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도 서사가 있으니까, 레드벨벳 조이
SM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시도가 아주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K-POP 신에서 활약 중인 음악가를 통해 매력적으로 구현됐다. 웃음의 조각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실을 줄 아는 조이라는 음악가 말이다.
글ㆍ사진 박희아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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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제공

뒤로 젖히고 커다란 소리로 웃는다. 막 데뷔를 했을 때부터 그는 늘 그렇게 웃었다. ‘행복(Happiness)’의 무대 위에서도, 멤버들과 함께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콘서트에서 팬들을 만나면서도 그의 웃음소리는 크고 경쾌했다. 조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언제나 가장 먼저 눈웃음과 함께 가끔은 터프하기까지 한 웃음소리가 함께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주 웃는다고 해서 그 웃음의 의미가 매번 같은 것은 아니다. ‘피카부(Pick-A-Boo)’나 ‘배드 보이(Bad Boy)’, ‘싸이코(Psycho)’와 같이 다소 어둡고 기괴한 정서를 보여주는 곡에서 조이는 웃음의 데시벨을 조금 낮추고 살짝 미소를 띠면서 곡의 무드를 전달했다. 본래 자신이 지닌 경쾌하고 명랑한 이미지를 서늘한 미소 뒤에 감춘 것이다. 어느새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조이의 모습은 마냥 해맑던 데뷔 시절 이후로 그가 얼마나 다양한 서사를 전달할 수 있는 가수가 되었는지 얘기해주고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이의 스페셜 앨범 <안녕(Hello)>은 그 웃음의 서사를 모두 품고 있기에 흥미롭다. <안녕(Hello)>은 지금의 한국 대중가요 신 안에서 독보적으로 특별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그의 장점을 아주 잘 살린 작품이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모든 곡의 편곡자를 달리하면서 조이의 목소리가 가장 매력적으로 들리는 지점을 찾아냈고, 조이와 함께 만들어온 다채로운 이미지들을 하나의 퍼즐로 맞추는 데에 성공했다. 

덕분에 이 앨범은 조이가 레드벨벳 바깥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로지 그의 개성만으로 똘똘 뭉친 이 EP는 일반적인 리메이크 앨범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히는 원작자의 위상을 서서히 흐릿하게 만들면서,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조이가 밝게 웃기만 하던 소녀에서 어떤 색채를 가진 음악가로 자랐는지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SM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시도가 아주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K-POP 신에서 활약 중인 음악가를 통해 매력적으로 구현됐다. 웃음의 조각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실을 줄 아는 조이라는 음악가 말이다. 어떤 아이돌의 서사는 이렇게 신선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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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