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독서 모임이 존재하는 이유는 ‘함께 읽기’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책 모임을 하면 혼자 읽을 때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관점을 얻어 시야가 넓어지고, 독서의 동력이 지식, 증폭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본격적인 비대면 시대가 오면서 각종 책 모임이 중단되었다. 잠시 좌절하던 모임 회원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온라인 비대면 모임이다.
『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은 도서관, 교육청, 중고교, 대학 등에서 독서 토론과 글쓰기를 강의해온 저자 4인이 ‘온라인 책 모임'만의 특징과 문제 상황을 분석하여 비대면 독서 모임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다.
요즘은 주변에서도 줌이나 구글 미트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온라인 책 모임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온라인 책 모임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코로나 전부터 곳곳에서 온라인 책 모임을 운영해왔어요.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온라인 책모임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자본론』을 함께 읽기였어요. 혼자서 읽기 어려운 책을 매일 발췌를 나누고 단상을 적어 가면서 완독했어요. 온라인 책모임의 가장 큰 매력은 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다는 점입니다. 책 모임에 가는데 걸리던 이동시간과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롭고 독서 습관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기에 꾸준히 했어요. 무엇보다 무료하고 지칠 수 있는 일상에서 모임을 지속하다 보면 생활의 활기를 잃지 않아 좋아요. 내 생각에 갇히기 쉬운 ‘알고리즘의 시대’에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으니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것 같아요.
온라인 책 모임이 처음인 분들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먼저 온라인 책 모임 정보를 어디서 얻을지 막막할 수 있어요. 다양한 커뮤니티, 책방, 출판사를 팔로우하고 찾아보세요. 책 모임 공동체 숭례문학당도 좋아요. 관심 분야의 모임부터 참여하면 좋겠죠. 책 모임 운영자라면 내가 잘 운영할 수 있을까? 덜컥 만들었다가 참여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어쩌지?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어요. 일단 다른 모임에 참여해보고, 모임을 만들어도 좋겠죠. 해당 모임 운영자에게 연락해 참관 여부도 문의해보세요. 말을 잘 못해도 되고, 독서량이 적어도 괜찮아요. 잘 듣는 것만은 자신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어요.
온라인 책 모임을 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장비가 없어도 괜찮나요?
어떤 플랫폼에서 모임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보통 노트북이나 핸드폰에는 카메라나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어요. 데스크톱은 내장되어 있지 않고, 노트북 사양이나 브랜드에 따라 부가 장비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마이크, 조명, 배경지 등 온라인책 모임에서 필요한 장비는 선택 사항입니다. 장비가 계속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여해주는 업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더 좋은 화질을 원하거나 명확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면 웹캠이나 마이크 정도로 사용해도 좋겠어요. 장비가 부족해도 회원들과 소통하겠다는 마음이 크다면 부담 없이 참여해보세요. 마음 읽기가 먼저, 그리고 장비예요.
온라인에서 책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오프라인 책 모임보다 쉽게 불참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책을 함께 읽고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는 본질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같아요. 단 방식이 다를 뿐이지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책 모임의 차이점은 첫째, 모임 규모의 변화예요. 오프라인 책 모임이라면 회원 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변수가 적은 반면 온라인 모임은 지역 상관없이 참여하다 보니 예상 인원보다 많거나 적을 때가 있어요. 둘째는 친밀감의 차이입니다. 대면을 하면 목소리를 듣고 시선을 주고받으면서 생기는 친밀감이 있지요. 온라인은 친밀한 정서를 쌓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요. 셋째는 공간의 차이인데요. 같은 공간이 아닌 각자 익숙하고 편한 장소에서 모임에 참여합니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새로운 대화법이죠.
책 모임을 꾸려가는 운영자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이 가장 고민인가요?
때로 운영자는 침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오는 사람들보다 더 무서울 때도 있으니까요. 사실 책을 보지 않고 오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도 참여 의지만 있다면 토론을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운영자라면 책을 보지 않았어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말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발언하도록 내내 안간힘을 쓰다가, 마칠 때 독서 토론이 할 만하다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갖게 해야 하니 책임감을 느껴요. 이 고민을 해결할 방법만 찾는다면 전 독서 토론의 달인이 되어있을 거예요.
책 모임이 처음이라 낯을 가리거나 소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운영자가 긴장할 모임이네요. 사람들이 낯을 가리거나 참여를 잘 안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모임을 바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먼저, 긴장을 풀도록 수다 시간을 자연스럽게 배치해요. 마음 풀기, 몸풀기, 입 풀기 시간이죠.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개하기도 해요. 직업이나 나이 말고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 이야기로 자신을 표현해요. 소재가 떨어지지 않죠. 집중력도 최고조에 이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니까요. 나도 저 책을 읽어봐야지 이런 마음도 먹게 되어 좋아요. 할 말 없다는 사람에게도 마이크를 주고 자연스럽게 들어주는 분위기를 만들면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가 나와서 좋아요.
책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서로 의견이 달라 충돌하는 경우도 생길 것 같아요. 이럴 때 온라인상에서 어떤 식으로 중재를 하면 좋을까요?
아주 가끔 벌어지는 상황이에요. 나는 매우 좋게 읽고 온 책이 평가 절하되거나, 힘들게 본 책을 호평하는 분위기라면 이견을 꺼내게 되죠. ‘나만 이렇게 읽었나 봐요’ ‘저는 그게 와닿지 않더라구요’와 같은 표현도 나옵니다. 반박이나 반대, 반론이라는 단어를 쓰진 않지만 은근한 반대 입장이랄까요. 그럴 땐 책 모임 진행자가 ‘다르게 볼 수 있죠’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군요’ ‘조금은 다른 입장입니다’라며 순발력 있게 진행해야 해요. 책을 읽는 시선은 다양하다는 사실을 은근히 강조하는 거죠. 혹여 상처받는 참가자가 나오면 안 되니 특정 발언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서도 안 되고요. 치우치지 않기, 균형을 잃지 않기. 기억해야 할 진행 팁이에요. 모든 의견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면 무탈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온라인 책 모임을 시작하거나 운영하고 싶은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한 클럽하우스 북클럽에 나온 오피니언 리더에게 이런 질문이 도착했어요. “꾸준히 책을 읽고 싶은데 자꾸 중단하게 되어 고민이에요” 리더는 이런 해결책을 꺼냈어요. “책 모임을 직접 만들어보세요!”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능동적으로 책을 읽게 되니 독서 습관 기르기엔 가장 좋다고 했어요. 너무나 공감해요. 말주변도 부족하고, 낯가림도 심하고, 책도 별로 안 읽었지만 책 모임을 해보고 싶다면 오늘 당장 신청해보세요. 처음엔 듣기부터 시작해도 되니까요. 혼자는 결코 읽지 않을 책, 평생 만날 수 없는 작가, 쉽게 들을 수 없는 견해를 접하다 보면 책과 사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없어져요. 자신감 있게 어떤 책이든 읽을 수 있어요. 잘 못해도 됩니다. 잘 경험하면 되니까요. 이제 시작하려는 분, 정체기를 겪는 분, 더 잘하고 싶은 분 모두 『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세요!
*김민영 방송작가, 영화비평 활동가, 출판 기자로 일했다. 저술과 강의가 업인 프리랜서 15년 차 작가다. 서울시교육청, 국립중앙도서관, 서울교대, 숙명여대, 중앙대에서 독서 토론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하루를 책 모임과 글쓰기, 운동으로 구성하며 ‘글 쓰는 도넛’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지은 책으로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공저 『질문하는 독서의 힘』 『서평 글쓰기 특강』 등이 있다. *류경희 독서 토론 강사 및 연구자. 가톨릭대 대학원에서 독서교육을 전공했다. 학교, 공공 도서관 및 교육청 등에서 독서 토론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진행한다. ‘어른도 그림책’, ‘온라인 독서 토론’, ‘박완서가 그리울 때’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연구 논문은 「중년여성의 인문그림책 경험 연구-독서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이며, 공저로 『글쓰기로 나를 찾다』 『김동식 소설집으로 토론하기』 『이젠, 함께 걷기다』 등이 있다. *오수민 독서 토론과 글쓰기를 강의한다. 책 모임을 하면서 소심함에서 탈출한 전직 대학 강사이자 숙명여대 이학박사다. 경북대, 숙명여대, 청주대에서 강의했다. 전남교육연수원, 경기도혁신교육연구원, 학교, 도서관에서 독서 토론을 진행했다. 숭례문학당에서 ‘온라인 어린이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수백 명의 어린이들에게 글쓰기의 재미를 전파하고 있다. *이혜령 독서 토론 강사와 작은도서관 운영자로 활동한다. 책과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책 모임을 만들고 운영한다. 도서관, 학교, 지역 공동체에서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을 두루 만나고 있다. 경기도언어교육연수원, 경기도독서토론 리더 과정, 경기도신규공직자 연수, 인천광역시서부교육청 토론 등 많은 교육을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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