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에 열린 문이 91년 5월에 닫히다
권경원 저 | 너머북스
한 해의 절반을 지나고 보니 봄이 아쉽다. 1991년 봄의 일들이 30주년에조차 주목받지 못하는 일은 쓴 맛을 길게 남긴다. ‘87년 6월’은 민주화의 문을 연 전환점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91년 5월’을 거치며 다시 절반쯤 문이 닫혀버렸다는 사실은 잘 조명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1991, 봄』의 출간이 조그만 위안이 된다. 우리가 그해 봄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더 늘었으니까. ‘왜 87년 이후 젊은이들의 희생은 더 늘어만 갔을까’라고 묻는 이 책을 통해, 1991년 봄의 일들이 세상에 더 선명하게 전해지기를 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87년 6월’이기 보다는 ‘91년 5월’이라는 생각도. (김성광 MD)
혐오에 답하는 똑똑한 방법
도나 저커버그 저/이민경 역 | 문예출판사
국문과 전공 수업에서 '고전에서의 여성 캐릭터 분석'을 다룰 때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여성을 약한 존재로 보는 건 당연하고, 남성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이며, 겁탈을 수도 없이 당하고도 외려 욕을 먹는다. 이 책의 부제를 보고 서양 역시 같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레드필' 커뮤니티는 한국의 '일베' 등의 혐오 정서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와 닮아있다. 이 커뮤니티 속 그들이 주창하는 여성 혐오는 고전과 역사를 악용하며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속 왜곡된 그들에 대해 지성적인 비판을 날리고 싶다면 흥미로울 책. (이나영 MD)
잉간과 여우, 칭구가 댈 수 잇을까요?
조지 손더스 저/민은영 역 | 문학동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떨지, 종종 생각한다. 적당히 눈치로 알아맞히는 것 말고 제대로 하는 소통 말이다. 『여우 8』은 어깨너머로 인간의 말을 배운 여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보다 보면 알게 된다.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여우가 서툰 맞춤법으로 써낸 편지는 아주 흔한 사연을 담고 있고, 그 이기적인 인간들에 대한, 폭력과 잔인함에 대한 사연이 흔한 일이라는 점에서 문득 아찔해 지기도 한다. 여우의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인간들이여,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박형욱 MD)
자신의 부족함을 끌어안으며 발견한 것들
서윤후 저 | 바다출판사
서윤후 시인이 자신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지나, 삶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비워내기 시작하면서 그만둔 것들에 대해 썼다. 미니멀리즘, 꽃 정기구독, 버티는 일, 사람을 잃었다 생각하기 등 시인이 시도하고 그만둔 여러 방향성과 취향을 읽어나가다 보면, 역설적으로 내가 그만두거나 그만둘 것, 그리고 계속할 것을 생각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만둔 것이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음을. 저자 따라서 나는 무엇을 통과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작은 이정표들을 정리해보고 싶어지는 에세이. 정갈한 문장으로 기분이 맑아지는 건 덤이다. (이정연 MD)
마음까지 살펴주는 주치의
권해진 저 | 보리
“일주일 치 약 처방해드릴 테니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대기시간 30분, 진료시간 3분. 우리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자세히 말하지 못하고, 왜 아픈지 충분히 설명 듣지 못한다. 바쁜 현대사회 라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반면 저자는 ‘환자의 말을 잘 들어 주는 의사가 명의’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진료를 본다. 아픈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생활습관까지 살피는 모습에 환자들은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우리동네 한의사’와 ‘우리동네 주민들’ 의 진료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우리동네 한의원’ 한 곳쯤 찾고 싶어진다. (명혜진 MD)
집에 가기 싫은 수많은 아이들에게
소년사진신문사 글/기타하라 아스카 그림/강물결 역/가와사키 후미히코 감수 | 다봄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하지만 미처 눈길이 닿지 않아서 혹은 무관심과 방관으로 골든 타임을 놓친 사건이 연일 보도된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것은 학대라고,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이웃과 사회에는 아이들이 힘겹게 온몸으로 전한 메시지를 지나치지 말아달라 호소한다. 항상 놀이터에 남아 있는 것은 더 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소매 밑 멍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눈물 어린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 아이의 구조 신호는 전해졌을까? 독자로서는 알 수 없는 뒷이야기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강서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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