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의 쾌감을 탁월하게 전해준다! - 『클레이모어』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6.11.27
작게
크게
‘악마와 싸우는 동안에 악마와 닮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잔인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와 싸우려면 보통의 정신과 힘으로는 견뎌내기 어렵다. 초월적인 힘을 내고자 자신을 혹사하거나 다른 것의 힘을 빌리기 시작하면, 애초의 순수했던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왜 싸우기 시작했는지, 자신이 진정으로 싸우는 목적이 무엇인지 잃어버린다. 야기 노리히로의 『클레이모어』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클레이모어’는 요괴와 싸우고자 특별하게 교육받은 전사를 말한다. 요괴의 피와 살을 이용하여 반인반요의 몸으로 만들어진 클레이모어. 그들은 요괴의 힘과 스피드로 요괴와 싸우지만, 자칫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요괴 자체로 변해버린다. 아니, 인간과 요괴 그 이상의 각성자로.

『클레이모어』의 세계는 요괴가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곳이다. 인간으로 위장한 요괴들은 주식인 인간의 내장을 마음껏 포식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을 위협하는 요괴들을 잡기 위하여 클레이모어가 만들어졌다. 온몸이 탈색되고 요기를 감지하는 은빛 눈을 가진 존재들. 처음에는 남자 전사도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여성뿐이다. 그들은 이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서, 오직 요괴의 말살만을 위해 움직인다. 요괴가 나타났다는 마을에 클레이모어가 들어가 요괴를 잡고 떠나면, 조직에서 수고비를 받아 챙긴다. 클레이모어에게는 어떤 감정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전사일 뿐이다. 요괴와 싸우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클레어 역시 요괴를 잡는 것 이외에는 어떤 감정도, 목적도 없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마을에서 요괴를 잡은 후 떠나는 클레어에게 한 소년이 다가온다. 일가족을 잃고 버려진 소년 라키. 사람들은 요괴의 희생자 옆에 있었던 사람들조차도 두려워하기 때문에, 라키는 갈 곳이 없다. 결국, 클레어와 라키는 동행이 된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줄거리지만, 클레어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그들의 동행이 필연적임을 알게 된다. 클레어 역시 라키와 비슷한 과거가 있다. 요괴에게 잡혀 장난감 같은 존재가 되었던 클레어는 요괴를 죽인 테레사라는 이름의 클레이모어를 쫓아간다. 그리고 테레사 역시 클레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라키와 달리 테레사가 클레어를 받아들이는 데는 더욱 극적인 사건이 필요했다.

테레사는 클레어를 위해 사람을 죽인다. 죽은 자들은 악인이다. 테레사가 요괴를 죽이고 떠나온 마을을, 그들은 거침없이 약탈한다. 요괴보다도 잔인하게 사람들을 학살한다. 그럼에도, 클레이모어는 그런 그들을 죽일 수 없다. 반인반요인 탓에, 자신들이 인간의 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레사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테레사는 단지 임무이기 때문에 요괴를 죽이는 전사에서, 자신의 감정과 논리를 따르며 악인을 죽이는 전사가 된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사람을 죽인 클레이모어를 반드시 처단한다. 그래서 테레사를 죽이려고 클레이모어들이 뭉쳐 공격을 한다. 테레사는 다른 클레이모어들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내지만, 넘버 2인 프리실라가 분노를 못 이겨 변한 각성자에게 살해당한다. 테레사의 죽음을 본 클레어는 조직에 들어가겠다고 간청한다. 클레어는 처음으로 조직의 문을 스스로 두드린 자가 된 것이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클레어는 라키의 손을 잡아주었다.

『클레이모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클레이모어라는 존재 자체다. 요괴와 싸우려고 요괴의 살과 피를 교배한 존재. 그들은 강한 상대와 싸우고자 몸에 들어 있는 요력을 조금씩 해방하며 능력치를 올린다. 하지만, 요력을 지나치게 해방하면 폭주하여 각성자가 되어버린다. 남성 클레이모어가 사라진 이유는, 그 각성이 성적 쾌락과 흡사하여 스스로 폭주를 시도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남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리실라는 테레사를 이기겠다는 경쟁심과 분노 때문에 폭주하여 각성자가 된다. 그런 프리실라가 각성자가 되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하나도 참을 필요가 없었잖아?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인 줄도 모르고…”였다. 각성자는 단순한 요괴가 아닌 것이다.

『클레이모어』는 클레어의 과거를 들려준 후에야 본격적인 스토리를 진행한다. 오로지 각성자, 그중에서도 프리실라를 잡는 것이 목적인 클레어는 과연 프리실라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다. 도대체 각성자란 어떤 존재일까? 클레이모어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클레어는 각성자를 잡고자 만난 넘버 6인 밀리나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클레어와 함께 소집된 클레이모어들은 모두 한 번 이상 각성의 위기를 넘긴 자들이었다. 밀리나는 그것이 이미 각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한계를 넘은 다음에 되돌아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조직에서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고, 무엇인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밀리나는 그런 조직을 믿을 수 없어서 오래전부터 조직의 비밀을 캐고 있었다. 조직의 이면에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클레이모어』의 작가 야기 노리히로는 착한 남학생이 흉악스러운 얼굴 때문에 온갖 사건을 만나는 『엔젤전설』로 인기를 얻었다. 『클레이모어』『엔젤전설』의 코믹한 분위기와는 달리, 아주 심각하고 처연하게 진행된다. 클레이모어와 요괴의 격렬한 전투신도 멋지지만, 각성자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거대하고도 웅장한 대결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클레이모어의 슬픔이 은은히 깔리면서, 『클레이모어』는 ‘전투’의 쾌감을 탁월하게 전해주는 만화다.

91의 댓글
User Avatar

jung7524

2019.12.14


1인 신청합니다^^ 두분의 왕팬입니다~^^
김복준교수님의 통쾌함과 김윤희프로파일러님의 차분한 사건풀이가 참 환상의 콤비세요~^^
두분 직접 뵈면 너무 행복 할 듯 싶습니다~멀리 지방에서 가려고 합니다~꼭꼭 뽑아주시길 간곡히 바래봅니다^^~~감사합니다^^
답글
0
0
User Avatar

wud5183

2019.12.13

참 명수를 적지않아서 다시 보내봅니다.2인신청합니다.묵묵히 시청하고 구독좋아요 잊지않고 눌러주는것으로 응원하고있어요.
답글
0
0
User Avatar

wud5183

2019.12.13

대전에사는데 아이외래치료가는 날이라 19일날 서울올라가면서 참석해보려고요.유튜브로만 봽던분들 직접 대면할수있음 좋겠다 싶어서 신청해봅니다.솔직히 말하면 사건사건들은 참 무섭지만 알아야 임기응변도 생길것같아 애청하고있어요.김교수님과 윤희파일러님도 직접 봽고싶고요.방송에서 솔직담백한 말씀들이 좋았거든요.애청자 모두가 당첨되길 바래서 한편으로는 안돼도 어쩔수없다고 마음한켠 비우고는 있어요.그래도 사건파일 애청할거예요.응원합니다^^
답글
0
0

더 보기

arrow down

엔젤전설 1

<야기 노리히로> 글,그림

CLAYMORE 클레이모어 1

<야기 노리히로> 글,그림

출판사 | 대원

Writer Avatar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Writer Avatar

김봉석

글 쓰는 일이 좋아 기자가 되었다. [씨네21] [브뤼트] [에이코믹스] 등의 매체를 만들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쳤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소설, 만화를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연스레 대중문화평론가, 작가로 활동하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내 안의 음란마귀』 『좀비사전』 『탐정사전』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등을 썼다. 15년 이상의 직장 생활, 7, 8년의 프리랜서를 경험하며 각양각색의 인간과 상황을 겪었다. 순탄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통과하고픈 생각은 별로 없는 그 시기를 거치며 깨달았다. 직장인과 프리랜서 모두 쉽지 않고,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 월급도 자유도 결국은 선택이고, 어느 쪽도 승리나 패배는 아니라는 것. 모든 이유 있는 선택 뒤엔 내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남는다는 것. 다 좋다. 결국은,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2007년부터 13년간 상상마당 아카데미 ‘전방위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쌍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 책에 그대로 풀어냈다. 글쓰기 초보자에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준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모든 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할 것이라 확신한다. 주요 저서에는 『전방위 글쓰기』(2008), 『영화 리뷰 쓰기』(2008),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2012), 『나의 대중문화표류기』(2015),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미스터리』(2015),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호러』(2016), 『고우영』(2017) 등이 있다. 공저로도 『클릭! 일본문화』(1999), 『시네마 수학』(2013), 『탐정사전』(2014),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웹소설 작가 입문』(2017)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