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언니 한비야가 털어놓는 사소하고 솔직한 이야기들 - 『그건, 사랑이었네』 저자 한비야
“난 내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난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내 잠재력이 아직 무궁무진하다고 믿어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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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한비야가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긴급구호 활동 이야기를 담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출간한 지 4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녀는 쉰을 넘겼으며, 월드비전을 그만두었고, 올해 8월이면 공부를 하기 위해 보스턴으로 떠난다. 상승기류를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훌쩍 날아가 버리는 그는 우리에게 책 한 권을 남겼다.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다운 제목이다. 진실된 마음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고르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그를 선택할 것이다.

한비야가 배낭을 메고 뚜벅뚜벅 세계 이곳저곳을 걸을 때부터 독자들은 그의 배낭 속 작은 주머니에 담겨 함께 여행을 했다. 세계를 돌아보고, 한국을 돌아보고, 중국으로 날아가 중국어를 공부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긴급구호팀장으로서 어디든 날아갔다. 그의 독자들은 그와 함께 세계로, 중국으로, 긴급구호 현장으로 떠났다. 차돌처럼 야무진 한비야의 발자국은 우리 사회에 깊은 자국을 남겼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멘토가 되었다. 물론 그는 멘토라는 딱딱한 호칭보다 ‘언니’라는 만만한 호칭을 더 좋아하겠지만.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투사의 이야기였다면 『그건, 사랑이었네』는 쉰을 넘어서도 여전히 새로운 모험에 눈을 반짝이는 모험가의 이야기이자 연습이 없어 서툴 수밖에 없는 인생이 힘겨워 투정을 부리는 약한 인간의 이야기이며, 첫사랑과 우연히 만나 주책없이 가슴이 떨리는 대책 없는 로맨티스트의 이야기이자 모두가 꿈일 거라고 생각했던 일을 당차게 해내는 능력 있는 리얼리스트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그건, 사랑이었네』는 책을 읽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한비야의 고백이다.


한비야가 털어놓는 사소하고 솔직한 이야기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불난 집에 출동한 소방관의 심정으로 썼다면 『그건, 사랑이었네』는 가장 친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편안하게 차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심정으로 썼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쓸 때 한비야는 여유가 없었다. 생사가 위태로운 사람들 앞에서 그는 약한 소리를 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쓰면서 정신적인 치유가 됐어요. 긴급구호는 굉장히 힘든 일이고, 감당할 수 없는 충격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저에겐 이 책이 위안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이번 책은 솔직하게 내 마음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되고, 또 자꾸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인생의 반을 마치고 다음 반을 시작하는 준비를 한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이 책은 굉장히 사소한 이야기들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친해지잖아요. 친구도 사소한 걸 나누는 사이고.”

그가 쓴 어떤 책보다 이번 책은 솔직하다. 그가 스스로도 놀랄 만큼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은 독자들 덕분이다. 독자들은 그에게 늘 솔직한 편지를 보내 왔다. “독자들이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니까 나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어요. 앞으로 이만큼 솔직하게 글을 쓰기는 힘들 것 같아요. 굉장히 개운한 기분이에요.”


뭔가를 이루고 싶은가? 그럼 베이스라인부터 탄탄히 하라

월드비전에서의 9년은 성공적이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월급을 받지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고, 회원은 1만8천 명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9년 만에 회원이 33만 명이나 늘었다. 성공을 거둔 비결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 그래서 탄탄한 베이스라인을 잡는 거요. 제가 월드비전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했던 것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한 거였어요. 그래야 제대로 계획을 세워 ‘돌격, 앞으로!’ 할 수 있거든요.(웃음) 그리고 노력과 기도는 항상 좋은 결실을 맺게 합니다.”

그것은 한비야식 성공 방법이기도 하다. 먼저 상황을 파악한다. 과장하지도 않고 왜곡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는 건 얼핏 쉬워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현재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10년 후를 바라보고 뛴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 비껴나는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엉뚱한 곳에서 헤매게 돼요. 뭔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처음 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요.”

한비야는 젊은 사람들이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 우리나라가, 세계가 더 멋진 곳이 된다고 믿는다. “꿈을 가진다는 건 훈장이면서 멍에예요. 그렇지만 꿈을 이루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훨씬 재미있고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봐요. 지금 젊은 사람들이 기성 세대가 이룬 것을 딛고 서서 훨씬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면 좋겠어요.”


행복은 누가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지 않는다


『그건, 사랑이었네』는 어쩌면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복막염으로 수술을 받고 4월 내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4월에 수술 받고 퇴원하고 2주 동안은 앉아 있지도 못할 만큼 몸이 안 좋았어요. ‘아, 이 책은 못 내고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5월부터 신기하게 몸이 움직이는 거예요. 독자들을 위해 몸이 나를 한 번 봐준 것 같아요.(웃음)”

한비야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한비야의 사랑은 매장량에 한계가 있는 석유나 석탄이 아니라 공기처럼 무한하다. 사랑을 아낌없이 마구마구 퍼 준다. 한비야를 만난 사람은 적어도 세 번 놀란다. 엄청나게 빠른 말 속도에 놀라고, 열정에 놀라고, 낙천성에 놀란다.

한비야는 시니컬한 사람이 보자면 바보 같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이 여자에게는 왜 그렇게 좋고 행복하고 신나는 일만 있는 건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엄청나게 좋은 것을 가져서 그렇게 신나 하는 것도 아니다. 강가에 뒹구는 조약돌을 보고도 몇 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얻은 것처럼 신나 한다. 그는 끊임없이 칭찬을 쏟아 붓는다. 그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나쁘려야 나쁠 수가 없다.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그는 자신이 한비야인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별것 아닌데, 저는 제가 참 좋아요. 한 씨라는 것도 좋고, 셋째 딸로 태어난 것도 좋고, 한국에서 태어난 것도 좋고.(웃음) 이렇게 사소한 것 때문에 내가 좋다는 건, 어떻게 보면 좀 웃기잖아요. 그런데 나는 정말 이런 것들 때문에 행복해요. 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난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고, 내 잠재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고 믿어요.”

그가 대책 없이 낙천적이고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건 인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긴급구호를 다니면서 끔찍한 현장을 많이 목격했어요. 그런 끔찍한 현장 속에서 저는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단 한 사람이 가진 사랑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달았지요.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고,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데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나는 늘 사람들에게 ‘당신은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말해 줘요. 만약 자기를 사랑하기 힘들다면, 자기는 어느 것 하나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없다고 절망한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해 주겠다고요. 그러니 적어도 당신은 내 사랑을 받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라고 여기라고 말해 줘요.”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독자들은 그의 책을 읽으면 사랑받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고 말하며 한비야는 밝게 웃었다.

“어떤 중학생이 제게 이런 편지를 보냈어요. ‘중학교에 간 뒤로 엄마는 공부만 하라고 하고, 나를 안아 주지도 뽀뽀해 주지도 않아요. 엄마는 이젠 나를 사랑하지 않나 봐요.’ 그런데 정말 그 엄마가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 깨어나지 않은 사랑을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제가 이렇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저 역시 사람들의 사랑과 응원이 필요한, 약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그에게 가장 큰 응원군은 역시 독자들이다.


한비야와 함께 1년에 책 100권을 읽자


한비야에게는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 사람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 그는 그것이 책을 좋아하고, 책을 쓰는 사람의 의무라고 믿는다. 긴급구호만큼이나 사람들을 책 읽는 재미에 풍덩 빠뜨리는 일이 가치 있다고 여긴다. 그는 모든 국민이 1년에 책을 100권씩 읽는 운동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저는 책 읽는 걸 너무 좋아하고, 제가 좋아하는 책을 권하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친구한테 제가 좋아하는 책을 빌려주면 매일 전화해서 다 읽었냐고 물어봐요. 아직 다 못 읽었다고 하면 난리가 나요.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덮을 수가 있냐면서요.(웃음)”

그는 책만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 한 권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결코 같은 사람일 수 없어요. 책을 읽은 3~4시간 만에 사람이 달라지는 거예요.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요?”

한비야도 책 읽기에 흥미가 없었는데, 고등학생 때 친구와 경쟁적으로 책을 읽게 되면서 독서에 부쩍 흥미를 붙이게 되었다고. “책 읽기는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요. 책을 읽는 사람이야 도대체 사람들이 책을 안 읽고 무슨 재미로 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사실은 어떤 책이 재미있는지 몰라서 못 읽는 경우도 많거든요.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혼자만 재미 보지 마시고 주변 분들에게 좋은 책들을 많이 권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는 지인들을 활용해 좋은 책을 추천 받는다. “나랑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좋은 책 몇 권을 꼭 알려 줘야 해요.(웃음) 내가 만날 때마다 하도 책 추천을 해 달라고 하니까 이젠 다들 준비를 하고 나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제일 적어요. 숨어 있는 좋은 책들, 아는 사람들만 돌려 가면서 읽는 책도 볼 수 있고요.”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는 한비야


쉰이 넘은 나이에 그는 또다시 공부하기 위해 보스턴으로 떠난다. 이제 주변 사람들은 그를 말리지 않는다. 말려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현장 경험도 많이 쌓았으니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해요. 하지만 바로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유학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긴급구호 활동을 더 잘하려면 현장 경험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거든요.”

위에서 내려오는 대외원조정책이나 지침서를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지침을 내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이상한 정책들을 만드는 건지 이해가 안 돼서 불평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불평만 하지 말고 내가 하면 되잖아.’ 하고요. 현장 경험이 있는 내가 이론적인 공부를 한다면 훨씬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겠다고 발상을 전환했지요.”

그가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불평만 하는 게 싫어서,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더 잘하고 싶어서. 그렇게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그 일에 대한 사랑이요, 자신에 대한 긍지라고 했다.

한비야가 생각할 때,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할 수 있는 이다. “일을 하다 보면 부딪칠 때, 답답할 때가 많아요. 저처럼 현장 일을 하면 데스크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입장을 바꿔 보는 거예요.”

그렇게 입장을 바꾸어 보면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입장을 바꾸어 보면 그동안 있었던 많은 문제와 갈등이 이해 부족과 좁은 시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누구보다 강하게 만든다. “전문가는 자기 전문 분야 지식에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기와 연관을 맺는 분야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분야를 담당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9월에 또다시 학생이 되는 그는 지금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산행을 앞두고 새벽에 등산복을 입고 신발끈을 묶고 있는 기분이에요. 굉장히 가슴이 두근거려요. 저 산은 어떤 산일까, 또 어떤 사람을 그곳에서 만날까, 내 경험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는 얼마나 새로운 것을 접할까 마음이 설레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쏟아낼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의 마음도 설렌다.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2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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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0330

2010.03.26

올 2월 월드비전의 행사모임으로 책을 선물 받고 읽었어요. 책은 가벼운데 그 안의 내용은 제 마음과 머리 속에서는 무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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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다레

2010.03.19

한비야님 책은 역시 저에게도 왠지 힘이 됩니다. ^^
모든이에게 힘을 주고 희망을 주는 한비야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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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0918

2009.10.23

한비야님은 참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분 같아요. 그래서 뵐때마다 저 또한
힘을 얻곤 합니다. 더 많은 걸 알고 또 나눌려고 하는 그 모습을 본받고 다시
한번 용기내어 한걸음씩 나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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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지구촌(global village)가 아니라 지구집(global ho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다른나라의 다른 민족들도 진정한 한 공동체 안에 있음을 강조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자가발전기를 부착한 에너자이저. 30대에 육로 세계일주를 떠났고, 40대에 한국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에서 일했다. 50대에 인도적 지원학 석사학위를, 60대에 국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1년의 절반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머지 절반은 국제구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1958년 산이 많은 나라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태어나 숭의여자고등학교 졸업을 했다. 대학입시에서 떨어지고 클래식 다방 DJ, 번역 등의 경험을 쌓으며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었다. 그러다 6년 뒤 특별장학생으로 홍익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국제홍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제 홍보회사 버슨 마스텔라 한국 지사에서 3년간 근무, 타고난 능력으로 고속 승진의 길을 밟을 수 있었으나 15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약속한 '세계일주'의 꿈을 접지 못해 사표를 내던지고 세계여행길에 오른다. 7년. 세계 오지 마을을 다니며 겪은 여행 경험을 책으로 펴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전4권)과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우리 땅을 걸어다니며 쓴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등이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 저자로 단숨에 급부상한다. 그렇게 정말 '바람'처럼 지구를 걸어다니다 2002년 3월을 기점으로 국제난민운동가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비극의 땅'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딛게 된 이유도 첫 시작은 오지를 다닐 때 지키는 육로 이동의 원칙을 지키려던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전쟁의 한가운데 있던 아프가니스탄, 그 곳에서 지뢰를 밟아 왼쪽 다리와 오른팔을 잃은 여자 아이가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건넨 '귀한' 빵을 한입 덥석 베어 물어 난민촌 아이들의 친구로 거듭나던 순간, 그녀는 그간의 오지 여행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발견해 내었다. 2001년부터 2009년 6월까지 국제 NGO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하면서 전세계 구호현장에서 전문 구호 활동가로 일했으며,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5인 중 한 명, 대학생이 존경하는 인물, 평화를 만드는 100인 등에 선정되었고, 2004년 'YWCA 젊은 지도자 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론을 갖춘 구호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2009년 8월 미국 터프츠대학교 국제관계 및 국제법 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에 진학해 인도적 지원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가 받은 광고료와 인세로 자신의 문제와 고통뿐 아니라 지구촌의 어려움까지 대처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의식 배양을 위해 '세계시민학교 지도밖 행군단'을 구성하였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처음 알게 된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과 멘토, 친구, 연인 관계를 거쳐 만난 지 15년 만에 부부가 되었다. 1년에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산다. 남편 안톤을 만나 미리 하기와 아무것도 안 하기의 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저서로는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그건, 사랑이었네』 등이 있으며, 남편 안톤과 함께 쓴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그녀의 첫 번째 공저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