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페니'라는 이름으로 2030에게 현실적으로 돈을 '잘' 관리하는 비법을 소개했던 작가 진예지가 『독립은 잘 의지하는 거예요』로 돌아왔다. 『독립은 잘 의지하는 거예요』는 의존적인 사람은 최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한 사람이 독립을 준비하고 실행하며 겪었던 시행착오,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경험을 진솔하게 녹여낸 책이다. 저자의 생각을 바꾼 것은 책 속에서 우연히 마주했던 한 문장이었다. '진정한 자립이란 가능한 많은 사람에 의존하는 것' 과연 어떤 것들에 기대어 살아가야 할까? 저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자립에 성공했을까?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이 이 책 안에 있다.
진예지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자의 입장에서 『독립은 잘 의지하는 거예요』는 어떤 도서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독립은 잘 의지하는 거예요』는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웠던 제가 만족스러운 일상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담은 책이에요. 저는 그다지 사교적이거나 둥글둥글한 사람은 아니라, 타인과 함께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혼자가 잘 맞다’고 여기며, 혼자가 되기만 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 될 거라고 믿어왔어요. 그런데 막상 독립을 하고, 프리랜서가 되어 하루 종일 혼자가 됐는데도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그 때 저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서는 원치 않는 것과 멀어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새로 가까워지는 것 역시 필요하단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어떤 것들과 멀어지고 가까워질지를 고민하며 발견한 ‘나답게 사는 비법’을 담았어요.
'지금 이대로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셨던 가족과 함께 사는 삶. 그럼에도 어떤 계기로 자취를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가족들과 함께 사는 삶은 분명 나쁘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본가에서 살며 느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어느 순간부터 저를 정체시키는 것 같았거든요. 꼭 독립이 아니라도 살다 보면 ‘이 정도면 괜찮네’ 싶은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정도면 밥은 먹고 살겠네’ 라던가 ‘이 정도면 괜찮은 관계지’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거예요. 물론 무엇이든 완벽할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한 뼘 더 손을 뻗고, 위험 지대로 나아갈 때 일어나는 마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독립한 이후 겪었던 것들 중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었다거나, 혹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집안일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쾌적한 상태로 공간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어지르고, 치우고, 어지르고, 치우고’를 반복하다 보면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들었습니다. 특히, 밥 먹고 바로 설거지하기! 이것에 그렇게 많은 의지력이 들어가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혼자 살면서도 식사 후 바로 설거지를 하는 사람은 세상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웃음).
'독립'과 '의존' 어떻게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책을 통해 완전한 독립을 하려면 내가 기댈 곳을 찾으라고 말하고 계시죠.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오랫동안 독립적인 사람이 되려면 의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비로소 혼자 살고 혼자 일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음을 알게 됐어요. 무엇이든 혼자 하겠다고 스스로를 고립시킬수록 제 힘은 약해졌고, 오히려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청할수록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더라고요.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는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애쓰는 사람만큼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괜찮다고 얘기해도, 스스로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사람에게, 그리고 저 자신에게 조금 힘을 빼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것이라 하면 보통 가족에게 의지하거나 연인, 친구에게 의지한다는 것을 떠올리기 쉬울 것 같은데요. 때로는 사소한 물건으로도 위로를 받을 때가 있는 것처럼 작가님이 독립하면서 특별히 의지됐던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딱히 어떤 물건을 뽑기보다는 오랫동안 써왔던 물건들을 얘기하고 싶은데요. 저는 독립을 하면서 본가에서 쓰던 물건들을 많이 가져왔어요. 그런데 처음 독립을 했을 때에는 낯선 공간에 내가 익히 보아왔던 낡은 이불, 오래된 가구와 밥솥 등이 그대로 있다는 게 의외로 의지가 되더라고요. 독립을 하면서 꿈꿔왔던 나만의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익숙하고 편안한 물건들을 잘 챙겨오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독립은 잘 의지하는 거예요』 보다 먼저 출간하셨던 도서는 2030을 위한 재테크 책이었습니다. 2030 세대가 독립, 자취를 시작하게 되면 저축이나 재테크를 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죠. 현실적인 이유로 독립을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독립을 통해 얻을 ‘이익’과 ‘비용’을 솔직하게 저울질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독립을 하면 공과금부터 식비와 생활소모품까지 쓸 돈이 늘어나는 게 현실입니다. 내가 독립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이 모든 비용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정직하게 대답해보세요. 또한, 독립을 ‘한다’, ‘하지 않는다’ 속에도 무수한 결이 존재합니다. 독립을 하더라도 계속 부모님의 목소리가 어른거리고 기존의 행동과 습관을 답습한다면 물리적인 환경만 달라졌을 뿐 큰 변화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계속 본가에 살더라도 분명 내 뜻대로 살아볼 수 있는 여지들이 존재합니다. 결국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되, 그 안에서 어떻게 최대한 나다운 삶을 구축해 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립은 잘 의지하는 거예요』를 읽을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독립은 잘 의지하는 거예요』는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어른들을 위해 썼습니다. 모든 어른들이 ‘어른스럽기’ 위해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독자님들이 더 이상 어른스러울 수 없는 순간에 이 책에 잠시 의지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진예지(미스 페니) 짧은 직장생활을 통해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하며, 그러므로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적은 돈으로 잘사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을 만나 돈의 본질과 돈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푸른살림]의 생활경제코치로 경제교육과 경제 상담을 하면서 돈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무리하게 억압하기보다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돈을 관리하는 비법을 전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브런치’에 ‘미스 페니’라는 필명으로 ‘자유를 위한 돈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이렇게 잘 쓰려고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번 겁니다』(공저)를 썼다. 경제 에세이스트로서 매체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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