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 작가는 사랑하는 강아지 여름이를 잃고 긴 우울과 슬픔의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했고, 모카를 키우며 펫로스 증후군을 매듭지었다. 그 시간은 무려 15년이었다. 다시 시작한 반려생활은 변함이 없었다. 사람보다 먼저 떠날 수밖에 없는 존재와의 동거, 집에 있는 강아지가 보고 싶어 늘 일찍 귀가하는 일상, 따끈한 체온에 푹 빠져 함께 뒹굴거리는 반려생활.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다시 시작한 반려생활에서 모카와 작가는 함께 성장했으며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며 어제보다 성숙한 오늘을 맞이한다는 점이다. 언젠가 다시 펫로스 증후군을 앓게 될 미래가 남아 있다. 그 시작과 영겁의 사랑을 『다시 쓰는 반려일기』 에 담았다.
도란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다시 쓰는 반려일기』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정말 오랜만에 강아지를 키우게 됐어요. 15년 만이었죠. 남편과 결혼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자고 약속을 해놓고 못 지키고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내 핑계만 찾고 있었던 거예요. 집이 더러워지니까, 집에 강아지를 혼자 둘 수 없으니까 등의 이유 말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어요. 먼저 떠나보낸 강아지 여름이를 못 잊고 아파하느라 새로운 생명을 가족으로 들이기 두려웠던 거죠. 제가 겪는 고통이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인정조차 못 한 채 15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용기 내 강아지를 키우게 됐고 오래 묵었던 펫로스 증후군이 조금씩 무뎌졌어요. 그 경이로운 과정을 글로 남기다 보니 한 권의 책으로 엮을 만한 글이 완성됐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으로 긴 시간 아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동생 같던 여름이를 떠나보낸 후 무엇이 작가님을 가장 힘들게 했나요?
갑자기 여름이를 보내고 나니 모든 게 나의 잘못 같았어요. 더 일찍 귀가할 걸, 좀 더 맛있는 사료를 찾아볼 걸, 더 많이 놀아줄 걸, 산책 더 자주 나갈 걸, 진작 바다에 데려갈 걸 등 모든 게 후회였고 여름이와 관련된 나의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여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순간은 저와 외출했을 때 벌어진 사고였거든요.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그거였어요. ‘그날 내가 데리고 나가지 않았더라면.’ 여름이가 떠난 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의 모든 부분에 죄책감이 그득히 차 있었어요. 나 때문에 여름이가 죽은 것 같아 자신을 오래오래 미워했습니다.
스스로를 벌주는 느낌으로 그날의 사건을 곱씹고, 여름이를 키우며 미흡했던 제 모습을 일일이 찾아내는 세월을 가졌어요. 어쩌면 15년간 여름이가 꿈에 나온 건 이렇게 자신에게 형벌을 내리는 제게 ‘이제 그만 괜찮아져도 된다.’라는 신호를 주려던 게 아닌가 싶어요.
많은 분들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습니다. 펫로스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 어떤 마음이나 태도가 도움이 될까요?
앞에 적은 바와 같이 반려동물을 보내고 나면 당연히 죄책감이 듭니다. 반려인의 잘못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더 잘해줄 걸, 병원에 좀 더 일찍 가볼 걸, 음식을 좀 더 가려서 줄 걸 등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아쉬움의 화살이 자신을 겨냥하는 거예요. 그리고 죄책감에 빠지면 반려동물을 잃은 고통이 몇 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죄책감은 아픔을 치유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을 미워한들 반려동물이 살아 돌아올 일도 없고, 충분히 사랑받고 떠난 기억만 남길 수도 없어요. 오히려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불쌍한 동물이 돼버려요.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고 싶다면 죄책감을 복습하느니 떠난 반려동물의 시선으로 상상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돼요. ‘내가 계속 우울해하면 강아지별에 간 우리 여름이가 슬퍼하겠지?’, ‘혹시 여름이가 강아지로 환생하면 우리 집으로 와줄까?’ 이런 생각을 해보는 거죠. 죄책감은 최대한 털어내는 게 펫로스 증후군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용기 내서 모카를 가족으로 맞이한 후 작가님에게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모카와의 반려생활 전과 후, 달라진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주변과 많이 융화됐어요. 저는 산책을 하더라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말없이 오래 걷기를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모카를 키우면서 그런 산책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안전을 위해 이어폰을 꽂으면 안 되고 다가오는 사람이나 동물을 잘 피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동네 어르신이 걸어오는 입담을 흘려듣지 않고, 우연히 만난 다른 반려인과 인사도 나누게 돼요. 음악 대신 새소리나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해요. 사람 가득한 도시에서 외딴섬처럼 홀로 있던 제가 모카와 산책하러 다니며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제게 모카는 대단한 존재라고 느껴져요. 그리고 남편 말로는 모카를 키우면서 제가 많이 웃는다고 해요. 신기해요. 언어가 다른 존재들끼리 같이 있기만 해도 자꾸 웃음이 나오는 게요.
반려동물과 이별한 후 다시 반려생활을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저는 모카를 키우면서 여름이를 잃고 겪던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냈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해결책은 결코 아닐 겁니다. 중요한 건 슬픔과 불안에 사로잡혀 새롭게 다가올 사랑을 밀어내는 건 먼저 떠난 반려동물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거예요.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먼저 떠날 수밖에 없는 이치를 우리가 바꿀 수 없습니다. 다만 함께 하는 동안 충분히 사랑하고 건강하게 키워주는 게 반려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법이에요. 여러 번 생각해도 다시 반려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면 후회 없이 아껴주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려요. 그리고 얼마쯤 지나면 먼저 떠난 반려동물이 마음속에서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이 생길 거예요.
국내 반려 인구 1500만 명 시대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꼭 지켜야 할,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려생활의 시작은 저마다 다른 이유겠지만, 끝을 향하는 과정은 다들 닮은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리고 젊은 강아지는 반려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비중이 큽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 경제적인 부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저는 반려인의 책임감은 노령의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자세히 드러난다고 봐요. 어린 강아지의 재롱을 보며 즐기는 순간과 더불어 거동이 어려워지고 식사조차 잘 넘기지 못하게 될 내 반려동물의 노후까지 성숙하게 대비할 수 있어야겠죠. 그리고 언젠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넘게 될 반려동물에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자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세요.
모카와의 반려일기가 행복한 문장으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도 모카와의 일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싶어요. 모카와의 기억을 글로 남기는 건 제 사랑의 방식이니까요. 비록 모카는 글을 읽지 못하지만, 글에 흐르는 감정만큼은 전해질 거라 믿어요. 작가로서 새로운 주제의 집필도 시작할 예정이고요. 저의 반려생활과 경험이 도움이 될 만한 곳에 소소하게나마 재능을 나누며 지내고 싶습니다.
*도란(귀리밥) 흔하디흔한 삶에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꾸준히 생기는 경이를 즐긴다. 15년 전 친동생처럼 아끼던 강아지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낸 뒤 줄곧 구멍 난 인생을 살았다. 또다시 모카와의 반려생활을 시작하며 함께 성장하는 30대를 보내는 중이다. 9년간의 직장생활 후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한 지 6년째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귀리밥’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며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반절의 주부』로 은상을 받았다. 에세이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를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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