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한강 다리 이야기
서울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한강의 과거와 오늘, 서울을 잇는 8개의 한강 다리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는 책,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글 : 곽재식(작가)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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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윤세윤 저 | 동아시아

 

한강을 건너는 다리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임시 다리까지 포함해서 따져 본다면 하나 짚어 볼만한 것은 조선 시대에 건설된 배다리다. 여러 척의 배를 강물 위에 나란히 띄워 놓고 그 위에 널빤지 같은 것을 올려 놓은 뒤 연결하면 그 전체를 마치 하나의 뜬 다리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것이 바로 배다리다. 조선 시대에는 한문으로 흔히 주교(舟橋)라고 쓰기도 했다.

 

배다리 중에서 특히 유명한 축에 속하는 것이 조선 후기 정조 임금이 아버지 무덤에 성묘를 가기 위해 수원에 갈 때 만들라고 지시했던 배다리다. 임금님 행차였기 때문에 규모도 컸고 여러 차례 건설했기 때문에 관련된 기록이나 자료도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유명한 학자인 정약용이 정조의 신임을 본격적으로 얻기 시작한 것도 얼추 배다리 만드는 일을 잘 지휘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즈음부터다. 

 

정조 임금은 배다리를 건너와서 좋은 경치가 보이는 건물에서 쉬면서 머무르곤 했는데, 그곳을 용양봉저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지하철 9호선 노들역 근처에 용양봉저정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어 있는 곳이다. 그렇다는 말은 정조가 한강을 건널 때 사용했던 길이 바로 지하철 9호선 노들역 근처 어디 무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마침 이 인근에 한강대교가 있고 거기에서 조금만 더 서쪽으로 가면 한강철교도 있다. 

 

한강철교는 한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 중에 배다리 방식이 아니라 항상 서 있는 다리로는 역사상 최초의 다리다. 또 한강대교는 열차만 지날 수 있는 한강철교 말고 사람이나 차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다리 중에서 최초로 건설된 다리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 시대의 배다리와 근대에 만들어진 한강철교, 한강대교는 마침 비슷한 자리에 모여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지역은 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으면 좋을 만한 자리다. 서울의 중심지인 광화문과 종로 부근에서부터 출발해서 한강을 건넌다고 할 때 쉽게 건널 수 있으면서도 강 남쪽 교통의 중심지인 노량진 인근과도 가깝다. 그러니 자연히 수백 년 전부터 이 곳이 주목받았던 듯하다.

 

한강철교는 조선 고종 임금 시절인 1897년에 미국인 제임스 모스가 부설권을 따서 건설하기 시작한 다리다. 비록 열차만 지날 수 있는 다리이기는 하지만 이 다리가 한강 다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19세기에 공사가 시작된 다리이고 조선 시대가 끝나기 전에 완성된 다리다. 경복궁이 새로 건설되어 완성된 것이 1868년 무렵이니 한강철교가 건설된 것과 지금 우리가 보는 경복궁 사이에는 30년 정도 밖에 시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의 한강철교는 이후 전쟁으로 파괴되고 보수 공사로 수리되면서 원래의 모습은 거의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 의미를 생각해 보면 한강철교는 경복궁 못지 않게 가치 있고 사연 깊은 문화재다. 더군다나 경복궁은 더 이상 그곳에서 누가 살거나 국가의 의식을 치르는 곳이 아닌 그야말로 옛 유적일 뿐이지만, 한강철교는 지금도 서울 시민들이 생활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살아 있는 시설이다. 누구든 KTX를 타고 한강을 건널 때나 1호선 전철을 타고 용산역에서 노량진역 사이를 지날 때면 지금도 한강철교를 사용하게 된다.

 

돌아보면 과거에는 어떤 건물이나 시설을 설계한 사람이나 건설을 추진한 주체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그 시설이 가치가 없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 예를 들어 보자면, 한강철교는 미국인이 주도해서 건설한 것이고 한강대교는 조선이 망한 후에 일본인들이 주도해서 건설한 것이니 한국인이 가치 있게 생각할만한 문화적인 의미는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어떤 건물이나 시설이 생길 때, 그 때 정치적인 책임자나 설계자가 누구였는 지에 따라 그 건축물의 의미가 모조리 어느 한 쪽으로 넘어 간다는 생각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물은 누구 한 사람이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시를 내린 어느 높은 사람, 한 명의 공으로 건축물이 뚝딱 생겨날 수는 없다. 수많은 과학자, 기술인, 노동자들이 직접 땀을 흘려 가며 일해 힘을 합한 결과로 건축물은 완성된다. 

 

물론 과거에는 높은 사람을 칭송하기 위해 “저 다리를 어느 시장이 지었다”, “저 빌딩을 어느 회장이 올렸다”는 식의 말을 많이 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말은 사실과는 다르다. 기술적으로 따져 보면 더욱 더 옳지 않은 말이다. 그렇게 칭송하는 시장이나 회장이 실제로는 벽돌 한 장 나르는 일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이제는 높은 사람을 칭송하는 일 보다는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을 실제로 만든 사람들의 노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한강철교나 한강대교를 만든 사람들 중에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그 시절 땀을 흘리면서 일했던 조선의 노동자들이다. 게다가 다리가 완성된 후 그 다리를 지금껏 오랜 세월 사용해 오며 문화 속에서 활용해 온 사람들도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그런 만큼 나는 얼마든지 이런 근대, 현대 건축물들의 문화적 가치를 우리에게 가까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리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술을 사용했기에 누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노동자들과 기술인들의 작업 과정에는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었는 지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면 그런 문화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윤세윤 교수의 책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바로 이런 많은 사연을 가진 한강 다리 중에서도 여섯 곳을 골라 소개하는 책이다. “어느 다리가 교통이 안 막힐까” 하는 궁리만 하면서 별 생각 없이 지나치기 쉬운 다리 각각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그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는 다리 건설 과정에 얽힌 과학, 공학, 기술에 관한 내용도 덧붙여 두었다. 그래서 두께가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이면서도 다양한 방면에 걸친 읽을 것이 많아 즐거운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강 다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직접 그 다리를 가까이 가서 보는 체험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직접 여섯 곳의 한강 다리와 그 주변을 답사하는 이야기와 연결해서 다른 사연들을 같이 풀이해 놓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그대로 한강 다리 주변을 산책하고 구경해 볼 때 일종의 지침서처럼 사용해 볼 수도 있는 책이다. 예를 들면 이 책에는 한강대교를 소개하면서 앞서 언급한 정조 시대의 용양봉저정을 직접 둘러본 경험도 같이 써 두었다. 

 

그런 만큼 글을 읽고 있으면 당장 책에 소개된 곳으로 달려 나가 직접 정말 다리 주변의 경치는 어떤 지, 다리의 모습은 어떤 지 보고 싶을 정도로 일종의 관광 안내 책자 같은 역할도 하고 있는 책이다. 예전에 전국 각지의 유적지를 소개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라는 책이 출판계에서 두고두고 언급될 정도로 명망 높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나의 한강 다리 답사기’라고 해도 될 만한 내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서울과 한강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아쉬운 점도 다시 떠 올려 보게 되었다.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에도 그대로 소개되어 있듯이 한강만큼 큰 강이 도시를 가운데에서 가로 지르고 있는 선진국의 수도는 무척 드물다. 파리의 센 강이나 런던의 템즈 강은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 규모는 한강에 비하면 훨씬 작다. 이런 강들은 중랑천이나 탄천 같은 한강의 지류 개천에 비교할 정도의 규모 밖에 되지 않는다. 커다란 강이 있고 그 강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다리가 여럿 있으며 그 다리 양쪽에서 활발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도시라는 점은 서울의 개성이고 서울의 매력이다.

 

그리고 그 매력을 이미 서울 시민들도 잘 알고 있다. 한강 공원에서 치킨을 배달해서 먹는 그 많은 사람들과 한강변을 달리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대표다. 너무 돈만 따지는 이야기처럼 들리긴 하지만 하다 못해 부동산 거래에서 한강 뷰를 그렇게 많이 따진다는 것 또한 시민들이 한강의 매력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의외로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는 관광 진흥 사업에서 이런 한강의 매력과 개성을 잘 살리는 개발을 생각보다 잘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나는 많이 한다. 그나마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이런저런 조망 명소도 생기고 한강변에서 무슨 행사 같은 것도 많이 개최되는 편이기는 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노력은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여전히 서울 만의 독특한 멋으로서 한강 주변을 활용하고 긴 세월 역사와 사연을 품은 문화의 일부로 한강 다리를 활용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이런 한계가 한강이 세계에서 드문 너무 좋은 곳이기에 생겼다고 생각한다. 무슨 이야기냐면 공공기관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유럽에서는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따라하면 좋을 거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똑같이 하면 좋을 거다”라는 사례가 있어야 일을 풀어 가기가 편하다. 그래야 고위층으로부터 결재를 받기도 편하고 “다른 선진국도 다들 이렇게 한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도 쉽다. 그러므로 남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관광지를 개발하는 일은 그럭저럭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한강처럼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한 곳이라면 다른 곳을 따라하는 방식으로는 개발하기 어렵다. 그 탓에 오히려 그 장점을 충분히 못 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그런 저런 생각을 해 보면서 항상 우리 주변에 있기에 그 가치를 모르고 지나치는 대상을 되돌아볼 기회를 주는 책이다. 뿐만 아니라 왜 어떤 다리 위에는 아치 모양의 곡선 구조물을 얹는 것인지, 강물이 흐르고 있는 강에 무슨 수로 안전하게 교각을 세우는 공사를 할 수 있는지, 다리는 얼마나 오래 가고 언제 수리되고 보강되는지, 등등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 거리에 대한 풀이도 풍부하게 곁들여져 있다. 그래서 강, 다리, 강변에 얽힌 문화를 바라보는 생각을 보다 폭 넓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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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윤세윤>

출판사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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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작가)

작가이자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 공학 학사 학위와 화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각종 대중매체에서 과학 지식으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