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부터 1991년까지 픽시스는 절륜했다. 이 시기에 내놓은 넉 장의 스튜디오 앨범
무려 23년의 공백을 갖고 2014년에 발표한
'Debaser'와 'Velouria'의 파괴력을 억하는 이들에게 신작은 일견 밋밋하나 작금의 픽시스는 지난 시절의 분노를 성찰로 치환한다. '엉터리 시(詩)(Doggerel)'라는 음반 제목처럼 난해한 노랫말은 여전하나 유순한 사운드와 잘 다듬은 편곡이 변화를 타진한다. 황량한 분위기에 빔 벤더스의 영화가 그려지는 'Thunder and lightning' 속 '일단 그게 사라지고 나면 조수와 달이 함께 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이교도 남자여 당신은 멀리 떨어져 있노라니(Once it's gone you'll know, tides and moons go, pagan man, you re miles away)'처럼 가사는 문학적이고 함축적이다.
픽시스는 분명 블랙 프랜시스의 팀이지만, 훗날 브리더스(The Breeders)를 이끄는 베이시스트 겸 보컬 킴 딜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었고, 'Gigantic'과 'Silver'와 같은 대표곡에 발자취를 남겼다. 부터 본격적으로 밴드에 승선한 새 여성 멤버 파즈 렌찬틴(Paz Lenchantin)은 딜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룰 뿐만 아니라 'Vault of heaven', 'You're such a saduccee'같은 펑크(Punk), 하드록 사이로 밴드 내 여성 코러스의 전통을 계승했다.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감정의 여러 부면을 아우르는 블랙 프랜시스만의 능력은 가사와 사운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신보도 얼터너티브 록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첫인상을 강하게 심는 'Nomatterday'와 전성기의 흔적을 드리운 펑크(Punk) 록 'There's a moon', 나른한 기타 톤과 아프리칸 퍼커션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Doggerel'가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이프를 확립했다.
블랙 프랜시스로부터 발현하는 밴드 특유의 냉소적인 톤은 여전하나, 소리의 모험을 감행한다는 점에서 톰 달거티와의 동행은 경력의 새로운 장이다. 날선 펑크에 팝 록을 더한 2016년 작 와 고딕 록을 품었던 2018년도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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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