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무엘의 의미 있는 생존작, UNITY II
불안한 성장통과 함께 이를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이 꾸준함이 반갑다. 어떤 식으로든 뻗어 나가는 서사무엘의 의미 있는 생존작.
글ㆍ사진 채널예스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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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음반 (2019)의 발매 이후 한 장의 짧은 EP (2020)을 내놨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올해 발매한 2번째 미니 앨범이다. 작업량이 많고 빠르다. 음악적 욕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중요한 건 빠르고 많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 디스코그래피 (2015) 시절부터, 아니 어쩌면 소포모어 (2016)에 선연히 새겨있듯 그의 시선은 늘 '나'에게 찍혀왔다. 치열한 고민과 서늘하게 외로운 감정들을 글감 삼아 노래를 뽑아내던 서사무엘. 이 풀-랭스는 그의 음악적 에너지가 여전히 생생함을 증명한다.

꼭꼭 씹어 자아를 탐닉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내뱉던 과거와는 다르다. 근래의 그는 조금 더 가벼워졌다. 음악을 통해 '현재', '지금'의 머릿속을 투영하듯 자유롭고 편안하게 곡을 쓴다. 지난 2018년 내놓은 의 후속작인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짧게 짧게 털어낸 노래들은 무겁게 상념에 젖은 주제를 읊지 않는다. 다만 순간의, 오늘날의 무언가를 풀어낼 뿐이다. 때로 그것은 '손에 손잡고 빙글빙글 둘러앉아('원')' 있던 모습으로 소환되고 또 때로 그것은 파란색의 이미지를 통해('청') 그리움, 고독의 순간을 낚아챈다.

일정 부분 이 음악을 통한 스케치 즉, 빠르게 완성되는 곡들 사이 중심 구조가 겹치기도 한다. 단어를 툭툭 던지듯 노래하는 창법은 분명 서사무엘의 트레이드마크이나 그가 핵심 배경으로 삼는 음악적 장르는 몇몇 음반에서 분명 응집력을 흐렸다. 지난 정규 3집 에 수록된 18개의 곡은 충분히 생생하지 못했다. 음악적 트레이드마크인 네오 소울을 근간으로 곡조나 배합이 뭉쳐지기보단 퍼졌고 이게 도리어 음반의 집중력을 흩트렸다. 혹은 앨범이 플레이리스트를 가볍게 스쳐 가도록 했다.

8개의 곡만을 지닌 이번 음반은 그래서 더 깔끔하다. 늘 그랬듯 재즈의 요소를 가져와 자유로움을 담았고 선율이나 중심 멜로디도 다부지다. 이중 돋보이는 것은 보컬 오버 더빙의 활용이다. 미끈하게 미끄러지는 일렉트릭 기타 슬라이딩이 매력적인 '굴레',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사운드를 채운 '때', 색소폰과 긴장감을 불어넣는 타악기를 함께 섞은 '운' 등 많은 노래에 보컬 오버 더빙이 등장. 음악적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데뷔 이후부터 그를 한결같이 대변하는 것은 성실함과 솔직함이다. 한 때 '왜 난 안될까 걱정 안 했으면 해('Y')' 노래하던 그는 지금도 '나만 제자리에 있는 그 느낌이 들 때('때')'를 두려워하고 '결국 어떻게든 굴러갈 테니까('굴레')' 하며 의지를 다잡는다. 불안한 성장통과 함께 이를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이 꾸준함이 반갑다. 통합이란 제목의 이번 앨범은 그렇게 대중에게 가닿는다. 어떤 식으로든 뻗어 나가는 서사무엘의 의미 있는 생존작.



서사무엘 (Samuel Seo) - 3집 The Misfit [2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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