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예스24 MD가 7월에 고른 책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87년 6월’이기 보다는 ‘91년 5월’이라는 생각도.
글ㆍ사진 채널예스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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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에 열린 문이 91년 5월에 닫히다 

『1991, 봄』

권경원 저 | 너머북스


한 해의 절반을 지나고 보니 봄이 아쉽다. 1991년 봄의 일들이 30주년에조차 주목받지 못하는 일은 쓴 맛을 길게 남긴다. ‘87년 6월’은 민주화의 문을 연 전환점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91년 5월’을 거치며 다시 절반쯤 문이 닫혀버렸다는 사실은 잘 조명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1991, 봄』의 출간이 조그만 위안이 된다. 우리가 그해 봄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더 늘었으니까. ‘왜 87년 이후 젊은이들의 희생은 더 늘어만 갔을까’라고 묻는 이 책을 통해, 1991년 봄의 일들이 세상에 더 선명하게 전해지기를 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87년 6월’이기 보다는 ‘91년 5월’이라는 생각도. (김성광 MD)



혐오에 답하는 똑똑한 방법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도나 저커버그 저/이민경 역 | 문예출판사 



국문과 전공 수업에서 '고전에서의 여성 캐릭터 분석'을 다룰 때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여성을 약한 존재로 보는 건 당연하고, 남성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이며, 겁탈을 수도 없이 당하고도 외려 욕을 먹는다. 이 책의 부제를 보고 서양 역시 같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레드필' 커뮤니티는 한국의 '일베' 등의 혐오 정서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와 닮아있다. 이 커뮤니티 속 그들이 주창하는 여성 혐오는 고전과 역사를 악용하며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속 왜곡된 그들에 대해 지성적인 비판을 날리고 싶다면 흥미로울 책. (이나영 MD)



잉간과 여우, 칭구가 댈 수 잇을까요? 

『여우 8』

조지 손더스 저/민은영 역  | 문학동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떨지, 종종 생각한다. 적당히 눈치로 알아맞히는 것 말고 제대로 하는 소통 말이다. 『여우 8』은 어깨너머로 인간의 말을 배운 여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보다 보면 알게 된다.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여우가 서툰 맞춤법으로 써낸 편지는 아주 흔한 사연을 담고 있고, 그 이기적인 인간들에 대한, 폭력과 잔인함에 대한 사연이 흔한 일이라는 점에서 문득 아찔해 지기도 한다. 여우의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인간들이여,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박형욱 MD)



자신의 부족함을 끌어안으며 발견한 것들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서윤후 저 | 바다출판사



서윤후 시인이 자신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지나, 삶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비워내기 시작하면서 그만둔 것들에 대해 썼다. 미니멀리즘, 꽃 정기구독, 버티는 일, 사람을 잃었다 생각하기 등 시인이 시도하고 그만둔 여러 방향성과 취향을 읽어나가다 보면, 역설적으로 내가 그만두거나 그만둘 것, 그리고 계속할 것을 생각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만둔 것이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음을. 저자 따라서 나는 무엇을 통과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작은 이정표들을 정리해보고 싶어지는 에세이. 정갈한 문장으로 기분이 맑아지는 건 덤이다. (이정연 MD)



마음까지 살펴주는 주치의 

『우리동네 한의사』

권해진 저 | 보리 



“일주일 치 약 처방해드릴 테니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대기시간 30분, 진료시간 3분. 우리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자세히 말하지 못하고, 왜 아픈지 충분히 설명 듣지 못한다. 바쁜 현대사회 라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반면 저자는 ‘환자의 말을 잘 들어 주는 의사가 명의’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진료를 본다. 아픈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생활습관까지 살피는 모습에 환자들은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우리동네 한의사’와 ‘우리동네 주민들’ 의 진료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우리동네 한의원’ 한 곳쯤 찾고 싶어진다. (명혜진 MD)



집에 가기 싫은 수많은 아이들에게 

『나는 집에 가기 싫어요』

소년사진신문사 글/기타하라 아스카 그림/강물결 역/가와사키 후미히코 감수 | 다봄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하지만 미처 눈길이 닿지 않아서 혹은 무관심과 방관으로 골든 타임을 놓친 사건이 연일 보도된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것은 학대라고,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이웃과 사회에는 아이들이 힘겹게 온몸으로 전한 메시지를 지나치지 말아달라 호소한다. 항상 놀이터에 남아 있는 것은 더 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소매 밑 멍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눈물 어린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 아이의 구조 신호는 전해졌을까? 독자로서는 알 수 없는 뒷이야기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강서지  MD)



1991, 봄
1991, 봄
권경원 저 | 이강훈 그림 | 정준희,송상교 편
너머북스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도나 저커버그 저 | 이민경 역
문예출판사
여우 8
여우 8
조지 손더스 저 | 민은영 역
문학동네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서윤후 저
바다출판사
우리 동네 한의사
우리 동네 한의사
권해진 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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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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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현

2021.07.31

이번에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향한 남초 커뮤니티의 사이버 폭력을 봐서 그런지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를 읽어보고 싶어요. 미국 최대 남초 커뮤니티인 레드필의 여성혐오를 파헤쳤다니까 저희도 한국 남초 커뮤니티를 파악하고 이번처럼 그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빠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이 책을 읽으면 저도 온라인 커뮤니티 속 여성혐오에 대해 지성적인 비판을 날리고, 더는 이번 같은 일이 없게 할 수 있겠죠? 또 <여우 8>도 읽어보고 싶은데요, 제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강아지도 오랫동안 사람하고 함께 살다보니까 사람 말을 잘 알아듣게 되는 걸 경험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강아지 앞에서는 말 조심을 하게 된다니까요? 어떤 때는 몇 년만 더 있으면 강아지도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싶기까지 했는데요, 그런 상상을 구현한 책인 것 같아요. 그리고 환경과 동물권 문제가 제기된 지도 오래됐는데 변하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인간이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에 학을 떼곤 하고요. 여우가 서툰 맞춤법으로 작성한 편지에 담긴 여우의 진심과 현실에 가슴 아플 것 같지만 그래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싶은 책일 거라고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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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퐁

2021.07.31

<우리 동네 한의사>가 제 경험과 공감되서 그런지 관심이 많이 가네요. 저도 한의원뿐만 아니라 무슨 병원을 가든지 환자의 말을 잘 들어 주는 의사가 있을까 생각하거든요. 괜히 한마디라도 더 들어주면 다음에 그 병원에 다시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자의 철학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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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k10230

2021.07.31

뭐 동물들에게도 초보적인 의사소통 수단이 있겠지만 인간들처럼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수 있게된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네요. 맛있게 먹던 고기의 재료들이 제발 살려달라고 하거나 소중하게 키우던 애완동물들이 사실은 자유롭게 살고싶다 외치는 소리를 듣게된다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생물인가 하는 것을 느끼게 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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