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귀신이 산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괴담이다. 늦은 밤 화장실 가는 길에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화장실 귀신과 친구가 된다면 어떨까? 전 세대가 공감할 무서운 괴담으로 한국 신화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동화 『으스스 변소각시』가 출간됐다. 올 여름, 방학을 책임질 오싹한 동화 『으스스 변소각시』의 이미정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단편 소설 ‘안녕, 크로롱별 친구’로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을 받으신 후 첫 장편동화예요. 출간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재미있게 동화를 읽었다고 얘기해 주는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었어요. 저만 알고 있던 이야기가 날개를 달고 뻗어나가 여러 사람을 만나는 걸 지켜보는 것 같다고 할까요? 『으스스 변소각시』 이야기가 출간되기 전까지는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요덕이랑 변소각시가 더 신나게 모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끝까지 놓을 수 없었는데요. 지금 모습 그대로 반겨 주고 손뼉 쳐 주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힘이 날 따름입니다.
화장실 귀신 이야기는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괴담이에요. 친숙한 괴담을 소재로 장편 동화를 쓰신 계기는요?
우리나라 귀신이나 도깨비, 요물치고 사람한테 큰 해를 끼친 존재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어릴 적 무섭게 들었던 화장실 귀신 얘기도 ‘으악!’ 놀라는 데서 그친 게 다였고요. 똥통에 빠지는 게 최악의 경우였죠. 그런데 지금은 똥통도 없잖아요. 그럼 그 화장실 귀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기서부터 『으스스 변소각시』 이야기가 시작되었답니다. 무서우면서도 우습고 눈물 나면서 짠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란 이야기는 죄다 좋아한다는 건 안 비밀이랍니다.
동화를 쓰면서 심지어 ‘진정한 똥통’을 찾아다니셨다고 들었어요.
‘변소각시’라고 하니까 ‘변소’가 뭔지 모르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딜 가나 수세식 화장실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이거 참…… 어딜 가야 진정한 똥통을 볼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어요. 변소각시가 지낼 곳을 찾던 간절한 그 마음으로요. 그러다 겨우 발견한 곳이 깊은 산속 절 뒷간이었어요. 시설이 낡아서 그런 게 아니라 친환경 화장실로 똥통을 둔 곳이더라고요. 볼일을 보고 나서는 거름이 잘 생기도록 톱밥을 뿌리고요. 앞에는 ‘해우소(근심을 푸는 곳)’라고 쓰여 있었어요. 진작에 이곳을 알았더라면 변소각시가 좀더 빨리 고민을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했더랍니다.
이 동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지켜봐준 일등 독자가 있다면서요.
바로 우리 집 두 아이예요. 『으스스 변소각시』는 처음엔 짧은 이야기로 썼어요. 혼자 있는 화장실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는, 등골이 오싹하고 뭔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이야기를 썼지요. 그런데 이야기를 읽어 본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더 들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 이야기에 살을 더 붙여서 요덕이와 변소각시가 겪는 오싹한 모험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자꾸만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아이들 덕분에, 요덕이랑 변소각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터주신도 만나고, 성주신도 만나고, 서천 꽃밭까지 갈 수 있었어요.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 중 작가님과 닮은 인물이 있나요?
작품 속 인물 하나하나에 조금씩 제 모습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변소각시 모습을 보고 딱 저를 떠올렸다는 지인이 여럿 있었어요. 유난히 굵고 시커먼 머리카락 때문인 것 같아요. 성격은 요덕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말이에요. 속상한 일이 있어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잠들기 전에 저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리는 게 어릴 적 제 모습이었거든요. 말투는 속마음과 다르게 툭 내뱉는 할머니랑 비슷한 것 같고요.
요덕이와 변소각시의 우정이 무척 애틋하고 찡하게 다가와요. ‘구박덩이’ 신세라는 공통점 때문에 요덕이가 먼저 변소각시에게 친구로 다가가죠.
비슷한 처지에 놓이면 금세 마음이 통하기 마련이잖아요. 할머니 잔소리가 싫었던 요덕이랑 조왕신 눈칫밥에 쪼그라들었던 변소각시는 만나자마자 친구가 돼요. 그런데 둘이 그렇게 가까워질 줄은 몰랐어요. 변소각시는 , 구수한 똥 냄새에 거미줄이 드리워지고 달빛도 보이는, 꿈에 그리던 뒷간을 찾고서도 요덕이 곁에 남기로 결심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변소각시는 괜히 사람을 놀라게 했던 게 아닌 것 같아요. 처음부터 친구가 되고 싶어서 장난을 걸었던 게 아닐까요? 혼자 있을 땐 외로움을 잊으려고 머리카락을 센 건지도 모르겠고요. 둘이 만나 모험을 하면서 우정을 쌓게 되어 정말 다행이지 뭐예요.
누구나 요덕이 같은 시기가 한 번쯤 찾아오는 것 같아요. 내 마음, 가족, 학교, 친구, 세상에 대한 모든 것들에 의문이 생기고, 평화롭던 내 마음이 송두리째 흔들리죠. 사춘기라고 납작하게 퉁 치고 싶지 않은, 진지하고 복합적인 성장 시기인 것 같아요.
요덕이처럼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거나 집에서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건 내 마음이 자라나는 증거일 거예요. 가끔은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지고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할 수도 있지만 조금 지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요덕이도 삐딱한 마음에 집을 뛰쳐나갔지만 결국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답니다. 가끔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나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정 옛이야기와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일했고, ‘안녕, 크로롱별 친구’로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쓰면서 이야기 속 주인공을 만나는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직접 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이끌어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지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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