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 전 일이 되었지만 군 복무하면서 많이 걸었다. 보병은 늘 걸어 다닌다. 나는 ‘3보 이상 승차’라는 포병이었다. 내가 맡은 보직이 주로 걷는 거라서 대성산 기슭을 누볐다. 16~7년 전, 동원예비군 말년일 때 훈련의 일환으로 제법 긴 거리를 행군했다. 현역이나 동원예비군이나 걷기 교범(manual) 같은 건 없었다. 우리는 그냥 무작정 걸었다.
독일 판 걷기 매뉴얼 『건강걷기(Walking)』(클라우스 뵈스 외 지음, 김건도 외 옮김, 푸른물고기, 2010)는 ‘3L’을 중요시한다. “차라리 오랫동안 천천히(lieber laenger langsam) 걸어라.” 바른 걷기 테크닉을 익혀야 하는 이유로는 다음 몇 가지를 든다. 우선 바른 걷기 테크닉이 다리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단련시켜 주며 신체적인 수행능력을 향상시켜서다.
또한 바른 걷기 테크닉은 전신의 힘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며 민첩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른 걷기 테크닉은 관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며 과중한 부담을 받지 않도록 보행자를 보호하기도 한다. 걷기란 “건강을 위해 의도적으로 팔을 흔들면서 지속해서 걷는 운동이다.” 엉덩이를 흔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걷기는 경보와 구별된다.
“날씬한 몸매와 건강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걷기는 탁월한 선택”이다. 하지만 “중증 심장병, 동맥경화, 관절염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걷기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걷다가 몸에 이상을 느끼면 즉시 걷는 걸 중단해야 한다. “부드럽고 푹신한 숲길과 잔디밭, 그리고 공원 등의 포장되지 않은 모든 산책로를 걷기에 적합한 장소로 삼을 수 있다.”
걷기는 우리 신체 구석구석에 좋은 영향을 준다. 한마디로 건강해진다. 걷기 테크닉의 체크리스트 10개항 가운데 “항상 무릎을 가볍게 굽힌 채로 발뒤꿈치를 평평하게 해서 바닥을 딛는다”가 눈에 띈다. 의식적인 호흡과 심박수 체크 역시 중요하다. “잘 맞는 운동화는 좋은 걷기 도구의 알파요 오메가”다. 걷기 복장은 통기성이 우수해야 한다.
걷기는 운동이다. 걷기 전 준비운동과 걷고 나서 마무리운동은 필수다. 걷기 전 워밍업에선 어깨를 풀어주고 발의 관절을 유연하게 하며 등을 풀어준다. 걷기 후 체온 식히기의 골자는 ‘마무리 걷기’와 호흡훈련이다. 무엇보다 과부하운동은 금물이다. 아래 사항에 주의하여 과부하를 피해야 한다.
1. 모토는 걷기와 말하기다.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걸어라.
2. 자신의 템포로 걷고 전문적인 지도하에서만 높은 강도의 운동을 실시하자.
3. 육체적, 심리적 피로감에 민감하라.
4.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운동을 중단하라.
독일 걷기 연구소(DWI, das Deutsche Walking Institut)의 걷기 훈련 프로그램과 걷기 테스트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핵심은 이렇다. “규칙적으로 충분히 오래 걸어라. 그래야만 체력과 지구력을 개선시키고 지방을 감소시켜서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건강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낮은 속도를 중간속도로 올리는 것이 좋다.”
이학요법사 다나카 나오키(田中尙喜)의 『백세까지 걷자』(전혜경 옮김, 루비박스, 2007)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발로 오래도록 걸을 수 있는 준비 과정으로서 중년 때부터 대비해야 할 운동 방법을 소개했다.” 걷는 데도 일정한 체력은 필요하다. 이 책에선 “주로 중ㆍ노년을 위한 근육 만들기에 적당한 트레이닝 법을 소개한다.” 걷기 위한 근육 다지기다.
「죽기직전까지 내발로 걷자」는 머리말 제목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론 “죽기직전까지도 자기 발로 걸어 다닐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한 다음 일상생활에서부터 근육과 관절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은 속근(速筋)과 지근(遲筋)으로 나눌 수 있다. “순발력이 있는 근육을 속근이라 하고 지구력이 있는 근육을 지근이라 한다.” 앉기, 서기, 걷기 같은 일상생활의 동작은 속근보다 지근이 중심이 된다. 30~60대는 대둔근(大臀筋), 대흉근(大胸筋), 넙치근을 단련하고, 70대 이후에는 햄스트링스(hamstrings)와 장요근(腸腰筋)의 근력 유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년 이후에 근력 트레이닝을 할 때에는 무조건 열심히 하기보다는 지속적인 훈련이 요구된다. 한 번에 무리해서 하기보다 매일 또는 격일로 꾸준히 트레이닝을 하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훈련이다. “어떤 종류의 근력 트레이닝이라도 중년 이후에는 하나하나의 동작을 되도록 천천히 해줘야 효과가 크다.” 훈련하려는 목표 근육에 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대둔근은 일어서는 동작이나 똑바로 앉을 때 사용되는 엉덩이 근육이다. 대둔근이 약해지면 조금만 걸어도 다리는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대둔근 단련법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45쪽). 하루에 한 번 15~30분정도 엎드려 누워 있기만 해도 복근은 단련된다(66쪽). 올바르게 걷는 것은 올바르게 서는 자세에서 출발하는데, 귀 뒤에서 어깨를 지나 복사뼈까지 일직선이 되도록 선다.
“올바르게 걸으려면 발뒤꿈치부터 지면에 붙이고 발뒤꿈치, 발바닥의 바깥쪽, 엄지발가락 아래의 불룩한 부분으로 체중을 이동시킨 다음 엄지발가락 끝으로 지면을 차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 때 체중을 받치고 있는 무릎은 항상 쫙 편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중년 이후부터는 얼마나 많이 걷느냐보다 얼마나 올바른 자세로 걷느냐가 건강에 효과적이다.”
무릎을 편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은 무릎을 가볍게 굽히라는 독일 판 걷기 매뉴얼과 다른 점이다. 무릎 펴고 걷기는 일본 판 걷기 교범인 사토 유조(佐藤祐造)의 『의사가 추천하는 하루 30분 빨리걷기』(김수창 옮김, 북하우스, 2004)에서도 강조하는 사항이다. “무릎을 굽히지 말고 편 상태에서 발을 차내듯이 앞으로 내미는 것이 바람직하다.”
걷기 운동복에 대한 ‘취향’도 독일 판과 일본 판은 다르다. 독일이 통기성 좋은 합성섬유 소재를 선호한다면, 일본은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를 선호한다. 『의사가 추천하는 하루 30분 빨리걷기』는 하루 30분 빨리걷기의 실천 방법과 효능을 다룬다. 날마다 5~10분 동안 틈나는 대로 빠른 걸음으로 걷되 합쳐 하루 30분이면 족하다.
빠른 걸음은 분속 90~100미터가량의 걸음걸이다. 이보다 늦은 보통 걸음의 평균 분속은 70~80미터다. 급한 걸음은 분속 110미터 혹은 그 이상의 속도를 낸다. 운동 부족인 사람이 빨리 걷기를 시작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해야 한다.
1.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충분히 한다.
2.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서, 빨리걷기로 넘어간다.
3. 무리하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페이스로 한다.
4. 수분 공급을 잊지 않는다.
5. 알맞은 복장과 신발을 갖춘다.
6. 식사습관의 개선에 노력한다.
걷기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사인 사토 유조에 따르면, 생활습관 병(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특히 이롭다. 사토 유조는 ‘목적의식’에 방점을 찍는다. “의식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하루 30분 빨리걷기’가 생활습관 병의 예방과 극복에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확실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매일 걷기만 하면, 어렵고 격렬한 운동에 굳이 도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핵심은 걷기처럼 가벼운 운동을 매일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다.”
최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