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 즐기는 삼청동 나들이
200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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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책이 머무는 자리> 그 첫 번째 나들이로 다녀온 곳은 경복궁 옆 삼청동 거리입니다. 인사동의 예스러움이 좋아서 부지런히 들락거리던 하루였지만 언젠가부터 시작된 북적거림에 슬쩍 발걸음을 옮겼던 삼청동의 거리가 맘에 들어, 요새는 여유가 생기면 어김없이 자투리 시간을 삼청동에서 보내게 됩니다.
아이들과 궁궐 나들이를 갔다가 들르기도 하고, 세종문화회관에 볼일이 있거나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가, 또는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 지인과 약속을 하게 될 때면 삼청동의 작은 찻집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새 삼청동에도 조용하게 많은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매번 갈 때마다 달라지는 삼청동의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거리의 살아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네요.
오늘은 경복궁 옆 민속박물관 앞길에서부터 책 향기를 따라 걸어 보려고요. 아트선재 앞에 추억이 깃든 정독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지만 국무총리 공관을 지나 그 주변으로 요즘 눈에 띄는 북 카페와 책 공간이 생기고 있어서 오늘 나들이가 기대가 되네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삼청동을 가려면 걸어가는 것이 좋지만 날씨가 궂은 날이나 추운 날에는 마을버스를 이용합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삼청동 초입에서 내리니 바로 [진선북카페]가 반겨줍니다. 그런데 웬 만국기? 아하… 오늘까지 삼청동 거리 문화 축제가 열리는 날이라지요?
[진선북카페]는 2층 건물과 야외정원이 있어서 취향대로 자리를 골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또 바로 옆에는 [진선갤러리]가 있어서 그림도 감상할 수 있는데 종종 책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작가와 만남의 시간도 준비되어서 겸사겸사 즐거운 나들이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1층은 흡연공간, 2층은 금연공간으로 층마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읽을거리들을 마련한 책장이 있습니다. 커피 한 잔 시키고 2층 책꽂이에서 책을 골라 창이 있는 테이블에 앉으니 창 너머로 옹기종기 지붕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쌀쌀한 날씨에 약간 얼어붙었던 몸을 차 한 잔과 책 향기로 날리고 다시 밖으로 나와 감사원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삼청파출소 가기 전, 한가로운 길가에는 작은 벼룩시장이 아침저녁으로 열리고 있네요. 밤에 아이들과 함께 가보았는데 자잘한 공예품들을 흥미롭게 구경하며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어요. 추억의 책가방부터 다이얼도 없는 옛 전화기 등 추억이 담긴 물건들부터 재미있는 고양이 모양의 장식품들과 액세서리 등을 볼 수 있답니다.
삼청동에는 삼청감리교회가 있는데 그 건물 아래에 [엔]이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잠깐 안을 들여다보니 전면에 책이 가득한 책장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왠지 이런 곳을 발견하면 보물을 찾은 것처럼 반가운 책벌레가 됩니다.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이 6개 정도 있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책장 앞에 마련된 툇마루가 너무나 정겨웠습니다.
카페 [엔] 옆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삼청감리교회에서 마련한 어린이 도서관 [꿈과 쉼]이 나옵니다. 삼청동을 걷는 이들을 위해 잠깐의 쉼터 역할을 하는 작은 테라스도 있는 [꿈과 쉼] 도서관은 삼청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공간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꿈과 쉼터가 되어 줄 것 같았어요. 잠깐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서관 회원 어린이들과 체험나들이도 떠나고 독서활동도 하는 아기자기한 공간이었어요. 제가 갔을 때는 마침 실내공사를 하는 중이어서 외부 사진만 찍어 보았습니다.
[꿈과 쉼]을 지나 가을 낙엽을 밟으며 조금 더 걸어 올라가 보니 [수와래] 음식점 옆으로 이번에 새로 문을 연 [토이키노]라는 재미있는 박물관이 보이네요. 주인장이 중학교 시절부터 수집했다는 온갖 만화 주인공들의 피규어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색 박물관이랍니다.
그 맞은편에 바로 북 카페 [내 서재]가 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열었을까, 하며 문 앞에 서보니 ‘11월 15일 박현욱 작가와의 대화 -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글이 써진 작은 칠판이 먼저 반겨줍니다. 살짝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장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주말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의 이렇게 한가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손님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어요.
구석에 가만히 앉아 테이블마다 독특한 모습의 꽃 장식을 하나하나 올려놓는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에 따라 마치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북 카페를 바라보면서 하루는 잠시 몽상에 빠졌답니다. 어린이 책을 한 아름 안고 오늘 찾아올 아이들을 위해 작은 서점을 청소하는 미래의 제 모습을 그려보았지요. 하루의 꿈이 바로 영화 <유브 갓 메일>에 나오는 ‘길모퉁이 서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박한 맥 라이언의 모습이걸랑요.
[내 서재]에는 문학, 예술, 인문 교양 등 총 2,500권 정도의 책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친절하게 작은 사다리도 마련되어 있고 겨울준비를 위해 무릎담요와 간이 난로도 마련한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직접 구운 빵과 맛난 커피가 이 가을 독서의 즐거움을 더해줄 것 같은, 정말 우리 집 서재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었답니다.
북 카페 [내 서재] 옆으로 월전미술관에서는 마침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 노벨 문학상 작가 12+1’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에 이끌려 월전 미술관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니 야외 정자와 연못의 작은 폭포가 내는 시원한 소리가 먼저 반겨주네요. 이곳도 역시 첫 번째 방문자가 되어 아무도 없는 1층과 2층 전시실을 마음껏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역시 평일의 오전 삼청동에는 행운이 가득한 것 같네요.
1901년 최초의 노벨상 수상작가인 쉴리 프뤼돔, 프로방스 문학의 부흥을 외치며 ‘펠리브리지’ 운동에 평생을 바친 미스트랄, 음악소설이라는 평을 들은 『장 크리스토프』로 노벨상을 탄 로맹 롤랑, 그 외에 이름만 들어도 “아~” 할 것 같은, 세계문학전집의 단골 작가들인 앙드레 지드,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클로드 시몽, 가오싱젠 등등 유명인들의 사진과 친필 서명이 들어간 초판본 서적, 작품집, 노벨상 메달, 각종 자료들이 총망라된 흥미로운 전시회였습니다.
1층 입구에 서 있는 백남준 님의 ‘로봇 책꽂이’라는 작품도 흥미로웠어요. 참, 요새는 e-book과 함께 새로운 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오디오 북의 올드 버전을 만났답니다. 바로 앙드레 지드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육성으로 녹음하여 발표한 오디오 북인데요. 글쎄 그게 추억의 LP판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전시실에 함께 놓인 LP플레이어를 보면서 어릴 적 집에 있던 커다란 스피커를 자랑하던 LP플레이어로 찌지직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가끔은 튀기도 하던 LP판을 듣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앙드레 지드의 목소리는 어떨까 생각해보며 그 시절 문화의 최첨단에 서 있었던 한 지성의 다양한 면모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작가들의 모습이 인쇄된 화폐와 연극 포스터, 기념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양심과 철학, 사유와 존재 등을 고민하며 한 시대의 문학 아이콘으로 주목 받던 작가들과 조우하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한편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의 ‘서구문명출신이 아닌 작가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라는 수상소감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ㅎㅎㅎ
월전 미술관을 나와 배가 출출해져서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정말 배꼽시계가 너무 정확해요.^^ 삼청동에 오면 어김없이 들러가는 곳, 바로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을 갔습니다. 그곳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 때마다, 이 손잡이를 잡고 이곳을 들락날락했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 손잡이를 돌리면 나도 그들과 함께 같은 추억을 가진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계피향 나는 달콤한 단팥죽 한 그릇을 먹고 가을이 깊어가는 삼청동의 여전히 멋스러운 작은 계단과 골목들을 기웃거려 보면서 삼청동 책 산책을 마쳤답니다.
[TIP]
* 월전미술관의 ‘프랑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2+1’ 전시회는 11월 15일까지 열립니다. (문의 02-732-3777)
* 북 카페 내 서재 (문의 02-730-1087) 홈페이지 http://www.mybookcafe.co.kr/
*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문의 02-734-5302)
* 토이키노 박물관 (문의 1관 02-723-2690, 2관 02-725-2690)
* 진선북카페 (문의 02-723-5977)
아이들과 궁궐 나들이를 갔다가 들르기도 하고, 세종문화회관에 볼일이 있거나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가, 또는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 지인과 약속을 하게 될 때면 삼청동의 작은 찻집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새 삼청동에도 조용하게 많은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매번 갈 때마다 달라지는 삼청동의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거리의 살아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네요.
오늘은 경복궁 옆 민속박물관 앞길에서부터 책 향기를 따라 걸어 보려고요. 아트선재 앞에 추억이 깃든 정독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지만 국무총리 공관을 지나 그 주변으로 요즘 눈에 띄는 북 카페와 책 공간이 생기고 있어서 오늘 나들이가 기대가 되네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삼청동을 가려면 걸어가는 것이 좋지만 날씨가 궂은 날이나 추운 날에는 마을버스를 이용합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삼청동 초입에서 내리니 바로 [진선북카페]가 반겨줍니다. 그런데 웬 만국기? 아하… 오늘까지 삼청동 거리 문화 축제가 열리는 날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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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북카페]는 2층 건물과 야외정원이 있어서 취향대로 자리를 골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또 바로 옆에는 [진선갤러리]가 있어서 그림도 감상할 수 있는데 종종 책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작가와 만남의 시간도 준비되어서 겸사겸사 즐거운 나들이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1층은 흡연공간, 2층은 금연공간으로 층마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읽을거리들을 마련한 책장이 있습니다. 커피 한 잔 시키고 2층 책꽂이에서 책을 골라 창이 있는 테이블에 앉으니 창 너머로 옹기종기 지붕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쌀쌀한 날씨에 약간 얼어붙었던 몸을 차 한 잔과 책 향기로 날리고 다시 밖으로 나와 감사원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삼청파출소 가기 전, 한가로운 길가에는 작은 벼룩시장이 아침저녁으로 열리고 있네요. 밤에 아이들과 함께 가보았는데 자잘한 공예품들을 흥미롭게 구경하며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어요. 추억의 책가방부터 다이얼도 없는 옛 전화기 등 추억이 담긴 물건들부터 재미있는 고양이 모양의 장식품들과 액세서리 등을 볼 수 있답니다.
삼청동에는 삼청감리교회가 있는데 그 건물 아래에 [엔]이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잠깐 안을 들여다보니 전면에 책이 가득한 책장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왠지 이런 곳을 발견하면 보물을 찾은 것처럼 반가운 책벌레가 됩니다.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이 6개 정도 있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책장 앞에 마련된 툇마루가 너무나 정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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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엔] 옆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삼청감리교회에서 마련한 어린이 도서관 [꿈과 쉼]이 나옵니다. 삼청동을 걷는 이들을 위해 잠깐의 쉼터 역할을 하는 작은 테라스도 있는 [꿈과 쉼] 도서관은 삼청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공간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꿈과 쉼터가 되어 줄 것 같았어요. 잠깐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서관 회원 어린이들과 체험나들이도 떠나고 독서활동도 하는 아기자기한 공간이었어요. 제가 갔을 때는 마침 실내공사를 하는 중이어서 외부 사진만 찍어 보았습니다.
[꿈과 쉼]을 지나 가을 낙엽을 밟으며 조금 더 걸어 올라가 보니 [수와래] 음식점 옆으로 이번에 새로 문을 연 [토이키노]라는 재미있는 박물관이 보이네요. 주인장이 중학교 시절부터 수집했다는 온갖 만화 주인공들의 피규어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색 박물관이랍니다.
그 맞은편에 바로 북 카페 [내 서재]가 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열었을까, 하며 문 앞에 서보니 ‘11월 15일 박현욱 작가와의 대화 -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글이 써진 작은 칠판이 먼저 반겨줍니다. 살짝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장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주말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의 이렇게 한가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손님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어요.
구석에 가만히 앉아 테이블마다 독특한 모습의 꽃 장식을 하나하나 올려놓는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에 따라 마치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북 카페를 바라보면서 하루는 잠시 몽상에 빠졌답니다. 어린이 책을 한 아름 안고 오늘 찾아올 아이들을 위해 작은 서점을 청소하는 미래의 제 모습을 그려보았지요. 하루의 꿈이 바로 영화 <유브 갓 메일>에 나오는 ‘길모퉁이 서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박한 맥 라이언의 모습이걸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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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는 문학, 예술, 인문 교양 등 총 2,500권 정도의 책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친절하게 작은 사다리도 마련되어 있고 겨울준비를 위해 무릎담요와 간이 난로도 마련한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직접 구운 빵과 맛난 커피가 이 가을 독서의 즐거움을 더해줄 것 같은, 정말 우리 집 서재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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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 [내 서재] 옆으로 월전미술관에서는 마침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 노벨 문학상 작가 12+1’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에 이끌려 월전 미술관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니 야외 정자와 연못의 작은 폭포가 내는 시원한 소리가 먼저 반겨주네요. 이곳도 역시 첫 번째 방문자가 되어 아무도 없는 1층과 2층 전시실을 마음껏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역시 평일의 오전 삼청동에는 행운이 가득한 것 같네요.
1901년 최초의 노벨상 수상작가인 쉴리 프뤼돔, 프로방스 문학의 부흥을 외치며 ‘펠리브리지’ 운동에 평생을 바친 미스트랄, 음악소설이라는 평을 들은 『장 크리스토프』로 노벨상을 탄 로맹 롤랑, 그 외에 이름만 들어도 “아~” 할 것 같은, 세계문학전집의 단골 작가들인 앙드레 지드,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클로드 시몽, 가오싱젠 등등 유명인들의 사진과 친필 서명이 들어간 초판본 서적, 작품집, 노벨상 메달, 각종 자료들이 총망라된 흥미로운 전시회였습니다.
1층 입구에 서 있는 백남준 님의 ‘로봇 책꽂이’라는 작품도 흥미로웠어요. 참, 요새는 e-book과 함께 새로운 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오디오 북의 올드 버전을 만났답니다. 바로 앙드레 지드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육성으로 녹음하여 발표한 오디오 북인데요. 글쎄 그게 추억의 LP판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전시실에 함께 놓인 LP플레이어를 보면서 어릴 적 집에 있던 커다란 스피커를 자랑하던 LP플레이어로 찌지직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가끔은 튀기도 하던 LP판을 듣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앙드레 지드의 목소리는 어떨까 생각해보며 그 시절 문화의 최첨단에 서 있었던 한 지성의 다양한 면모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작가들의 모습이 인쇄된 화폐와 연극 포스터, 기념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양심과 철학, 사유와 존재 등을 고민하며 한 시대의 문학 아이콘으로 주목 받던 작가들과 조우하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한편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의 ‘서구문명출신이 아닌 작가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라는 수상소감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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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전 미술관을 나와 배가 출출해져서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정말 배꼽시계가 너무 정확해요.^^ 삼청동에 오면 어김없이 들러가는 곳, 바로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을 갔습니다. 그곳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 때마다, 이 손잡이를 잡고 이곳을 들락날락했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 손잡이를 돌리면 나도 그들과 함께 같은 추억을 가진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계피향 나는 달콤한 단팥죽 한 그릇을 먹고 가을이 깊어가는 삼청동의 여전히 멋스러운 작은 계단과 골목들을 기웃거려 보면서 삼청동 책 산책을 마쳤답니다.
[TIP]
* 월전미술관의 ‘프랑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2+1’ 전시회는 11월 15일까지 열립니다. (문의 02-732-3777)
* 북 카페 내 서재 (문의 02-730-1087) 홈페이지 http://www.mybookcafe.co.kr/
*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문의 02-734-5302)
* 토이키노 박물관 (문의 1관 02-723-2690, 2관 02-725-2690)
* 진선북카페 (문의 02-723-5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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