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고 있는, 기다리는, 주저하는 모든 이의 고민에 관해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심리학 지식과 경험을 담아 따뜻하게 조언하는 책이다. 어른이 되면 사랑이 쉬울 줄 알았지만 여전히 어려웠고, 미성숙했다. 사랑할수록 상처받거나 새로운 만남을 망설이기도 한다. 내 마음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나를 지키는 어른의 사랑법은 무엇일까?
『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는 사랑에 관한 모든 질문에 통설이 아닌 전문적인 심리학 근거로 이야기하며 ‘자가 심리테스트’로서 성인용 애착유형과 나의 연애유형, 마음의 4가지 창 등 나를 점검하는 도구들을 실었다.
전미경 저자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현실과 정서에 맞게 사랑에 대해 배우고 참고하는 계기가 되도록, 그리고 상처받더라도 거절당하거나 혼자 남겨지더라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단단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사랑에 용기 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책의 제목인 『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한창 사랑하는 순간에, 혹은 사랑이 끝난 후에 내 사랑의 문제에 대해 상대방에게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더 좋은 사랑과 더 좋은 결실을 맺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는 자칫 나를 성찰할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어요.
하물며 부모자식 관계의 색깔도, 어릴 때와 다르게 주도적으로 정리정돈을 잘하고 사는 성인도 있는 반면에 평생을 부모의 바운더리에서 헤매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상대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연인을 선택하고 사랑을 유지하고 그 사랑이 맺어질 수도 혹은 헤어질 수도 있는 그 모든 모습들은 내가 만든 역사이기도 하다는 거지요.
사랑하는 연인들의 관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절대로 일방적인 건 없어요. 더구나 인간이 맺는 여러 관계 중 연인관계는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나의 의식과 무의식이 얽힌 최고봉의 관계예요. 성격이나 배경을 넘어서 나의 역사적 콤플렉스, 나의 기대와 욕망, 나의 가족 관계의 역동성 등 이 모든 것이 투사된 관계이지요. 그래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습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성찰한다면, 우리는 성장하며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신 선생님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사랑 질문, 혹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이 무엇이었나요?
사랑 때문에 힘든 분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 오는 경우는요. 대부분이 이별 후 후유증이 많으세요. 흔히 말하는 잠수 이별이나 양다리, 문어다리 이별, 환승 이별, 결혼하신 분들은 상대방의 외도 문제가 대부분이고요. 요즘 가끔 인터넷 베스트로 채택되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막장 연애’ 스토리나 예전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저는 단지 작가들이 쓴 상상력의 세계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실제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놀랠 노자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데 이 모든 질문들이 안타까운 건요. 연애 시작하기 전, 썸 타기 전, 연애 중간에 한창 불타오를 때는 사랑에 대해 질문을 해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사랑이 무엇인지 배울 데도 없고 가르쳐주는 곳도 없고 너나 할 것 없이 미성숙한 상태로 연애를 시작하는 거지요. 그러다가 힘든 순간이 다가오면 책도 읽게 되고 유튜버도 찾게 되고 커뮤니티에 연애 질문도 올리고 막판에는 저 같은 사람에게 와서 하소연도 하고요.
책에는 없는 내용인데 인상에 남는 사랑 이야기가 있어요. 극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중년의 남자분이신데요. 진료실에서 또래 여자분하고 손을 꼭 맞잡고 있는 거예요. 정신과 진료를 권유받아서 오셨는데요, 20년 전에 같은 직장에서 그 여자분을 만나 사랑을 했어요. 남자 쪽 집안이 어마어마해서 심한 반대로 헤어졌고 남자분은 집안에서 골라주는 소위 격이 맞는 여자와 결혼을 한 거지요. 자식도 낳고 살았는데 전 여친을 잊지 못하는 삶이었어요. 여자분은 좋은 사람이랑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었고요.
남자분이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 생각을 하고 실제로 목숨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마지막 소원으로 전 여친을 보고 싶어 했는데 현재 아내와 전 여자분의 현재 남편이 허락을 해주어서 서로 같이 진료를 보러 온 거예요. 둘이 진료 보러 기다리는 내내 손을 꼭 잡고 조근조근 얘기를 하더라고요. 진료 대기 시간이 길면 짜증이 나야 정상인데 이분들은 이 시간이 너무 귀하고 소중한 거예요. 이제 병원 밖을 나가면 서로 각자의 길을 가야 하고요. 남자분은 남은 생이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남자분이 여자분에게 유산으로 뭔가를 주고 싶어 하니 그 여자분께서 마구 화를 내며 거절하시더라구요. 그딴 거 다 필요 없다고.
정신과 진료가 이분들에게 무슨 소용일까 싶었어요. 그냥 그분들의 과거 연애사 듣고, 얼마나 가슴 아픈 심정으로 서로를 베어냈는지를 듣고,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내내 미안하고 안타깝게 남은 사람이라는 것도 들었고, 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 이 사람하고 헤어진 내가 바보천치였다는 얘기도 듣고, 그 당시 상황에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기에 하나도 원망하지 않았다는 여자분의 얘기도 듣고 그랬어요. 각자 배우자들의 너른 이해심에도 놀랐고요. 남녀 간의 사랑 말고 뭔가 더 큰 사랑도 세상에는 존재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제가 내린 처방은 병원 문 닫을 때까지 대기실에서 계시다가 가시라는 거였어요. 단지 두어 시간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려드린 거지요. 한참 동안 사랑이 대체 무얼까? 싶은 화두를 제가 가지게 된 환자분이었어요.
30대의 이별이 힘든 이유는 상대와의 이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이 큰데요. 이제는 괜찮은 상대를 만나기 힘들 것 같아 고민하는 30대에게 들려주실 조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30대라는 나이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30대에 괜찮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어려울 거야, 벌써 다른 사람이 다 채갔을 거야’라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실제로 여자분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결혼정보회사 등에서 여자의 나이가 외모와 함께 큰 점수요인으로 작용을 하니까요. 흔히 선 시장에서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도 소위 나이가 어린 여성이니까요.
사실 이런 고민 자체는요. 내가 어떤 사람인가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나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열심히 선 보고 소개팅 나가고 결혼정보회사에든 등록해서 결혼에 입문하는 것이 맞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결혼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사람은 나이가 30대가 되었고, 얼마 전에 사귀던 연인과 이별을 해서 내가 현재 혼자라는 사실에 그리 연연해하지는 않아요. 지금 다니는 탄탄한 직장도 있고 같이 맥주 마실 수 있는 친구도 있으며 내가 하고 있는 동호회도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엄마의 잔소리는 있기는 하겠지만요. 오히려 이런 분들이 동호회나 인터넷 카페 오프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편하게 연애를 하고, 나이 상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열심히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
30대라는 나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의 내 삶의 책임은 내가 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고, 연애나 결혼 말고도 내 삶은 충분히 충만하며, 나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지 결혼이라는 것을 위해 내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이에 상관없는 자신만의 매력이 있으면 나이는 별로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 매력이 인성이든, 성격이든, 능력이든, 외모이든 뭐든지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나이 상관없이 만남도 따르고 연애도 잘하며 결혼도 잘합니다. 우리가 누구나 먹게 되는 아무런 차별성도 없는 나이 따위에 나 자신의 평가를 왜 맡기나 모르겠습니다. 또한 상대방을 볼 때 나이 말고도 볼 것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나이 때문에 나를 기꺼워하거나 꺼리는 상대와 굳이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할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 30살에 연연할 시간에 나의 매력을 갈고 닦으시면서 자유롭게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에도 언급되는 ‘금사빠(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와 ‘모쏠(연애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의 유형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금사빠와 모쏠의 경우 나의 경계의 문제예요. 금사빠는 그 경계가 너무나 물렁한 사람이고요. 반대로 모쏠은 그 경계가 딱딱한 사람이고요. 금사빠는 미성숙한 사랑을 반복하는 사람이고요. 모쏠은 사랑은 안 해 본 사람이지만 앞으로도 해볼 여지는 있는 사람이고요.
금사빠의 경우 나를 잘 모르고 상대방을 잘 몰라요. 그런데 ‘연애’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어요. 나의 외로움을 누가 구원해줄 거야,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면 나는 행복할 거야 라는 환상이지요.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여자)를 만날 가능성도 높아요. 경계도 물렁하지만 본인의 행복에 대한 고삐도 기꺼이 ‘타인’의 손에 쥐여주는 거지요. 세상을 혼자 사는 것이 힘들어 타인에게 기대면서 편안해하지요.
반대로 모쏠은 적어도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내가 바빠서 사람을 못 만나, 혹은 누군가를 만나도 설레지 않아, 혼자가 편해, 하는 사람들이지요. 딱딱한 경계 속에 나의 행복의 고삐를 ‘자신’이 꽉 움켜쥐고 사는 사람들이지요. 또 세상을 사는데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사람들이구요.
물론 둘 다 장단점은 있어요. 금사빠의 경우 인생의 희로애락은 연인과 나누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반면에 나쁜 연애에 휘말려서 맘고생을 할 수도 있지만 모쏠의 경우 인생의 굴곡은 훨씬 덜 할 수 있지만 좀 단조로운 삶을 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연인과의 사랑 말고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삶의 풍요로움은 얼마든지 있어요.
저는 ‘금사빠’나 ‘모쏠’이냐보다는 내 인생에서 무엇이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 생각해요. 제 환자분 중 오리지널 모쏠인데 자기 고양이 열심히 키우면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는 분이 계세요. 당최 이성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안 가는데 월급 아껴서 고양이 사료 사주고 퀄리티 좋은 비싼 모래 사주고 하는데 그게 그리 뿌듯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우리가 모쏠이라고 해서 감정이 딱딱하고 재미 없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좀 버렸으면 좋겠어요. 단지 연애 관계에서 큰 감흥이 없을 뿐이지 다른 영역에서는 누구보다 더 큰 열정을 가진 사람일 수 있어요.
이른바 코로나 시대에 아예 사교 만남이나 연인과의 데이트가 줄어드는 등 사랑 방식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나 덕목,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얼마 전에 친한 지인인 정신과 의사 선배 언니와 전화 통화하면서 나누었던 얘기입니다. 언컨택트 사회가 되어가면서 사람들은 어디서 사람을 만나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저는 이런 세상에서 ‘연결’의 가치를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삶의 의미가 없고 공허하다는 분들이 외래에 찾아오세요. 의미와 가치가 없다는 것이 바로 이 ‘연결’의 느낌이 없는 거거든요. 무늬만 가족인 가족들, 친구들과도 속 얘기를 하는 사이가 아니고요. 내가 타인 또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어요.
또 하나 이 연결은 ‘본질’과의 연결을 얘기해요. 내가 결혼을 했지만 쇼윈도우 부부다,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 시기와 질투를 한다, 인맥 관리를 위해 모임을 들기는 했지만 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니다 등은 서로의 ‘본질’과 연결이 안 된 거지요. 본질은 외적인 것이 아니고 내적인 것이고 정신적인 것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점점 더 대인관계가 협소해지고 없어짐에 따라, 나에게 맞는 것들의 ‘본질’과의 탄탄한 ‘연결’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삶을 살게 해줄 겁니다. 사랑은 그 ‘본질’과 ‘연결’을 해주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고요. 사랑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면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랄까요? 여러분이 누군가와 본질과 내면적으로 연결되는 행복한 경험을 누리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모르는 채 사랑하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나에게 맞는 사랑, 내가 행복한 사랑을 하기 위해 우선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면 구체적인 실천법이 무엇일까요?
나를 모르는 채 사랑하면 극단적으로는 『인형의 집』의 ‘노라’가 될 수 있어요. 남이 정해주는 남의 인생을 살다가 한순간 깨달음이 오면서 집을 가출해버리지요. 아까 질문 중에 30대가 넘으면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나기 어렵다, 라는 것도 남들이 정해놓은 프레임이고요. 실제로 제 환자분 중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집안에서 주선한 선을 본 후 결혼을 하신 분이 있어요. 그러다가 이혼을 하고 현재 혼자 살고 있는데요. 본인 스스로 엄마가 바라던 양갓집 규수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30대가 되니 아니더라 하시면서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야 알고 공부하면서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스스로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달고 사는 분들이 많아요. “당신의 성격은 어떠세요?” “내성적인 편인 거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요.” “마케팅 업무와 편집 업무 중에 어느 것이 본인에게 잘 맞나요?” “잘 모르겠어요….” 등등 본인의 취향이나 성격,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할 때 우유부단함을 내보이지요. 이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은 ‘나를 들여다보기 싫어요 = 내 선택에 확신이 없어요 = 살면서 스스로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요 = 내 선택에 책임을 지기 싫어요’와 동급의 말들이에요.
이제부터라도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쓰지 않고 열심히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세요. 한순간 한순간 스스로에게 깨어있자는 거예요. 스스로에 대한 것을 넘어 왜 내가 이 사람을 선택했는지, 왜 내가 연애를 하는데 불편한 감정이 드는지,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아니고 스스로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거지요. 이런 연습이 나를 아는 첫걸음이 되고 상대방을 알게 되는 두 번째 걸음이 되고 진정한 나의 행복으로 가는 세 번째 걸음이 됩니다.
이 책의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주변에 결혼한 부부들을 보면요. 우스갯소리로 다음 생에는 지금의 배우자와 살지 않겠다, 결혼 같은 건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해요. 저는 이 말들이 참 의아했어요. 흔히 말하는 연애라는 것을 해서 스스로 선택한 배우자거든요. 왜 이런 말이 한국 사회에 차고 넘칠까 싶었어요. 제도적인 이유와 사회 문화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사랑에 대해 잘 모르고 사람들이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배우자가 나에게 맞고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을 모르고 나이가 차면 결혼을 덜컥 해버리는 거지요. 고르고 골라 조건을 맞춰 결혼한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아, 결혼이라는 건 풀어본 후에 무엇인지 아는 랜덤박스 같은 거구나 저도 어린 나이에는 그리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사람 보는 눈도 커지고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치도 늘면서 사랑에 대해서도 막연하고 측정할 수 없는 미지의 것이 아닌 현실적이고 심리학적이고 우리가 배워서 익힐 수 있고 키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더라고요. 사랑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예쁜 사랑을 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세요. 사랑은 나의 모습이 투영된 그 어떤 것이기에 열심히 보고자 들면 들여다볼 수 있는 덕목입니다. 사랑이 불확실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나의 의지로 가꾸어 나가고 다듬어 나갈 수 있는 것이고요. 그 사랑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정리할 수 있는 용기를 독자들이 가졌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에 끌려다니는 존재가 아니고 사랑을 원할 때 끄집어내고 꾸려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 그 위대함에 대해 우리가 현명한 눈을 키우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미경 중독정신의학 분야의 연구를 주로 진행했으며, 수련의 시절부터 본인이 가진 지극한 내향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자존감, 감정 능력 등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2030들의 문제를 그들 세대의 가치관으로 열린 태도로 이해하는 마음의 멘토이다.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는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감정’의 문제를 파고든 책이다. 그는 흔히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는 데에만 집중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 능력을 키울 때,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만들어지고 동시에 타인과 공감하는 리더십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성 안드레아 병원, 제주 한라병원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천안에 있는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있다. 청각장애우 환자들을 위한 수화 진료, 인도 뉴델리 현지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카리 초등학교를 직접 설립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SBS <긴급출동 SOS 24>, <언니한텐 말해도 돼> 등 여러 프로그램의 자문을 맡았으며, 인문 심리 분야 베스트셀러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를 비롯하여, 『퇴근길 인문학 수업(공저)』를 집필하고 『괜찮아, 괜찮아』 『어린이 감정 사전』 등의 감수를 맡았다. 저술과 강연을 비롯 유튜브 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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