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Yonkers'로부터 10년, 그리고 앞으로 10년 후를 상정할 때 그 중앙에 위치한
그간 타일러의 변화 양상이 잘게 분리되어 압축된다. 개개의 사운드 파편에서 전작들의 흔적을 쉽게 떠올리고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일련의 조합을 거친 거시적 단계에서의 작품은 마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고유의 것처럼 다가온다. 이는 각각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덜어내기식 작법과 일관된 사운드스케이프로 깔끔한 가공을 거친 콘셉트 아트
'Sir baudelaire'의 나지막한 읊조림('The sum beamin')처럼 햇살이 내리쬐면, 거대 초호화 크루즈의 일원인 타일러 사단이 고급 패키지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여러 관광지를 방문하듯 구불구불하게 짜인 트랙 리스트는 곡 저마다의 완급과 작풍, 주제에 따라 유연하게 배치된 일종의 항해 노선이다. 이에 <악의 꽃>의 주인이자,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알려진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이름을 차용한 캐릭터 '타일러 보들레르 경'이 더해지며 럭셔리한 분위기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Bunnyhop'이나 'Creator' 등 그를 거쳐 간 과거 수식어를 연신 강조하는 모습에서는 간혹 여러 페르소나를 나열하며 다방면의 세계관을 결부하던 데이비드 보위의 행보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요하게 군림하는 것은 독특하게도 여름이라는 배경적 요소다. 첫 트랙의 느슨하게 늘어지는 로파이 질감 도입부나 'Wusyaname'의 파스텔 톤 영상만큼이나 더위를 머금은 채 느리게 전개되는 베이비페이스 풍의 감미로운 비트, 'Runitup'의 뒤뚱거리는 브라스와 변형된 보컬은 작열하는 아지랑이를 연상케 한다. 10분에 달하는 대곡 'Sweet /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의 은은한 신스 리프는 지속적인 가열로 상대를 천천히 녹여내는 수단이다. 그리고 점차 작품은 단순 시청각적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마치 태생부터 일체화되어 있었다는 듯 강도 높은 공감각적 자극을 발현하기 시작한다.
가장 큰 변화는 참여진의 모습을 철저히 감추며 프런트맨으로서의 역량을 강조하던 전작과 달리 여러 인물의 존재감을 강하게 피력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더이상 사운드 질료의 일부가 아닌 주체로서 타일러와 단단히 결속하고 화답한다. '갱스터 그릴즈'의 과격한 추임새로 열기와 호응을 끌어내는 디제이 드라마는 릴 웨인과 영 지지와 도모했던 믹스테입의 추억을 유발하되, 3인칭적 위치에서 앨범의 전반적인 조력자를 자처한다. 그 결과 날렵한 호흡을 맞추며 긴박함을 끌어내는 'Corso'의 진행은 역대 곡 중에서도 손꼽히는 쾌감을 선사하며 앨범의 하이라이트로 단단히 자리매김한다.
'Hot wind blows'에서 정교한 라임을 펼치는 릴 웨인과 'Manifesto'에서 과격하던 초창기 시절을 호출하는 도모 제네시스(Domo Genesis), 그리고 'Who dat boy' 격의 캐치한 히트 넘버를 장식한 'Juggernaut'의 릴 우지 버트와 퍼렐 윌리엄스의 존재는 각자의 분명한 사명감과 의의를 지닌다. 여러 지원군과 양분하며 공동체의 상생을 표하고 '랩'에 초점을 두던 오드 퓨처 시절로의 일시적 회귀다. 또한 홀로 8분가량을 쉬지 않고 사랑과 질투의 감정을 세밀하게 토로하는 'Wilshire'는 완성도 높은 서사와 표현과 더불어 성장한 그의 랩 실력을 단박에 피력하는 구간이다. 과거
믹스테입의 아마추어리즘과 그래미 수상자의 프로 의식이 혼재한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