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재테크, 그중에서도 단연 ‘주식 투자’다.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의 탄생, 10대들이 교복을 입고 주식 거래장을 방문했다는 뉴스를 보면 ‘범국민적 관심사’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에 부응해 서점가와 유튜브에는 주식 시장 읽는 법, 차트 분석법 등 ‘투자법’ 관련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사람들은 주식 투자는 ‘시장’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하는 것이란 사실을 종종 놓치곤 한다. 저자는 ‘회사법’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재벌법’을 알아야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의 돈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며 이들이 알아야 할 ‘재벌법’을 책에 담았다.
‘재벌의 재테크 비법’을 공개하는 책을 내셨습니다. 이런 주제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자 소개를 보니 기업 안에서 법무를, 또 기업 밖 법무법인에서 기업법을 담당하셨더라고요. 이 경험이 집필 동기에 영향을 미쳤나요?
저는 주로 ‘재벌 대기업’을 자문하는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를 시작해 7년 정도 일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그런 대형 로펌 변호사들의 ‘영업 비밀’을 대방출한 것과 비슷한데요. 변호사의 일이 아주 세세한 요건이나 증거를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사실 정신없이 일할 때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여유는 없었어요.
그러다가 회사 지원으로 미국 유학을 1년 다녀온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 학교를 다니면서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예전에 했던 업무들이 뭔가 하나로 꿰어진다는 깨우침의 순간이 있었어요. 재벌 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다투지만,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빈 공간만 찌르다가 흐지부지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너무 어려운 말로 토론하다 보니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저 정치적 논쟁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었고요. 그래서 언젠가 나이가 들면 재벌을 둘러싼 법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을 쉽게 전달해주는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5년 전인데, 생각보다 빨리 출간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코로나19 사태 덕분이기도 하네요.
얼핏 봤을 때는 ‘재벌이 돈 버는 방법’과 ‘재벌을 규제하는 법’이라니,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 ‘치킨코리아’라는 가상기업과 그 주변의 인물을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 덕분에 한 편의 ‘추격기’를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글은 원래부터 잘 쓰셨나요? 또 어떻게 시간을 내서 집필하셨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작가님들 기준으로 글을 잘 쓴다고 전혀 생각하지는 않고요, 변호사로서 어떻게 하면 의뢰인에게 법리를 더 쉽게 전달할까 항상 고민하다 보니 이런저런 비유를 많이 쓰게 됐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대부분 법을 어렵고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해 아예 이해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암기식 학습의 폐해 같기도 하고요.
사실 법은 대부분 상식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주변에 있는 사례로 바꿔 이야기하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하더라고요. 그렇게 법을 이해하고 나면 의뢰인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내면서 더 좋은 논의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 책도 낯선 법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니 글이 좋다고 생각해 주신 것 같아요. 이 책이 교과서처럼 법의 요건이나 판례를 하나하나 해설하며 시작한다면, 아무도 넘겨보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분에게라도 더 책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를 드리기 위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킨집과 친구들 중에 한 명쯤 있을 만한 인물들을 먼저 등장시켜 본 거죠.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요.
이런 생각까지 담아 책을 쓴다는 것은 정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평일에는 변호사 업무를 하고, 저녁에도 많은 약속이 있고, 또 주말에는 꼭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이런 일상 속에서는 책의 주제를 생각하는 것도, 쓰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죠.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가 ‘완벽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이 우연히 생긴 덕분에 책을 쓸 수 있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차 확산되었던 지난 3~4월, 재택근무를 하고 저녁 약속이 모두 취소되면서 몇 년 만에 갑자기 한가한 때가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 하는 생각에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재벌법 이야기를 써보자고 결심했고, 매일 저녁 퇴근하고 집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써 나갔죠.
사실 사람들에게 재벌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다른 행성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만큼 먼 존재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재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민연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날 대부분의 국민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는데, 그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주요 재벌 대기업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총액은 올해 기준으로 130조 원이 넘고, 삼성전자의 9~10% 주주이며, 귀에 익은 회사들의 10% 이상 주주가 국민연금이죠.
그런데 재벌법을 이용해 재벌들이 돈을 벌면, 그만큼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겨요. 내 월급을 떼어서 모으는 연금이 어떻게 투자되고 수익이 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재벌법을 알게 되면 우리나라 회사들의 주가가 반드시 회사의 실적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재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내 연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시사 상식 차원에서도 알면 좋은 내용이기도 해요. 이런 재벌법 관련 기사들은 거의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어요. 우리나라 경제와 관련된 논란의 많은 부분이 재벌법과 깊
은 연관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사들은 친재벌과 반재벌로 나뉘어 싸우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본질을 잘 짚지 못하고 있어요. 재벌법을 정확히 알고 나면 그런 기사들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받기, 지주회사 마법을 이용해 ‘회장님’들은 수천 배의 수익을 올리지만 유죄 판결을 받기가 어렵고, 그것으로 인한 손해가 고스란히 일반 주주에게 돌아온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주주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이런 정보들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참 거대하고도 무거운 이야기죠. 사실 이런 정보들은 대부분 공시되어 있습니다. 상장회사뿐 아니라 많은 회사들의 공시 정보를 볼 수 있는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를 ‘DART’라고 하는데, 누구나 회사 이름과 내용으로 검색해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아주 자세히는 아니지만, 일반 주주도 약간 시간을 들이면 자기가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가 회장님 회사와 거래하는 규모, 회사 이름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공시 정보를 근거로 시장에서 알아서 판단하라는 취지죠.
그런데 공시 내용이 별로 상세하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일반 주주들이 그런 복잡한 거래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또 이렇게 공시되는 것은 이미 회사에서 결정된 이후이기 때문에 일반 주주들이 미리 피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에요. 사실 우리가 주식을 사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우리나라 회사’들이 이런 방식의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 피할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을 아는 분들은 요즘 미국 주식에 많이 투자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 제가 이 책을 쓴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재벌들이 자발적 ‘상장폐지’와 ‘소수주주 축출제도’를 이용해서 개미 투자자의 돈을 편취하고 있다는 부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어지는 답변인 것 같네요. 소수 주주의 주식을 매입해서 자발적으로 상장을 폐지하는 제도는 외국에도 있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재개발 사업을 할 때 압도적인 다수 토지 소유자가 찬성하면 반대해도 일부 토지는 강제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문제는 적절한 가격을 주었냐는 것인데요. 책에서도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주식시장에서의 주가만 기준으로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회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게 하거나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회사 가치와 관계없이 주가가 떨어질 때 그 가격을 기준으로 소수 주주들에게 보상을 하려고 하니 문제인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변동이 심한 주가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회사 가치에 따라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제 제기가 많이 되고 있긴 한데, 내용 자체가 좀 어렵다 보니 공론화가 잘되지 않고 있어요. 또 주식시장의 가격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 객관적인 가격이냐는 인식이 있어서 논의 자체가 더 어려운 것 같고요. 이 법은 자본시장법에 있고 1990년대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 법을 바꾸려는 시도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잘되지 않았습니다. 한 번 만들어진 법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재벌이 문제’라며 고발하는 책은 많았습니다만, 이렇게 재벌이 돈 버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이 모두가 ‘합법적’이므로 모두 따라 해도 된다고 말하는 책은 처음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비난’만 하느라 중요한 ‘논의’를 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앞으로 ‘재벌법’을 어떻게 바라보기를 기대하시나요?
저를 포함해서 사람들 대부분은 비판하는 것,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요. 또 수십 년간 재벌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얘기가 이어지는 바람에 모든 논의가 ‘편 가르기’가 되어버렸죠. 그 탓에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뿐 아니라 중간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요. 계속 문제라고 하면서 해결은 안 되니까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거죠. 두 사람이 싸우다 보면 원래 뭐 때문에 싸웠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목소리만 커지잖아요. 게다가 그 내용이 어렵기까지 하면 정말 알맹이는 없는 싸움이 되어 버리기도 하고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데 문제를 풀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누가 맞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일단 한번 들어보라는 심정으로 학원 교재처럼 차근차근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편집 단계에서 좀 줄긴 했지만, 중간 중간 지루하지 않게 ‘드립’도 넣고요. 그리고 사실을 이해한 다음 다시 판단해 보자고, 건강한 논의를 좀 해 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독자 여러분도 네 편, 내 편 나누지 말고 학창시절 참고서 보듯 일단 이 책의 내용을 최대한 습득해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제가 책에서 제시한 방법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더 좋은지 등 여러 가지 주제로 토론이 오갔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나 직장의 독서모임 같은 곳, 또 친구들 사이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최근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릴 정도로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센데요, 개미 투자자들이 놓쳐서는 안 될 재벌법 한 가지를 꼽아보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10가지 재벌법 중에 개미 투자자들이 제일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상장폐지’입니다. 어떤 회사가 실제 가치에 비해 많이 저평가되었다고 해서 주식을 샀다가 갑자기 상장이 폐지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없어요. 특히 요즘 상장폐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꼭 주의해야 하는 재벌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요즘에는 어떤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계신지도요.
저는 재테크는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우현처럼 딱히 성공한 적이 없어서 일단 열심히 생업에 종사할 것이고요(웃음). 주식을 하고 있긴 하지만, 투자 목적은 아니기에 재테크라고 할 수는 없네요. 말씀드린 것처럼 《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는 몇 년 전에 써둔 메모장의 한 문장에서 시작됐어요. 현재 메모장에도 글쓰기 주제가 몇 개 남아 있긴 한데, 언제 또 쓰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법을 주제로 세 권의 책을 썼으니 이제 좀 다른 것을 써 보고 싶기도 합니다. 법 말고 관심 있는 주제는 역사나 지리, IT 기술인데요, 눈에 뜨일 때마다 관련된 링크들을 모아 놓고는 있는데, 언젠가는 책으로 낼 수 있겠죠?
*천준범 위메프에서 이사로 근무하며 스타트업 내부 법무, 리스크 관리 등의 역량을 쌓았고, 현재 법무법인 세움의 변호사로 이커머스, 기업 위기 관리 및 인수 합병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에서 대형 기업법 및 공정거래법 사건을 다수 처리했고, 지금은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서했다. 뉴욕대에서 경쟁, 혁신 및 정보에 관한 법을 전공했고, 그중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장을 독점한 미국의 거대 기업들에 매료되었다. 아마존, 구글 등의 전략과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법, 그리고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이커머스 기업의 전략을 이 책에 정리했다. 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법과대학원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법학석사를 취득또한 기업을 쫓는 반독점법의 판결까지 제시함으로써,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모바일시대에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