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공룡부터 ‘부산행’ 좀비까지
일단 SF를 즐기세요. 그리고 과학은 나중에 생각하세요. 어차피 SF를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레 과학에 대해서도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을 즐길수록 SF를 좋아하고 재미있게 느끼게 될 거에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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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재미로 가득한 SF에는 과연 어떤 과학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SF와 판타지를 워낙 좋아해 도서관까지 만든 마니아,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이 『SF 유니버스를 여행하는 과학 이야기』로SF 속 과학 세계를 풀어낸다. 유전 공학과 로봇과 인공 지능, 그리고 사이보그와 네트워크, 최신 기술로 실현되는 슈퍼히어로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다양한 과학적 상상, 나아가 우리 인류가 일으킨 재앙의 미래까지 다양한 주제의 SF를 선보인다.



미래 과학, 우주여행, 시간여행, 평행우주, 외계생명체 등 SF 영화에는 다양한 소재들이 있는데요. 어디까지가 SF 장르일까요?

저는 사실 이야기에는 세계관 측면에서 크게 3가지 장르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SF와 판타지, 그리고 현실이죠. 현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가능한 한 그대로 그려낸 것이며, SF와 판타지는 세계에 상상력을 더한 무언가죠. 판타지는 마법과 신비한 무언가의 상상을 더한 세계, SF는 과학적 상상력으로 생각한 무언가를 더한 세계입니다. 설사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상황이라도, 신비한 요소를 더하면 판타지라고 볼 수 있으며, 과학적인 상상을 더하면 SF가 될 수 있죠.

가령 <그래비티> 같은 영화가 "현재 존재하는 국제 우주정거장 같은 게 등장하기 때문에 SF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분명, 그래비티는 현실에서 존재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사실, 완전히 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꽤 많거든요.) 하지만, <그래비티>의 설정이 현대 과학으로 실현된 현실의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 전개에는 '과학적 상상력'이 결합하여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SF라고 볼 수 있죠.

다만, 어디까지를 SF로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기도 해요. 제 경우는 SF도 판타지도 넓은 관점에서 봅니다. 중요한 건 작품을 통해서 그 작품만의 '과학적 상상'을 엿보고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SF 영화를 보면 과학적 상상력이 때로는 현실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SF와 과학, 어떤 관계가 있나요?

서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제가 자주 예로 드는 사례가 있는데, 바로 'SF 속 우주여행 기술'이죠. 행성의 타원 운동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업적을 남긴 천문학자 케플러는 최초의 SF를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솜니움>(꿈)이라는 작품에서 그는 튀코 브라헤의 제자가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엮어냈죠. 그는 당시 최고의 천문학자이자 과학자 중 한 명이었지만, 우주로 날아가는 데는 일종의 마법이 사용됩니다.

19세기의 작가인 쥘 베른은 당시로선 최고의 기술이었던 대포를 이용하여 달로 날아가죠. 20세기 이후 SF 속 우주여행 기술은 로켓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과학이 그만큼 발달했기 때문이죠. 이처럼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SF의 소재와 연출도 발달합니다. 전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두뇌가 SF에 사용되었고, 컴퓨터가 발달하자 컴퓨터 기술이 도입되었고, 컴퓨터 통신으로 나아가게 되죠. 유전자가 발견되고 유전 공학이 발달하면서 이들 기술이 SF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있습니다.

반대로, SF는 과학에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가령 '폴더폰'이나 '3D 프린터' 같은 많은 발명품이 <스타트렉>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잘 알려진 얘기죠. SF는 과학을 통해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고, 반대로 그 상상을 통해서 과학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장르입니다. 그런 만큼 과학이 SF를 발전시키고, 반대로 SF를 통해서 과학도 발전할 수 있죠.

SF 장르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SF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정말로 이런 일이 가능한거야?"라는 놀라움입니다. 영어로 '원더풀(Wonderful)'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가장 가까울까요? 한국어로는 경이라고 번역하는 원더(Wonder)라는 말이 SF에서 가장 중요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SF는 "우리에게 상상하는 힘을 주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이러면 재미있겠지? 이러면 좋겠지? 이러면 안 되겠지?'처럼 스스로 상상을 통해서 질문하게 하는 장르죠.

SF 영화에서는 가상현실, AI, 디스토피아 등 미래를 그리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미래와 가장 가까운 SF 영화가 있다면요?

가장 최근의 작품이 가장 미래와 가까운 작품이 되겠죠?(웃음) SF라는 것은 결국 당시의 과학 기술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레디 플레이어 원>을 고르고 싶어요. 가상현실이 현실과 분리된 또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일부라는 점을 매우 잘 연출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세계의 미래는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닌 만큼 그대로 실현되지 않길 바라지만, 적어도 현실의 미국을 보면, <레디 플레이어 원>의 미래가 그다지 먼 것 같지는 않죠. 지금으로써는 가상현실이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현실의 가능성을 더 넓혀나가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랄 뿐이죠.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 특히 로봇과 관련된 작품을 고르고 싶습니다. 아시모프는 미래에 대한 성찰력을 가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1958년에 쓴 <세상의 모든 문제>라는 단편은, 인류 스스로가 수많은 정보를 입수하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게 자발적으로 모든 선택을 맡겨버린 미래 모습을 제시하고 있죠.

<세상의 모든 문제> 속 세계는 사실 디스토피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토피아이기도 해요. 네트워크는 우리 인류를 진화시켜주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디스토피아로 이끄는 수단이 될 수도 있죠. 아시모프는 그런 상상을 60년도 전에 한 거죠. <레디 플레이어 원>을 이야기한 것도, 네트워크 시스템의 장점과 함께 온갖 문제점을 잘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죠. 결말도 솔직히 그렇게 희망적이진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가타카›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 뽑은 가장 과학적인 영화라고요?

2011년에 선정되었죠. NASA는 과학 기술이 대중과 벗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많은 SF 작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조언하기도 했죠. 하지만 NASA에서 조언을 받고 협력받은 작품 중 상당수는 과학을 완전히 무시한 작품을 만들기 일쑤였어요. 가령 <아마겟돈>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사례죠. 과학적으로 올바르건 아니건, SF는 사람들에게 과학에 관한 관심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과학적으로 그럴듯한 영화, 그렇지 않은 영화를 선정하는 건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과학적 오류가 많은 영화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2012>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죠. 기본 바탕부터가 '마야의 멸망설'이라는 음모론에서 시작하니까요. '마야의 멸망설' 자체가 마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가 거론한 내용인데, 이를 바탕으로 지구 멸망 이야기를 연출하려 하니 과학적으로 그럴듯한 내용이 나올 리가 없죠. 이 영화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멋진 장면을 떠올리고 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러다 보니, <투모로우> 같은 작품을 만드는 반면 <10,000 BC>나 <2012> 같은 작품도 만드는 것 같아요.

<투모로우>도 과장이 심하거나 하긴 했지만, 과학적으로 그럴듯한 면도 많았거든요. 사회적 경각심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도 좋은 영화였고요. <2012>의 경우엔 흔히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옐로스톤의 화산 폭발' 같은 연출은 꽤 그럴듯했다고 생각해요. 옐로스톤은 사실 거대한 화산이죠. 만약 폭발한다면 인류 문명에 큰 위험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죠. 옐로스톤 화산에 대한 경고는 과학 다큐에선 종종 등장하는데, 영화로는 <2012>가 처음이었을 거에요. 중요한 건 과학적으로 그럴듯한지 아닌지보다는 여기서 어떤 상상을 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해요.

모래로 뒤덮인 세상(인터스텔라), 좀비에게 점령된 도시(부산행), 얼어붙은 지구(투모로우), 핵무기가 떨어진 마을(그날 이후) 등 SF 영화 속에서는 유독 인류 멸망에 대한 소재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렇게 되지 않게 주의하자.'라는 경고겠죠. <인터스텔라>의 멸망한 세상에 관련한 인터뷰 장면은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시기의 기록이죠. 우주로 떠나는 당위성을 위해서 넣은 부분이긴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주에도 나가야 한다'라는 이야기는 많은 이가 제시하는 얘기입니다. 

어떤 형태든 경고와 함께 '뭔가 하자'라는 메시지가 필요하죠. <그날 이후>라는 작품이 핵전쟁에 대한 경고를 통해 그 가능성을 조금은 낮추었듯이, <투모로우>가 지구 온난화, 기상 이변에 대한 경고를 통해 그 가능성을 조금은 낮추었을지도 모릅니다. 올해 미국에서 하룻밤에 30도나 떨어진 일이 있었기에 더욱 주목받겠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최악의 상황에 대한 상상의 힘입니다. SF에는 그런 상상의 힘이 존재하고 있죠. 사람들은 모두 미래를 궁금하게 생각하는데, SF는 그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로 보여줍니다. 

과학은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아무리 설명해 봐야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사람의 행동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꾸어야 하고, 마음을 바꾸려면 감동이 필요하죠. SF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 상상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마음을 바꾸고 감동하게 합니다. 그 결과 우리의 미래를 더욱 좋게, 덜 나쁘게 만들어줄 수 있죠.

쥬라기 월드, 혹성탈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인터스텔라, 부산행 등 SF 영화를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다면요?

일단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겁니다. 그냥 놀라고 재미있고 흥미롭게 말이죠. 생각하면서 본다면 이야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거에요. 그러니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일단 보고 즐깁니다. 제 경우는 재미있게 본 작품은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거의 기억하는 편입니다.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되새기기도 하죠.

가능하면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좋죠.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죠? 강화복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이언맨>을 보고 '그냥 멋지다'라고 생각하고 말겠지만, 강화복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다면, <아이언맨>의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릴 거에요. 물론 작품의 이야기 자체가 그런 지식에서 나온 거죠.

SF는 '과학을 통해서 상상한다.'가 중요한 장르에요. 과학 그 자체가 아니라는 거죠. 제가 SF를 '과학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을 꺼리는 것도, 제 책에서 과학적 설정을 소개하면서도 상상에 좀 더 중점을 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일단 SF를 즐기세요. 그리고 과학은 나중에 생각하세요. 어차피 SF를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레 과학에 대해서도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을 즐길수록 SF를 좋아하고 재미있게 느끼게 될 거에요.

이 책을 만난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SF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좀 과장하자면, 가능성을 통해 우리 미래를 아주 조금은 더 좋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은 SF에 과학의 향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인류의 모든 문제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나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상력의 부족은 과학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다고 생각하고요. 조금이라도 과학을 알면 미래를 상상하게 되고, 미래를 상상하면 조금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되겠지요.

SF는 과학을 즐기게 해주는 이야기에요. 왜냐하면, SF는 과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니까요.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능성을 즐기는 장르니까요. 이 책은 그러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친숙하고, 우리의 미래에 가장 관련된 5가지 주제를 고른 것도 이를 통해 SF의 현실과 미래를 느껴보시길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분이 SF의 가능성을 느끼고 과학의 재미, 무엇보다도 상상하는 재미를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나아가 그러한 상상을 통해 우리의 미래가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 관장. 다양한 게임 잡지에서 필자와 기자 생활을 했으며, 게임 제작자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SF&판타지도서관 관장으로서 활동하는 한편, 콘텐츠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여러 학교에서 게임 개발과 스토리텔링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SF, 판타지 장르만이 아니라, 신화, 대중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가르친다. 유튜브에서 세계관 창작에 대한 강의 채널 ‘내 맘대로 판타지 유니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www.youtube.com/pyodogi



SF 유니버스를 여행하는 과학 이야기
SF 유니버스를 여행하는 과학 이야기
전홍식 저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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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