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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것도 쓸 것도 많아 오래 앉아 지낸다. 원고 마감 때문이기는 했지만, 어제는 열 두 시간 동안 앉아 있었고 그제는 열 시간을 앉아 있었다. 두 시간마다 울리도록 알람을 맞춰 놓지 않으면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앉아 지낸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면 운동이 왜 필요한지를, 대개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알게 된다. 나는 그래서 책상 옆에 조립식 스포츠 매트와 바벨을 두었다. 물 마시러 일어나거나 화장실에 갈 때 잠깐씩, 피가 너무 고여 있다는 느낌이 들 때 한 번씩, 스포츠 매트에 올라간다. 요가 매트 한 장이나 두 장 넓이면 충분하다. 거기서 가급적 통증 없이 직립이나 앉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등과 배와 엉덩이 근육을 단련한다. 데드 리프트와 바벨 스쾃과 런지와 플랭크가 여태 유용했다.
데드 리프트는 가벼운 무게부터 시작해 중량을 조금씩 보태다가 다시 줄인다. 오 킬로그램 열다섯 번, 십오 킬로그램 열다섯 번, 이십 킬로그램 열다섯 번, 짧게 쉬고, 이십 킬로그램 열다섯 번, 십오 킬로그램 열다섯 번, 오 킬로그램 열다섯 번. 이 방법으로 하면 데드 리프트 구십 회를 잡념 없이 채울 수 있다. 운동량이 부족하면 횟수를 늘리고, 바벨 스쾃과 클린 앤 저크를 보탠다.
런지를 하기는 하지만 하기가 싫다. 내 발폭이 좁은 탓인지 무게가 자꾸 무릎에 실려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는 런지를 할 때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앞쪽 무릎을 앞이나 뒤로 밀리지 않도록 고정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며 앉는다. 엉덩이를 더 강하게 자극하는 동작인데 오래 앉아 있느라 눌리고 굳은 둔근이 이때 시원하게 늘어난다.
너무 지치고 피곤해 짧게 운동을 끝내고 싶을 때에는 플랭크를 한다. 머리를 떨구지 않도록 목을 바로 하고 겨드랑이를 조이고 견갑골은 위로 터뜨린 채 고정하고 배를 밀어 올려 잠그고 엉덩이와 발도 잠근다. 팔꿈치를 바닥에 댄 채 긴 자물쇠처럼 몸을 잠그고 버티다 보면 땀도 나고 욕도 나오고 아주 지긋지긋한데 그때쯤 팔을 펴서 숄더 탭도 하고 사이드 플랭크로 넘어가기도 하면서 고통에 쏠린 주의를 분산시킨다. 그렇게 하면 3분을 버틸 수 있고 5분도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뭐가 더 있더라.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을 1000자(字)로 써야 한다니 지면은 좁은데 할말은 많아 초조하다. 여태 적은 것 중에 코어를 단련할 목적으로 딱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플랭크. 가장 좋은 건 플랭크. 가장 싫은 것도 플랭크.
왜냐하면 해 보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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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소설가)
Liam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