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두산, CJ 기획의 최전선에서 쌓아온 고수의 노하우는?
기획업무를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목적과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겁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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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장인에게 어려운 과제로 손꼽히는 업무가 있다. 바로 ‘기획’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기획은 머릿속 생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또 실현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감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업무 영역이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은 기획”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만큼 직장인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획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상사에게 기획안을 제출했을 때 누구나 한 번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좀 다른 거 없어?” “그게 되겠어?”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하는 피드백을 들어봤을 것이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저자는 이런 피드백들이 나오는 이유를 알면 놀랄 만큼 기획이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말한다. LG, 두산, CJ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25년간 수많은 기획안을 주물러온 기획 고수가 자신의 경험과 기획 노하우를 통해 한 번에 OK 받는 일 잘하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10가지 기획의 기술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직장생활 25년 동안 오로지 기획 업무만 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기획 업무를 시작했고, 꾸준하게 이 일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도 궁금합니다. 

대학 다닐 때 연합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매년 한 차례씩 100여 쪽에 이르는 회지를 발간했어요. 그런데 어느 해인가 돈이 없어서 회지를 못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인근 상점들을 찾아가 광고를 실어줄 테니 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고 일이 잘 풀려 회지를 차질 없이 낼 수 있게 됐죠. 당시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인데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기획이 이런 거구나, 안 되는 일을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기획이구나’하는 매력을 느끼게 돼서 직장생활 25년 동안 줄곧 기획 업무만 하게 됐죠.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기획업무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골치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재밌다는 생각을 한 거죠. 나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회사 전체와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에 대한 보람이 기획업무를 재미있게 느끼도록 만든 원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기획은 단순히 기획 부서뿐 아니라 마케팅, 인사, 재무 등 여러 업무 영역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인데요. 기획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기획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치란 조직의 것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의 것이 될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제가 이 책을 쓰려고 ‘기획’을 했는데 책이 잘 팔리고, 제 이름이 알려지고, 경제적 측면에서 수입도 늘어난다면 제 ‘가치’는 올라간 거겠죠. 기획이란 이렇게 무언가 존재하지 않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기획을 하기 전과 기획을 하고 난 후가 분명히 달라야 하는 거죠. 만일 기획의 전후가 달라진 것이 없거나 오히려 가치가 하락했다면 그건 실패한 기획이라고 봐야죠.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과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기획업무를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목적과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겁니다. 업무를 지시할 때 상사는 ‘이 사람이 이렇게 일을 해왔으면 좋겠다’하고 기대하는 사항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 기대와 실제 진행한 업무가 다르다면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업무를 지시한 사람의 의도와 업무의 목적을 파악하기 위한 컨센서스를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질문하고,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상사로부터 확인받고… 많은 사람들이 기획업무를 하면서 재작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단계를 명확하게 거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이 기획업무를 어렵게 느끼도록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고요. 상사의 지시를 이해했다고 착각하거나 무조건 달려들기보다는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기획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의 본질, 즉 핵심을 찾는 것인데 해야 할 일이 명확히 정의되어야만 해야 할 일의 핵심도 찾을 수 있겠죠. 

책에 다양하고 흥미로운 현장 사례가 담겨 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기획 업무는 무엇이었는지요?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라고 하면 M&A나 구조조정 등 거창한 일을 생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리 시절에 회의 시스템을 바꾸자고 제안했던 일을 꼽고 싶습니다. 당시만 해도 회의는 종이 문서를 출력해서 보고하는 식이었고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안건을 사전에 보고 들어온 적이 없었죠. 그래서 모든 문서를 없애고 컴퓨터 모니터를 이용하여 회의를 진행하되, 모든 자료는 적어도 3일 전에 배포하여 회의에서는 내용설명 없이 안건만 집중 토의하는 것으로 제안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30년 전에 제안한 내용이었으니 참신하고 혁신적인 것이었죠. 지금은 고인이 되신 당시 임원분께서 ‘이런 것이 진정한 기획이다’라고 얼마나 칭찬을 해주셨는지 모릅니다.

“보고서는 심플해야 한다.” “1장짜리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보고서에 필요한 딱 ‘한 가지’를 꼽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보고서에 필요한 딱 한 가지라고 하면 ‘상사가 알고 싶은 것’이겠죠. 만일 그게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라면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하면 의사결정 내릴 수 있는 판단근거, 그리고 실행이 필요한 업무라면 실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 등이 들어가야 하는 거죠. 아무리 보고서가 심플하다 한들 보고받는 사람이 알고 싶은 내용이 빠져 있다고 하면 그건 쓸모없는 문서에 불과할 겁니다. 

”OK되는 기획 뒤에 소통이 있다.”며, 신뢰와 칭찬, 상대가 얻게 되는 메리트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직장 내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었습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고 하지만 사고와 판단의 과정에 감정이 상당히 많이 개입됩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상대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뢰나 칭찬, 상대입장에서의 메리트 등은 모두 상대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마음이 멀어진 사람과 감정적 교류를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뢰를 쌓기도 어렵고요. 그러니 무언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평소 자주 부딪치고 의사소통하면서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의 방식도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지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상대를 높여주는 식이라면 모든 소통이 잘 이루어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획업무는 직장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도 기획은 반드시 필요하죠. 되는대로 사는 것보다는 자신의 앞날을 설계해보고 그 그림대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기획에 대해 ‘어렵다’거나 ‘두렵다’는 생각을 벗어버렸으면 합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이 책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부디 이 책을 읽으면서 기획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기획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양은우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거쳐 일리노이주립대학교(UIUC)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LG전자, 두산전자, CJ 프레시웨이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25년간 기술기획, IT기획, 상품기획, 경영기획과 전략기획 등의 업무를 담당해 기획 분야에 잔뼈가 굵다. 

대학 시절, 돈이 부족해 연합 동아리 회지를 발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전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학 주변 상가의 협찬을 받아 회지를 발간하는 일을 기획하여 성공을 거뒀다. 이 일을 계기로 기획에 매력을 느껴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줄곧 기획 업무에 몸담아왔다. 

직장에서 기술 전략과 사업 계획,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밥 먹듯 짰으며,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전사 KPI 체계 정립, ADL과 제3세대 R&D 체계 도입, 다국적 기업 대상 M&A 추진, 미래 신사업 아이템 발굴 및 사업화 등 굵직한 실무를 담당했다. 기획에서 시작해 기획으로 직장 생활을 마친 실무형 기획자라 할 수 있다.

이후 다양한 컨설팅 활동을 거쳐 YTN, 한국경제TV, KBS, MBC 등 다수의 TV 및 라디오 방송 매체에 출연했다. 현재는 CJ,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코오롱 등 대기업 및 환경부, 관세청, 한국전기안전공사 외 여러 공공기관에서 강연, 강의 활동을 펼치며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관찰의 기술』, 『주식회사 고구려』 등 다수가 있다.



기획자의 일
기획자의 일
양은우 저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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