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평론가 미묘의 ‘언박싱 케이팝’ 칼럼이 격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최신 이슈부터 앨범 패키지에 담긴 이야기까지 지금 케이팝의 다채로움을 전합니다. |
카이의 새 미니 앨범
'Black Mirror'는 조금 수다스러운 비트와 베이스만으로 구성된 적막한 공간에 피치시프트(Pitch Shift)와 테이프스톱(Tape Stop)으로 일렁이고, 'Say You Love Me'는 불분명한 음정으로 흐드러지는 신스로 사뭇 IDM적인 사운드와 매우 반복적인 보컬 멜로디가 케이팝적인 역동을 만들어낸다.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아르페지오 루프 위에 미니멀하게 흐르는 R&B인 'Slidin’'도 인상적이다. 분명 타이틀 'Rover'나 'Bomba'처럼 보다 뜨거운 트랙들도 있다. 다만, 육감적인 파티튠의 외양을 한 'Bomba'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정서적으로는 매우 무정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파티튠들이 종종 그렇듯 감정이 끼어들 필요가 없이 신나게 날뛰는 것도 아니다. 화려하기보다는 어둑하고 무거운 무드로 다만 긴박감을 우악스럽게 두들겨댄다. 그러니 타이틀곡으로서의 특정한 요구 사항을 갖춘 'Rover'나 마지막 곡으로서 조금 다른 맥락을 갖는 'Sinner'를 제외하면, 나머지 수록곡은 일관되게 팝송으로부터 탈출한다. 비범한 퍼포먼스 트랙으로서의 의미가 커 보인다.
케이팝 안무에서 불가능한 영역은 거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춤추면서 노래하는 미디어라는 사실에 경계선이 그어진다. 무대 정면이나 카메라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더이상 노래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과 호흡을 소진해서는 곤란하다든지 하는 것들이다.(이 부분은 물론 케이팝의 진화 속에서 끝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이 한계선이 이동해 오기는 했다) 카이의 도전은 어쩌면 이 대목에 있다. 이를테면 과거 슈퍼엠 퍼포먼스 비디오에서 느낀, '음악 방송용 안무로 소화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이렇게까지 가는가?' 싶던 표현력이다. 무대가 아닌 퍼포먼스 비디오라는 영상 포맷을 계기로 마음껏 부려내던 그 몸짓은 분명, 통상적인 팝 아티스트의 댄스의 범주보다는 댄서의 그것으로 기준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 비디오는 이를 케이팝 아티스트로서 슈퍼엠이 그동안 보아온 영미권 팝 아티스트와의 선연한 차이점으로 제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같은 맥락이 카이의 'Rover' 아트필름으로도 이어진다. 미니앨범 전곡 각각에 콘셉트를 설정한 짧은 뮤직비디오 모음 같은 형식이다. 'Rover'나 'Say You Love Me'는 퍼포먼스가 등장하지 않는 뮤직비디오 티저라 해도 무리는 없다. 그러나 'Black Mirror', 'Slidin’', 'Sinner' 등이 보여주는 안무는 케이팝 산업의 '퍼포먼스 비디오'가 익히 보여주는 양식에서 동떨어져 있다. 큼직한 장치의 활용, 공간의 일그러짐, 행동의 구상적 표현, 광기와 절박함의 몸부림 같은 것들이 카이의 몸짓에 실린다. 많은 시간 그는 입으로는 노래하고 있지만, 뮤지컬 영화라면 모를까 이번주 <음악캠프>에서 라이브로 고스란히 재연되기를 기대할 만한 장면들은 아니다.
그렇게 댄스곡 안무와 모던댄스의 경계를 슬그머니 교차하는 카이의 작업은 물론 케이팝의 맥락에서 이뤄진다.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 비디오라는 포맷, 드라마타이즈와 안무의 병행, 그리고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미묘(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