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전문가가 말하는, 90년대생과 잘 지내는 법
90년대생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서 성장하고 싶다면 차이는 인정하고 다양성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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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의 저자 김성남 리더십 전문 컨설턴트 (저자 제공)

세상이 변했다. 기업은 더 변했다. 90년대생이 온다며 새로운 인류를 맞이할 준비로 기업들이 들썩였을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업계를 불문하고 90년대생이 주역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장면은 너무나 흔해졌다. 

이렇게 기업문화가 달라진 환경에서 조직 관리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실무자들로부터 최상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법이 점점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책 『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는 수평적 리더십에서 조직의 미래를 발견하길 권한다. 공감과 존중의 수평적 리더십이야말로 2030 실무자들의 성장 욕구를 자극하고 이들의 아이디어와 성과를 끌어내는 동력이라고 제언한다. 이 책은 리더십 전문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세대의 직장인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해온 저자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에 뇌과학 및 심리학의 지혜를 접목한 결과물이다. 특히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은 관리자, 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은 혁신적인 경영진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리더십 전문가로서 90년대생과 관련된 조직 문화에 주목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현장에서 세대 갈등을 많이 목격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직 또는 리더십 컨설팅을 하다 보면 젊은 직원들과 일하며 힘들어하는 조직의 중간 관리자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90년대생 젊은 직원들을 하나로 모아서 성과를 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하죠. 하지만 젊은 직원들을 인터뷰해 보면 또 전혀 다른 얘기를 합니다. 어려운 취업 관문을 뚫고 나름 큰 기대를 가지고 조직에 들어왔더니 상사와 선배들이 꼰대짓을 해서 못 견디겠다는 거죠. 그 지점에서 90년대생 담론과 꼰대 담론이 조직 사회 안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슈라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한 국내 언론사가 2019년 말 주요 기업 홍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019년 10대 JOB 뉴스’라는 주제로 조사를 했을 때 1위로 꼽힌 키워드는 다름 아닌 ‘기업문화를 뒤흔든 90년대생’이었던 점도 작용을 했고요.

『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에서는 수평적 리더십, 수평적 조직의 중요성을 말씀하십니다. 원고를 집필하실 때 가장 염두에 두신 것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써먹을 수 있는’ 팁을 제시할까 제일 고민을 했습니다. 써먹으려면 내용에 공감이 되어야 하고 방법이 쉬워야 합니다. 공감을 얻기 위해 70년대생들이 조직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90년대생들의 취향이나 가치관과 만나기 어려운 점에 대해 근거를 들어서 설명을 하려고 했습니다. 사변적인 설명은 지양하고 최대한 실제 사례나 행동의 체크리스트를 많이 담았습니다. 제시한 방향은 나름대로 충분한 연구, 고민, 관찰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지만 바쁜 독자들에게 너무 이론을 들이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고 관리자들이 젊은 직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 ‘꼰대’ 소리 안 들으면서 대화나 업무 관리를 무난하게 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행동이 바뀔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90년대생 젊은 직원과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동기부여, 권한 위임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책에서 말씀하셨는데요. 젊은 직원으로부터 성과도 끌어내면서 조직에 활기도 더하는 동기부여, 권한 위임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책에도 썼지만, 동기는 부여되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가지고 있는 거죠. 조직에서는 없는 동기를 억지로 부여하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동기를 꺾지 말고, 잘 끄집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동기를 둘러싼 오해의 일정 부분은 바로 ‘동기부여’라는 용어에 있다고 봅니다. 영어 ‘motivation’을 번역한 것인데, 그 뿌리는 ‘motive’, 즉 행동을 유발하는 원천적인 욕망입니다. 욕망이 마음속에서 생겨나지 누가 집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기성세대의 동기는 ‘간판’, ‘연봉’, ‘승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외에 딱히 바라볼 것도 없었고, 또 열심히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다고 믿었죠. 

90년대생들은 ‘지금 내가 속한 조직에서 그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추구할 수 있는 가치는 매우 다양해졌죠. 워라밸 지키기, ‘부캐’ 만들기, 존중과 공감, 재미있게 살기 등등. 권한 위임은 젊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동기를 잘 발휘하도록 하는 수단으로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시와 명령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권한 위임이 생소합니다. 이걸 바꾸려면 ‘내가 가진 권한을 나눠준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직원을 뽑았을 때는 그 직원이 이미 어느 정도 권한을 가지고 들어온 겁니다. 관리자의 역할은 직원들이 가진 권한을 제대로 발휘하게 돕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책에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구글, 애플이냐’라면서 조직 문화의 혁신을 어렵게 느끼는 작은 회사에서는 어떤 것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구글, 애플이 아니기 때문에’ 혁신을 해야 합니다. 구글, 애플은 이미 기업가치 수백 조 원의 글로벌 대기업이에요. 벌어 놓은 것만으로도 먹고 살죠. 작은 기업들은 돈도 없고, 기술도 약하고, 브랜드도 형편없는데 혁신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구글, 애플도 형편이 좋아서 혁신을 한 것이 아니라, 줄기차게 혁신을 하다 보니까 오늘날 모습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혁신에 대한 편향을 경계할 필요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것은 변화, 큰 것은 혁신’이라는 오해를 하시는데, 꼭 그렇지 않습니다. ‘어렵지 않은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고 한정하는 순간 혁신은 물 건너갑니다. 형편에 맞게,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하면 모두 혁신입니다. 성공한 혁신도 실패한 혁신도 똑같이 혁신입니다.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혁신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문화만 따로 혁신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조직문화가 따라주지 못해 실패했다.” 이것은 혁신에 실패한 기업의 변명입니다. 실제 아이폰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소니의 전 경영자가 물러날 때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소니는 지금 로봇, 차세대 가전, 가상/증강 현실 등 분야에서 다시 세계적인 혁신 기업으로 다시 떠올랐죠.

세대 차이를 갈등의 요소가 아닌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 조직에서 가장 필요한 태도는 어떤 것일까요?

차이는 다양성이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것을 두고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죠. 90년대생들의 생각과 행동이 기성세대와 다른 것은 차이라고 볼 수도 있고 다양성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결국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달린 것입니다. 90년대생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서 성장하고 싶다면 차이는 인정하고 다양성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젊은 직원들이 기존 질서를 잘 따르지 않고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행동하더라도 그것이 생산성을 낮추지 않고, 혁신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막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와 여러모로 다른 후배, 부하라도 일을 잘하도록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선배, 상사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신규 입사자들의 적응을 잘 도와주는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직원 이직률이 52% 낮고, 생산성 향상 속도는 60% 높다고 합니다.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혁신과 매출 성장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는 기업 문화에 어떤 특징적인 변화가 있을까요? 

비대면 업무 환경으로 인해 복합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긍정적인 것은 재택근무가 확산, 정착되는 것입니다. 과거 재택근무를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는데 막상 실행해보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지난 9월에 경영자총협회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조사했을 때 88.4%가 사무직 재택근무를 시행했는데 생산성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향후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대면과 비대면이 혼합된 형태의 근무 방식이 많이 쓰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한 번 형성된 학습 효과 때문에 완전한 대면 근무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고, 특히 90년대생 직장인들은 유연근무나 재택근무를 직장 선택의 한 기준으로 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비대면 근무 환경 속에서도 구성원의 소속감을 유지하고 창의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은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지만, 젊은 직원들과 일하면서 문득문득 ‘나 때’와 비교를 하고 있을 중간관리자 및 경영진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우선 꼰대라는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기성세대가 뭘 특별히 잘못해서 꼰대가 된 건 아니니까요. 누구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꼰대의 특성을 다소 가질 수 있죠. 평소엔 쿨하고 깨어 있는 사람인데 어떤 면에서는 고리타분할 수 있으니까요. 꼰대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특성’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사람을 꼰대라고 낙인찍으면 그 사람은 더 방어적으로 되고, 변화가 더 어려워집니다.

또 중간관리자나 경영진이 조직과 실적을 챙기는 것만큼 먼저 자기 자신을 챙기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가진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책임과 권한을 움켜쥐고 혼자 다 해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크고 중요한 몇 가지는 직접 챙기되 나머지는 위임하고, 리더들도 워라밸을 챙겨야 합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야근하고, 집에도 일을 가져가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다가 공허해지고, 번아웃(burnout)이 오는 거예요. 산업 시대에는 개인의 희생으로 회사가 성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팀이 살아나야 회사가 성장합니다. 리더부터 번아웃된 조직에서는 팀이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책에 쓰인 팁들을 잘 실천하시면 최소한 90년대생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김성남

20여 년 경력의 조직, 리더십 전문가로 삼성, 코트라, 듀폰, SK 등에서 근무했다. 글로벌 HR컨설팅사 머서, 타워스왓슨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컨설팅을 수행했다.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한국어판, <동아 비지니스 리뷰>의 필진으로 활동하며 조직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코칭을 하고 있다. 인문학, 심리학, 뇌과학의 지혜를 경영, 조직, 리더십 분야에 접목하는 게 주요 관심사다.




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김성남 저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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