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번아웃의 순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내가 번아웃일까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공신력 있는 테스트를 하나 들고 왔는데 들어 보시면서 해당되는 게 있으면 체크를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글ㆍ사진 김상훈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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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 어떻게 지내셨나요?

김상훈 : 저는 새해에 새롭게 시작한 게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지금 좀 지치는 시기가 찾아온 것 같아요. 회사 일이랑 사이드프로젝트랑 리추얼들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서 스스로 되게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설 연휴가 지났을 때부터 아침마다 ‘너무 힘들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혜민 님의 일상은 어떤가요? 지금 굉장히 지쳐 보이세요.

이혜민 : 사실 저도 지난 번에 리추얼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해놓고 갑자기 일이 엄청나게 몰아친 거예요. 스케줄이 꼬이면서 많은 게 다 겹쳐서 지금 아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상훈 : 주제 그대로 번아웃인가요?

이혜민 : 이렇게 좀만 더 하면 진짜 번아웃 올 것 같아요. 들으시면서 내가 번아웃인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공신력 있는 테스트를 하나 들고 왔거든요. 들어 보시면서 해당되는 게 있으면 체크를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1. 맡은 일을 수행하는 데 정서적으로 지쳐 있다.

2.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쳐 있다.

3.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만 하면 피곤하다.

4. 일하는 것에 심적 부담과 긴장을 느낀다.

5. 업무를 수행할 때 무기력하고 싫증이 난다.

6. 현재 업무에 관심이 크게 즐었다.

7. 맡은 일에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8. 내 직무 기여도에 대해 냉소적이다. 

9.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식, 약, 술 쾌락을 즐긴다. 

10. 최근 짜증과 불안이 많아지고 여유가 없다.


김상훈 : 하나, 둘, 셋, 넷… 웃을 일이 아닌데요?

이혜민 : 충격적이게도 세 개 이상이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하라고 합니다. 저도 세 개 이상이거든요. 이번 주도 제가 또 통계 자료를 살펴봤는데요. 역시나 한 취업 포털에서 조사를 했는데 최근 1년간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고 답한 사람이 64.1%였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연령대가 30대였고 5년에서 10년 차 직장인들이 79.7%로 가장 크게 아픔을 호소했다고 하네요.

김상훈 : 딱 저인데요? 그리고 예전에 번아웃을 크게 겪었던 경험이 생각이 나네요. 제가 이전에 한 오프라인 서점에서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의 일을 너무 사랑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근무 환경이 안 좋았어요. 오전 근무, 오후 근무와 주중, 주말 근무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스케줄 근무였고, 하루 중에도 매장에서의 손님 응대 업무와 오피스 기획 업무, 주 2회씩 하는 북토크 행사 진행까지 촘촘히 섞여 있었고, 서점이다 보니 하루에 책을 몇 백 권씩 입고하고 나르고 정리하는 육체 노동까지 있었거든요. 그래서 동료들끼리 ‘우리는 육체노동, 정신노동, 감정노동 세 가지를 매일 콤보로 한다’고 했었죠. 그런데 그 일이 너무 좋으니까 하는 중에는 지쳤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 서점이 여러 사정으로 힘들어져서 저를 포함해 일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퇴사하게 되는 상황이 생겼어요. 강제 갭이어가 생긴 거죠. 그때 쉼없이 돌아가던 리듬이 탁 하고 깨지면서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무기력감, 피로감, 우울감에 몇 달을 거의 종일 누워만 있는 채로 보냈던 기억이 나요. 돌아보니 그게 번아웃이었던 거 같아요.

이혜민 : 저도 몇 번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전 회사 다닐 때는 거의 뭐 일상이 번아웃이었던 것 같아요. 에이전시였다 보니까 일이 진짜 많아서 거의 뭐 한 달에 한두 번 쉬나? 주말 나오는 게 너무 당연했고 막 그런 분위기여가지고. 그리고 일 자체보다도 사람이 힘들게 하는 거죠. 저도 어디에 마음 둘 곳이 없고 막 궁지에 몰린 생쥐가 된 마냥 안 좋은 생각도 하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을 막 몰아가니까요. 그때는 몰랐는데 약간 공황장애였던 것 같아요. 회의 시간에 말을 하기만 하면 막 눈물이 뚝뚝 나고 말도 못하겠고 출근을 하는데 지하철에서 숨이 막히는 거예요. 어지럽고 숨이 너무 막혀서 중간에 내려가지고 한참 있다가 다시 가고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저는 이렇게 우리가 다 공통으로 느끼는 지점이 있는데 이게 비단 개인의 성향이나 일의 상황 같은 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 같거든요. 또 청년층이 유독 비율이 높다고 하는 걸 봐도 사회적 맥락을 좀 인식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김상훈 : 그런 면을 짚어주는 책이 딱 있어서 제가 가져와 봤어요. 『요즘 애들』이라는 책이에요. 작년 하반기에 출간돼서 굉장히 이목을 끌었죠. 책읽아웃 다른 방송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고, 제목은 많이 들어보셨을 거 같아요. 미국의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 즉,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 사회에도 분명 적용되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밀레니얼이 겪는 번아웃, 불안감, 완벽주의적 태도, 압박감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온 능력주의와 경쟁 시스템, 또 열정을 다해서 열심히 하면 성공할 거고 보상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강요하는 풍토 같은 것들이 청년 세대가 현재 겪고 있는 공통적인 어려움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또 세대론이냐, 세대론 지겹다 하실 분들도 있지만 저자가 남 얘길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면서 모두 경험하고 있지만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수면 위로 꺼내 놓기 때문에 ‘아, 나도 이런데?’ 하면서 공감하게 되는 면이 있고, 그 원인을 구조적인 시스템에서 찾는 태도 자체가 주는 ‘너만 힘든 게 아니야, 이거 우리 공통의 문제야. 그럼 우리 어떻게 해결해 볼까?’ 하는 위로가 있거든요. 권해 드리고 싶어요.



이혜민 : 그러면 이번에는 이렇게 번아웃이 온 경우에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우리한테 주어진 선택지가 있을지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거든요. 눈에 띄었던 책이 하나 있어서 들고 왔어요.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회복탄력성은 힘든 상황일 때 이걸 돌파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고 지혜와 또 내적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게 없던 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누구나 내면 깊숙이 이 회복탄력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은 그것을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꺼내 쓰는 방법을 알려줘요. 그리고 제목에 하버드가 들어가잖아요. 이걸 쓴 게일 가젤이라는 사람이 하버드 의대 조교수이기도 하고 하버드 의사들을 대상으로 멘탈 관리를 해주는 의료진 전문 코치라고 해요. 그래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나 번아웃에 빠진 사람들에게 회복탄력성 원리를 적용해서 관리를 했더니 아주 좋은 효과가 났다고 하고, 그래서 의사들의 의사로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의 바로 앞에는 아까 우리 했던 번아웃 테스트처럼 회복탄력성 지수 검사라는 게 있더라고요. 이건 번아웃이 온 힘든 상황에서 얼마나 내가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나 이런 검사인데 제가 체크를 해봤더니 세 단계 중에서 중간 단계가 나오더라고요.

김상훈 : 그래도 양호한 편이네요.

이혜민 : 그래도 완전 희망이 없진 않다. 이 책의 문장 하나를 가져왔어요. “인생에는 많은 선택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역경과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내리는 선택과 관련이 있다. 회복탄력성은 시련을 만났을 때 어쩔 수 없이 인내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하여 시련에 적극 맞설 수 있게 한다.”



요즘 애들
요즘 애들
앤 헬렌 피터슨 저 | 박다솜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게일 가젤 저 | 손현선 역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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