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ENFP의 취향으로 고른 책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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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이번 주제는 캘리 님이 추천해 주셨습니다. ‘엔프피(ENFP)의 취향으로 고른 책’인데요. 갑자기 떠올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캘리: 재밌는 주제로 했을 때 하트가 많았던 것 같아서요.(웃음) 

불현듯(오은): 책 소개 전에 ENFP 특징을 소개해볼게요.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인 활동가 타입이라고 하고요. 따뜻하고 열정적이며 늘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며 시도하는 유형이랍니다. 단점은 반복되거나 일상적인 일은 참지 못하고 사회적인 통념과 틀에 박히는 것을 지루해야 하기도 한대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신신예식장』 

한승일 글 | 클


표지가 정말 예쁘죠. 레트로 느낌이 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도 있어요. 책의 카피는 이렇습니다. “결혼은 선택 예약은 필수.” 이 책은 지금도 ‘신신예식장’이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 백낙삼, 최필순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 에세이입니다. 신신이라는 이름도 너무 귀여운데요. 이곳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 위치한 예식장이고요. 1967년에 문을 열어 50년 넘게 운영이 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예식이 무료예요. 지금까지 1만 4천 쌍이 넘는 부부가 이곳에서 예식을 진행했다고 해요. 영화 <국제시장>에도 등장하고, TV에도 주인 분들이 많이 출연을 하셨어요. 저자인 한승일 님이 2년 동안 서울과 마산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백낙삼 할아버지와 최필순 할머니에 대해 썼습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이 책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은 건 할아버지가 너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소개를 해드릴게요. 

백 할아버지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교육자의 꿈을 품고 중앙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을 했는데요. 집안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결국 낮에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밤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강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우연히 보게 되고요. 사람들 기념 사진을 찍어주면 돈을 벌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지만 그 시절 카메라가 엄청 비쌌잖아요. 다행히 할아버지의 성실함을 지켜본 자동차 정비소 단골 택시 회사 사장이 나중에 돈을 받기로 하고 카메라를 사줍니다. 사진을 찍어 돈을 벌게 됐는데 역시 가족들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다시 사업을 구상해요. 조금씩 사업이 체계가 잡혀가는데 5.16 군사정변이 터져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죠. 이어 최필순 할머니와 혼인을 한 할아버지는 가정을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200원을 저축하지 않으면 굶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악착같이 살아요. 8개월 만에 목돈을 모았고, 카메라 가게를 열었는데 가게가 번창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카메라 가게 옆 2층 건물을 누군가 판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가 그 건물을 142만 원에 구입합니다. 한 장에 20원짜리 길거리 사진사에서 건물주가 되신 거고요. 그곳에 신신예식장이라는 무료 예식장을 열었어요. 힘들게 사업을 성공해 얻은 것들은 사회와 이웃에게 나눠주고 싶어 했던 마음이 너무 멋있었어요. 또 할아버지가 유머가 대단해요. 힘든 상황에도 약간의 유머를 잃지 않는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날마다 구름 한 점』 

개빈 프레터피니 저/김성훈 역 | 김영사



요즘 너무 예쁜 날들이잖아요. 봄이고요. 올해도 멋진 구름을 만나길 바라면서 책을 펼쳤습니다. '구름감상협회'라는 곳이 있대요. 이 책은 전 세계에 있는 협회 회원들이 보내온 사진 중에서 365장을 선정해서 실은 사진집이에요. 제 생각엔 저자가 ENFP가 아닐까 싶은데요.(웃음) 소개글 처음 세 문장이 이래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들에 맞서는 구름추적자. ‘푸른하늘주의’의 진부함을 퇴치하기 위해 2005년 ‘구름감상협회(Cloud Appreciation Society)’를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는데, 현재 이 협회는 120개국 5만 3천 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다. 구름에 빠져 지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그 원리를 이해하는 일에 매료되어 이른바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다.”

저자의 테드 강연이 130만 뷰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예스24 책 소개 페이지에 들어가면 보실 수 있어요.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말이 있어서 소개할게요. 

이 얼마나 목표가 없는 활동입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좀 더 천천히 현재에 머물면서 해야 할 일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상상력을 일으켜보세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것이 영혼에 좋습니다.”  

어떤 시간이 내 앞에 놓여 있을 때, 무언가 해야 할 것 같고 아무것도 안 하면 내가 되게 게으른 것 같잖아요. 잘못한 것 같고요. 그런데 그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구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오히려 나를 더 현재에 있게 하고, 기분 좋게 하는 것인데 말이에요. 왜 그걸 안 하느냐고 저자는 구름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얘기하는데요. 이 영상도 같이 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책은 구름의 생성 원리나 구름의 종류 등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은 역시 '적운'이더라고요. 뭉게구름 있잖아요. 맑은 하늘에 모양이 선명하게 떠 있는 구름 말이에요. 진짜 나만의 구름을 찾으면서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자는 “도시인들에게는 하늘이야말로 마지막 남은 진정한 야생이다” 라고 쓰거든요. 사실은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그냥 고개만 들면 바로 자연인 거예요. 그 생각을 하니까 조금 답답한 게 좀 없어지기도 했고요. 언제든지 야생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어요. 날씨 좋을 때, 공기 좋을 때 하늘 많이 보시고 즐겁게 지내요, 우리.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우정 그림책』 

하이케 팔러 글 /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역 | 사계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100 인생 그림책』을 쓴 작가들이 다시 또 뭉쳐서 쓴 책인데요. 이 책이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책의 씨앗은 한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싹 텄습니다. 몇 달 전에 알게 된 친구였죠. 여남은 명의 손님들이 모여서 베를린 밤풍경을 보는 유람선을 탔대요. 한동안 못 보다 다시 만난 학교 친구들, 부인의 친구였다가 이제는 자기 친구들이 된 사람들, 직장 동료들처럼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사람들 등이 있었죠. 친구는 우리가 서로 알게 된 것을 일종의 친밀한 연애라고 묘사했대요. 작가는 파티에 갔던 그 날을 떠올리면서 우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정이 어떤 것인지를 한 번 알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이 책은 우정이 어떤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수많은 우정들을 한 데 모아서 우정이 이렇게 각양각색으로 빛난다는 것을 파악하는 책이에요. 

내게 10명의 친구가 있다고 하면 한 명, 한 명 다 다른 빛깔의 우정이라고 할 수 있죠. 어떤 친구는 힘들 때 보고 싶고, 어떤 친구는 신났을 때 흥을 나누고 싶고, 그냥 무턱대고 기대하고 싶은 친구도 있고, 가장 속 깊은 이야기까지 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요. 우정은 이렇게 다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친구가 더 좋고, 싫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각각의 우정은 그 자체로 단단한 씨앗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의 씨앗을 이야기하면서 우정의 씨앗을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우정이라는 단어가 조금 낯간지럽다고 느꼈어요. 사랑만큼 그랬는데요. 사랑은 더 큰 개념이라 가끔이나마 말할 수 있지만 우정이라는 말은 일상 생활에서 잘 안 쓰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우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솔직한 감정인지, 그리고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만나고 있는 교류하고 있는 친구들이 떠오르면서 각각의 우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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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예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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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일 글,사진
날마다 구름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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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빈 프레터피니 저 | 김성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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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그림책
우정 그림책
하이케 팔러 글 |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 김서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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