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당신을 위한 따뜻한 카운슬링,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씨가 쓴『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과거의 어느 순간 깊은 상처를 입고 마음 안으로 들어가 성장을 멈추어 버린 우리 안의 아이를 이제 그만 풀어주도록 하는 책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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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몰래 발라 본 엄마의 화장품에서 나는 향기는 왠지 모르게 가슴을 설레게 했고, 아빠의 커다란 구두는 세상 어떤 것으로부터도 나를 지켜줄 수 있을 만큼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화장을 할 나이가 되었어도, 커다란 구두를 신을 만큼 몸이 자랐어도 우리 안에는 여전히 상처받은 어린 아이가,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떠나보내야 하는 것들과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내가 존재한다.

도종환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바람에 흔들리면서, 비에 젖으면서, 나무는 꽃을 피워 낸다. 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도 그렇다. 상처 없이 어른이 된 사람은 없다. 그 상처를 잘 극복한 사람과 극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있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를 잃어가는 여정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씨가 쓴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과거의 어느 순간 깊은 상처를 입고 마음 안으로 들어가 성장을 멈추어 버린 우리 안의 아이를 이제 그만 풀어주도록 하는 책이다. 그는 책에서 인생이라는 것은 더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무언가를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지금 제가 젊음과 건강을,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을 상실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경험하고 있는 이야기를 쓰게 되어서 좀 더 솔직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글을 쓸 수 있었어요. 무엇인가를 잃어버린다는 경험은 참 사람을 아프고 괴롭게 하죠. 게다가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선 잃어버린 것들을 제대로 애도할 수도 없어요. 그냥 덮어두고 사는 거죠. 사는 게 좀 고달픈가요. 그렇게 덮어두고 또 덮어두고 지나가다 보면 그 부분이 곪아 터지게 되는 거죠.”

정신과 의사로, 교수로, 아내로, 맏며느리로, 두 남매의 엄마로 힘껏 살아온 50년의 세월을 비웃기라도 하듯 큰 병이 김혜남 씨의 생을 잠식해 갔다. 5년 전의 일이다.

“처음엔 많이 놀랐죠. 그럴 리 없다고 인정을 안 하다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내가 병에 걸려서 힘들어야 하는가 분노하고, 내가 이렇게 아픈데 가족들은 왜 나를 배려해주지 않을까 짜증 내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전부 못 하게 되어서 속상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주어진 것, 아직도 내게 남은 것에 감사해요. 그렇지만, 가끔 몸이 힘들면 짜증도 내고 투정도 부리고 그래요.”

병을 앓으면서 그는 상실의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자료를 읽고, 사례를 찾고, 공부를 하면서 책을 쓰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잃어가는 것들과 제대로 이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신이 자라고 있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상실을 똑바로 응시하면 새롭게 성장할 길이 보인다.

그는 “아파서 좋은 것은 글을 쓰고, 공부도 많이 할 수 있게 된 거에요”라고 말하며 조용히 웃었다. 지금 여전히 진료를 하고 있지만 초진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아파서 스케줄이 딱 반으로 줄었어요. 제 주치의는 책 쓰지 말라고, 자기 몸을 혹사하지 말라고 야단치지만요.”

당신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당신 잘못이 아니다

현대인은 대부분 많든 적든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정신과 의사는 그런 사람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주는 사람이다.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치료가 꼭 필요한 질병으로서의 정신병을 앓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평범한 생활인이다.

“자신에게 뭔가 고통이 있거나, 털어놓고 싶은 것이 있는 분,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알아보고 싶은 분들이 오시죠. 고민과 갈등이 없는 분은 세상에 아무도 없잖아요. 왜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지, 왜 별것도 아닌 일에 흥분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정신과를 찾아와 상담을 해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고 ‘세상에 나만 그런 문제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마음은 다르면서도 참 비슷해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한 문제로 고통을 받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특히, 부모와의 갈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회사 생활에서 갈등이 있거나 친구, 배우자, 연인 등의 관계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상담을 해보면 부모와의 관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것이 부모와 자녀 간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부모는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니까요. 참 복잡하고 끊기 어려운 사슬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한두 마디의 좋은 이야기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너무나 긴 시간 동안 누적되어 온 상처이기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때도 있다. “부모를 그대로 인정할 수 있도록 ‘나’를 성장시켜야지요. 우리의 정신에는 일종의 방어 기제가 있습니다. 이 방어 기제도 성장을 해야 하는데, 어린 시절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이 방어 기제가 어렸을 때 그대로예요. 상담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한 방어 기제로 거듭나게 되는 거죠. 정신과 의사는 그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용서하도록 할 수는 없어요. 그건 신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다만, 그 사람이 사랑하거나 용서할 수 있는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옆에 있어 주는 겁니다.”

자신이 잘못해서, 못났기 때문에 지금 불행하고 상처받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과거에 받은 상처를 제대로 아물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거에 잃어버린 것들과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신은 지금 아픈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의 실체가 사실은 별것 아닐 때도 있어요. 그것을 너무 깊이 묻어두기 때문에 실체보다 더 크고 무섭게 보이는 거죠.”

과거를 정확히 바라볼 것. 커다란 괴물인 줄 알았는데 작은 쥐일 수도 있고, 그때 나를 상처 입힌 사람에게 사정이 있었음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제대로 파악한 후, 비로소 우리는 무엇인가를 떠나보낼 수 있게 되고,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되며, 자신의 현재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지 말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용서하는 것은 죽을 때까지 계속 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행복을 강요하는 사회

개인적인 측면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놓고 볼 때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행복할 것을 거의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수준이다. “사실 인생은 우울할 수밖에 없잖아요.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이 더 많고, 즐거운 일보다는 힘든 일이 더 많고. 그런데 현대 사회는 우울한 것을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죠. 사실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신 분들 중에서 우울해서 오시는 분도 있지만, ‘우울’을 전혀 느끼지 못해서 오시는 분도 많아요. 우울을 전혀 느끼지 못 한다고 해서 우울이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내면에 그 우울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꽝’ 하고 터져 버리죠. 그렇게 되면 병적인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조증에 빠지게 됩니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아름답고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영상이 텔레비전을 점령하고 있다. 그렇게 ‘넘치는 행복한 영상’에 질식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것’, ‘우울한 것’을 실패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항상 기쁘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대 사회가 우울한 것은 ‘나르시시즘’ 때문이기도 하다. “좌절을 견디지 못 하죠. 한두 번의 실패로도 쉽게 디프레션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요.”

김혜남 씨는 정신분석 전문의로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의 정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다. “지금 월드컵 때문에 매우 시끄럽잖아요. 월드컵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많은 사람이 기쁨을 느끼거나 상실감을 느끼죠. 월드컵에 너무 많은 상징적 가치를 두고 있어요. 인간은 그룹으로 뭉치면 정신적으로 단순해지고 퇴행을 해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돌진하죠. 상처와 좌절이 많은 그룹일수록 그런 성격이 강해집니다. 이런 것에서도 민족성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지죠.”

사회적인 현상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은 그는 기회가 된다면 특히 민족성에 대해 꼭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 민족성이 참 재미있어요. 변화무쌍하고 적응을 잘하죠. 인간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민족성을 연구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

외과나 내과 등을 지망하는 사람과 다르게 정신과를 지망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정신과 의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 사람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해요. 그리고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가 되죠.”

정신분석 전문의로서 그가 하는 일은 환자들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그 무의식을 풀어가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2년에서 3년 정도가 걸리는 작업이에요.” 환자와 상담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여기 앉아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기막힌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한 이야기들, 그런 고통을 당하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환자 앞에서는 절대 내색하지 못 하지만, 환자가 진료실 밖을 나가고 나면 주체할 수 없이 기분이 가라앉아요.”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 때문이다. “치료받은 환자가 자신이 ‘새로 태어났다’는 것을 느낄 때,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힘을 치료에서 얻어서 떠나는 모습을 보면 아, 정말 이 일을 해서 잘됐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환자를 보면서 자신이 용기와 희망을 나눠 받을 때도 있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고 상담을 하면 할수록 인간이 가진 무궁한 가능성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신과 의사의 가장 큰 자질, 이해와 동감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집에 계몽사 전집이 있었는데, 화장실 갈 때도 꼭 들고 갈 정도로 무척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동화책을 무척 좋아해요. 이야기라는 것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정신분석 전문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가 생각할 때 정신과 의사는 나서지 않는 참여자다. 책상 뒤에서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주고, 환자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고, 환자가 자신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산다는 것은 늘 긴장한 채로 균형을 잡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과 의사는 함정에 빠지기 쉬워요. 정신과 의사가 제일 빠지기 쉬운 것이 ‘구원 환상’이에요. 치료자를 꼭 고치겠다는, 자신이 신이 된 착각에 빠지고 마는 거죠. 하지만, 치료가 항상 성공할 수는 없어요. 환자와 내가 안 맞을 수도 있고, 잘못된 분석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저 항상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분석가의 제일 큰 자질은 이해와 동감이에요.” 거기에 덧붙여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자신의 정신 상태를 늘 점검해야 한다는 것.

정신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20년 가까이 전문의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정신은 무엇인가?’라고 질문받으면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참 어려운 질문이에요. 그렇지만, 수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의 정신이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거죠. 특히, 태어난 후 몇 년 동안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과 신뢰가 굉장히 중요해요.”

인간의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것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것에 있다. “그 사랑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신뢰와 배려, 믿음으로 표현할 수 있겠죠. 상대가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다, 상처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가 실수를 해도 그 실수를 껴안고, 설사 상대가 상처를 주더라도 근본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석가는 환자로 하여금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아 주기 위해 노력한다. “환자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분석 작업 자체는 불가능해요. 그러나 그 사랑을 절대 표현하지 않죠. 인간에 대한 사랑이 힘든 일임에도 계속 이 일에 뛰어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이렇게 여기 앉아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도’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환자들은 분석자에게 자신의 분노를 터뜨리곤 하거든요.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에게 퍼붓고 싶은 말을 분석자에게 퍼붓는 거죠. 그럴 때마다 속으로 ‘참자, 참자’ 그래요.(웃음)”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분석자는 놀라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분석자는 한결같은 자세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분석자가 한결같은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치료가 진전이 됩니다.” 그리고 절대로 분석자는 친구나 가족의 정신을 분석하지 않는다. “삐아제라는 학자가 자신의 자녀를 정신분석했는데, 그 아이가 자라서 정신분열증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분석자는 진료실을 나가는 순간 분석자의 가운을 벗는 거예요. 혹시 자신의 아이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도 절대 분석할 수 없죠. 저도 집에 가면 똑같은 엄마예요. 공부 안 했다고 화내고, 애들 야단도 치고, 짜증도 내고.”

그래도 여전히 희망은 남아 있다

삶의 길목마다 냉혹한 징수원들이 버티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젊음을, 육체의 아름다움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을, 미래에 대한 기대를, 친구를, 부모를, 형제를 하나씩 앗아간다. 애원도 눈물도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죽음’이 닥칠 때까지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아간다. 그렇지만, 그들이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행복해지겠다는 의지’다. “나를 짓누르는 과거의 무게와 나 자신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조금씩만 덜어내도”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


#김혜남 #카운슬링 #정신분석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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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23

말씀한마디 한마디가 따스한 위로가 느껴집니다. 행복을 강요받고 행복을 목적으로 달리는 사회, 사랑가면서 무엇가 잃고 잊어버린다는 것들이 크나큰 실패도 상실도 아닌라는것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조금만 덜어낸다면 욕심 줄이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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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미미

2008.07.15

이 분 책 중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읽어봤는데 혼란스러웟던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마치 정신과 의사와 3시간 정도 상담한 이후의 해결방법을 찾고 가슴 한켠에 희망이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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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ngxi

2006.07.11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읽었는데 따뜻하고 진지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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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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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 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80만 부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를 비롯해,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당신과 나 사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등 10여 권의 책을 펴내 130만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또한 2006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은 바 있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녀는 마흔 살까지만 해도 ‘내가 잘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집이고 병원이고 환자들이고 자신이 없으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원망한 적이 더 많았다. 그런데 2001년 마흔세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서 병마와 싸우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 잘해 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오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없는데도 세상이 너무나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불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억울하고, 사람들이 밉고, 세상이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못 한 채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아직 자신은 죽은 게 아니며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행히 병이 초기 단계라 아직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았다. 그래서 일어났고,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 날을 살았다. 대신에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지만 계속 미뤄 둔 일들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그렇게 22년 동안 병마와 싸우며 진료와 강의를 하고, 두 아이를 키우고, 열 권의 책을 썼다. 사람들은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어떻게 그 일들을 다 할 수 있었느냐고 신기해하지만 그녀는 담담히 말한다. 더 이상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겠다고, 어차피 사는 거 재미있게 살겠다고 마음먹으니까 세상에 새롭고, 신기하고, 감탄할 만한 일들이 참 많았다고. 그래서 몸이 굳어 옆으로 돌아눕는 것조차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고통스러운 때도 있지만 고통과 고통 사이에는 덜 아픈 시간이 있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살아온 것뿐이라고. 2014년 1월 병이 악화되어 병원 문을 닫고 나서는 더 이상 환자들을 진료할 수 없게 되었고, 그 사이 크고 작은 수술을 다섯 차례 받으며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그녀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고 말한다. 삶이 힘들고 어렵고 좀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어느 때나 즐길 거리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즐길 거리가 다양한 사람일수록 불가피한 불운과 불행 또한 잘 버틸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앞으로 병이 더 악화되어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더라도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벌써 마흔이 넘어 버린, 하루하루 잘 버텨 내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도 딱 하나뿐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