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강화길의 소설 「음복」은 섬뜩한 한 줄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누군가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지만, 권력을 가진 자는 ‘모를 수 있는’ 이야기. 강화길은 그 비대칭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소설에 담긴 정직함만큼이나, 그의 추천사 또한 올곧다. “그의 문장을 응시하고 있으면, 어쩌면 내게 가을이었을, 계속 가을로 남아 있을 어느 날로 돌아간 것만 같았으니까.”(『우리는 같은 곳에서』) “두 사람의 손이 맞닿는 순간, 그러니까 누군가 내민 손을 또 다른 누군가 붙잡은 순간, 그들이 통과한 밤의 영원함이 내게도 다가오기 때문이다.”(『우리가 통과한 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구겨진 마음을 펼 책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화길 작가의 추천사
박선우 저 | 자음과모음
“나는 박선우의 소설에서 늘 빛을 읽는다. 휘어진 빛. 그림자를 드리우는 투명한 빛. 머그잔 속에서 일렁이던, 유유히 앞으로 헤엄쳐 가던 물고기의 어떤 모습. 그의 소설은 내 삶에 잠시 머물렀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떨쳐내려 애썼고, 감히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잊지 못한 어떤 것들. 고백건대, 그 때문에 나는 박선우를 몰래 따라 읽어왔다. 그의 문장을 응시하고 있으면, 어쩌면 내게 가을이었을, 계속 가을로 남아 있을 어느 날로 돌아간 것만 같았으니까. 이제는 알 것 같다. 일부러 어수선하게 흐트러뜨린 그 시간을 내가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의 소설이 바로 그 마음에 빛을 비추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그를 읽은 것까지 나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같은 곳에서 시작된 이야기들 덕분에.”
박완서 저 | 민음사
“나는 박완서에게 처음으로 소설의 언어를 배웠다. 어떻게 박완서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게일 허니먼 저/정연희 역 | 문학동네
“정말 굉장하다는 말밖에. 엘리너 올리펀트라는 캐릭터의 변화는 느슨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그 느슨함 속에는 미스터리가 가득하고,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 독서를 애틋하게 만드는 건, 느슨한 전개만큼이나 자신의 변화를 천천히 받아들이는 엘리너의 태도다. 그녀는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 그러나 행복해한다. 그 마음이, 내 마음을 뜨겁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달라지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비단 그녀만의 것이 아니니까. 3부의 제목이 '더 좋은 날들'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엘리너 덕분에 내게도 '더 좋은 날들'이 왔다.”
기준영 저 | 문학동네
“반드시 단 한 권의 연애소설을 읽어야 한다면 나는 기준영의 책을 고를 것이다. 그녀는 결핍을 이해하는 작가다. 그녀의 인물들은 외로움을 파고드는 대신, 발 마사지를 받으며 오늘도 누군가 나타났구나, 그러니 떠나가겠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다 까무룩 잠든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억하게 되면, 잊어야 하는 순간 역시 자주 찾아온다는 걸 안다. 그래서 상대에게 아무렇지 않게 이별을 고하고 그만큼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산다. 그녀의 소설이 아름다운 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우리가 함께라는 사실을 확신하는 얼굴. 그래서 나는 기준영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설렌다. 두 사람의 손이 맞닿는 순간, 그러니까 누군가 내민 손을 또다른 누군가 붙잡은 순간, 그들이 통과한 밤의 영원함이 내게도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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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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