job」은 누구나 겪고 있을 법한 하루 끝의 나른한 저녁을 애정 어린 문장과 느슨한 알앤비 리듬으로 그려 자칫 무난할 수 있는 ‘힐링’을 멋들어지게 표현한다.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곡도 있다. 불안한 밤을 헤매는 피아노 중심의 발라드 「밤을 모은다」, 건조한 보컬로 여행 후의 허무한 감상을 속삭이는 「Reality blue」는 일상에 지친 이들을 쓸쓸히 껴안는 메시지가 되어준다. 각 노래가 저마다의 주제를 담고 있어 공감의 폭은 넓고 트랙 간의 구분도 명확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쓸 줄 아는 가수임을 증명한다. 다양한 문법이 뭉쳐 있음에도 음반의 색이 헝클어지지 않는 것은 스텔라장의 가창이 중심을 잡는 덕이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독특하지는 않지만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함과 도시적인 무드를 동시에 풍기는 매력이 있다. 보이스 컬러에 맞는 자기특화형 곡을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의 특권을 대중적 감각과 배합해 여러 형식으로 확장했으니 그 견고함이 남다르다.

 

아티스트의 심혈과 음악에 대한 진심을 읽을 수 있는 앨범. 좋은 노래와 좋은 목소리, 특유의 시선까지 아로새긴 한 장이 이제 막 정규작의 출사표를 던진 싱어송라이터의 가능성을 전한다. 성급함이나 안일함은 없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악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스텔라장 (Stella Jang) 1집 - STELLA I 스텔라장 노래 | (주) 카카오 M
질풍노도의 20대 후반을 지나며 저를 스쳐간 생각과 멜로디를 붙잡아 눌러 담은 앨범입니다. 부족하고 흠 많은 인간의 산물이니 당연히 부족하고 흠이 많겠지만 저는 이 곡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입장이고 이제 험한 세상에서 각자의 운명을 개척해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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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