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서 생활 탐구
우리는 요즘 책을 통해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요? 온갖 종류의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변함없이 책을 읽고, 책을 통해 연결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유한 방식으로 독자를 만나고 있는 뉴스레터, SNS, 출판사와 서점, 북페어 운영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집사”
인스타그램 매거진 ‘포엠매거진’의 프로필 사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시집을 사라는 말인지, 시의 ‘집사’라는 뜻일지 알쏭달쏭 유쾌한 것이 딱 ‘포엠매거진’ 답습니다. 밈(Meme)과 굿즈를 활용해 누구보다 시를 재밌게 가지고 놀면서도, 진정성 있게 시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는 포엠매거진의 배동훈 대표를 서면으로 만났습니다.
운영하는 계정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시와 사랑에 빠진 포엠매거진(@poemmag) 대표 배동훈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쉽고 간편하게 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포엠매거진은 밈을 활용한 B급 콘텐츠를 중심으로 시가 '힙하다'는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각인시킨 대표 채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콘셉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많은 분께서 시는 어렵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시와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짐작했고요. 근데 이제는 알거든요. 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나 태도가 시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요. 그렇다고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으니, 소개하는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브랜딩을 했는데요. 당시 늘 마음에 새기던 말이 있어요. ‘정반대의 속성을 가진 둘이 만나면 세상에 없던 것이 탄생한다’. 문학이라는 장르 안에서 시는 비교적 어렵고 난해하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반대로 인터넷 밈(meme)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가볍죠. 그 둘을 적절히 섞으면 사람들이 시를 마냥 어렵게만은 생각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포엠매거진’하면 재기 발랄한 굿즈, 포엠맥 백일장 등 구독자들과 쌍방으로 소통하는 콘텐츠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콘텐츠를 만드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찾자면 2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 번째,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콘텐츠인가? 두 번째, 시를 알리는 데에 도움이 될까? 이 2가지 기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저는 성공한 콘텐츠라고 봐요. 애초에 포엠매거진의 시작 자체가 이에 부합하거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게 전부예요. 세세한 기준들을 정하는 순간 재미없어질 것 같다는 걱정도 있네요. 아이디어는 그냥 삶을 살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론 채널 운영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먼저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야 만족스러운 콘텐츠가 나오더라고요.
포엠매거진 팝업스토어
사람들이 포엠매거진에 호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러게요. 저도 구독자분들께 묻고 싶네요. 왜 포엠매거진을 좋아하시나요? 늘 궁금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자면… 구독자들과 친구처럼 소통하는 점이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초에 시라는 장르가 가볍지 않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숭고한 존재일 수도 있는데, 시를 소개하는 계정주까지 딱딱한 톤앤매너를 갖는 건 이를 가중시킬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가볍고 친근한 톤앤매너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반말도 하면서, 한없이 가벼워지기도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시와 더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과학을 소개하는 크리에이터 ‘궤도’님도 방대한 지식을 갖고 계시지만, 방송에서는 가벼운 농담과 드립을 섞어가며 이야기해요. 너무 진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장르에 대한 이미지로 고착화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출판계 안팎으로 협업 요청이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행사, 산문집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 출간 등 SNS 바깥에서도 독자들을 만나고 계시죠.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오프라인 독서 파티를 개최하는 것이 올해 목표였는데, 지난 9월에 예스24와 함께한 제1회 서울리딩파티를 통해 이뤘습니다. 그래서 당장의 새로운 목표는 없네요. 늘상 하는 이야기만 현상 유지가 목표입니다. 제가 일궈낸 일상의 평화를 오래도록 잔잔하게 유지하고 싶어요.
 
서울리딩파티
포엠매거진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현실에서 구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순간은 늘 기억에 남아요. 팝업스토어나 강연을 진행할 때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저를 봐주시는 구독자분들께 정말 감사하고요. 부산이나 전주처럼 멀리서 와주시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어떻게라도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텍스트힙' 열풍을 중심으로 독서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애서가이자 독서 인플루언서로서 체감하는 독자들의 변화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고선경 시인을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텍스트는 원래 힙했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도 공감했어요. 책을 읽는 행위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고, 디지털의 등장으로 잠시 잊혔던 그 기쁨을 되찾은 거라 생각해요. 덕분에 원래 책을 읽지 않던 분도 책을 읽게 되고, 한 번이라도 서점에 방문하게 되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추천 도서를 구매하고. 이런 현상이 정말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AI나 숏폼은 삶을 편리하게 하지만, 깊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잖아요. 그 부분을 책이 채워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나가 흥할수록 반대 성향의 것도 같이 주목을 받기 때문에. 텍스트는 앞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거라고 확신해요.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만나는 경험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꽤나 내향적이십니다. 동물의 숲 주민처럼 다들 조곤조곤하고 착하세요. 그중에서 저와 결이 잘 맞는 사람과는 실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요. 팝업스토어를 하게 되면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에도 최대한 녹이려고 노력해요. 공간 곳곳에 독서와 관련된 밈을 프린트해서 붙여 두기도 하고요. 일관된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취향의 책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독자들을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책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은 다른 경험과 무엇이 다른가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영화나 음악, 운동을 통해 연결되는 경험과 거의 비슷해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일은 언제나 즐겁잖아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돼요. 든든한 친구가 생긴 기분이랄까요. 계속해서 더 많은 친구를 만드는 일. 포엠매거진의 활동을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겠군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사랑은 즐거워 시는 대단해
출판사 | 포르체
                    이참슬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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