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프러포즈 끝에 승낙 받은 사나이
내가 당신의 영원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 주오. 이미 오늘의 편지를 보냈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녀에게 원할 때마다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소.
글ㆍ사진 서진
20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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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랭던에게

1869
버팔로, 뉴욕

친애하는 리비,
이미 오늘의 편지를 보냈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녀에게 원할 때마다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소. 나는 리비, 그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몇 줄을 덧붙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리비… 이슬이 꽃을 사랑하는 것과 같고, 새들이 햇살을 사랑하는 것과 같고, 물결이 바람을 사랑하는 것과 같고, 엄마가 첫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같고, 기억이 익숙한 얼굴을 사랑하는 것과 같고, 간절한 조수(tide)가 달을 사랑하는 것과 같고, 천사들이 마음속의 순결을 사랑하는 것과 같소… 나의 키스와 축복의 기도를 받아주오. 그리고 내가 당신의 영원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 주오.

샘.

추신- 이 편지를 여러 번 읽어보았으나 경솔하고 어리석은 데다 유치하기조차 하오, 내가 돌아왔을 때 이걸 쓰지 않고 잠이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오.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난 뒤에 절대로 없애지 말라고 했기에 그냥 보냅니다. 리비, 그냥 태워버려요. 나는 아주 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게 편지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단지 나는 예민한 편지를 쓰기에는 조증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 같소.


1869년 5월 12일

행복한 마음의 깊은 곳으로부터 거대한 사랑의 조수와 평생 동안 가지게 될 귀중한 보물에 대한 기도가 넘쳐납니다.
그대여, 당신은 무형의 물결이 당신을 향해 흘러올 때 그것을 볼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 몇 줄의 편지를 통해 당신은 듣게 될 겁니다.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처럼 말입니다.


작가소개

마크 트웨인이라고 더 잘 알려진 사무엘 랭혼 클레멘(samuel lenghorne clemen ,1835-1910)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여겨진다. 그는 미국문학의 고전 『톰 소여의 모험』과 후속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예리한 위트 때문에 사교엘리트 층과 일반대중들 모두 그에게 열광하였다.

마크 트웨인은 자유롭지만 부유한 집안 출신인 올리비아 랭던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들은 한해가 가기 전에 약혼했고, 1870년에 결혼했다. 그들의 사랑과 결혼 생활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45년 동안 지속 되었다.


본 글은 John C. Kirkland 의 위대한 남자들의 연애편지(Love Letters of Great Men) 의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은 해냄 출판사에 있으며 출판사의 양해를 구해 채널 예스에 싣습니다.


서진의 번역 후기

마크 트웨인의 편지를 번역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괴테나 카프카에 비해서는 말이죠) 하지만 두 번째 짧은 편지를 번역해 놓으니 심심하기 그지없어요. 그래서 원문을 적어 봅니다.

“Out of the depths of my happy heart wells a great tide of love and prayer for this priceless treasure that is confided to my life-long keeping.”

단 몇 줄로 자신의 사랑을 이토록 강렬하게 표현하는 작가라니, 역시 마크 트웨인답습니다. 올리비아 랭던의 오빠인 찰스 랭?과 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알게 되어 사진을 보고 사랑에 빠져버렸답니다.

몇 달 후 만찬에 초대되었는데, 만찬이 끝나고도 계속 있고 싶어서 일부러 마차에서 굴러 떨어졌다는군요. 덕택에 2주가량 그 집에 머물면서 프러포즈를 17번이나 했고 마침내 승낙을 얻었다고 합니다. 역시, 사랑에는 그의 소설에서처럼 재치가 필요한 법이군요.

최근 미국에서는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평생 동안 그는 자서전을 쓸 요량으로 방대한 자료를 남겼는데,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자료는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로 남겨졌는데, 그의 작품세계와 복잡한 내면을 잘 보여준다고 하니 국내에도 번역되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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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마크 트웨인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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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1.08

편지 마지막 말이 웃겼어요. 소설만큼이나 유머감각이 있었던 분이군요. 로맨틱하기도 했고요. 45년 동안 행복한 결혼 생활했다니 부럽네요. 사진을 보고 반한데가 같이 있던 시기도 그리 길지 않았는데도 프로포즈 17번에 결혼 승낙받고 별 파란없이 같이 살고. 운명의 상대라는 거 정말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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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1.09.27

마크 트웨인은 자신의 작품과 정반대로 호화롭게 살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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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

2011.02.09

자기가 죽은 뒤 100년 이후에나 자서전을 출판하길 유언으로 남겼던, 그 굉장한 자서전이 작년에 나와서 더 야단이었다죠? 그렇다면, 지금 팔리고 있는 자서전은 역시 편집본이었군요. 작가의 사생활은 작품보다 더 궁금한 게 사실이죠.
17번의 프러포즈라니... 아마 옛날 여자들은 저 정도 거부는 기본 매너이지 않았을까 예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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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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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

본명은 새뮤얼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이다. 미주리주에서 가난한 개척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4세 때 가족을 따라 미시시피 강가의 해니벌로 이사왔으며, 12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후 인쇄소의 견습공이 되어 일을 배우고, 각지를 전전하였다. 1857년 미시시피강의 수로안내인이 되었는데, 해니벌로 이사한 뒤부터 이 시기까지의 생활과 경험은 후일 작가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필명인 마크 트웨인은 강의 뱃사람 용어로 안전수역을 나타내는 '두 길'(한 길은 6피트)을 뜻한다.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져 수로안내인 일자리를 잃고 남군에 들어갔으나 2주일 만에 빠져 나와, 관리로서 네바다주로 부임하는 형 오라이언이 권하는 대로 서부행 마차여행에 동행했다. 그 후 광산기사와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만담과 만문(漫文)의 명수 아테머스 워드를 알게 되었고, 또 작가인 F.B.하트와도 사귀었다. 처녀 단편집 『캘리베러스군(郡)의 명물 뛰어오르는 개구리 The Celebrated Jumping Frog of Calaveras County』를 1867년에 출판하게 되고, 야성적이며 대범한 유머로 명성을 얻었다. 또한 유럽과 성지를 도는 관광여행단에 참가하여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하였다가, 귀국한 후에 다시 정리하여 『철부지의 해외 여행기 The Innocents Abroad』(1869)를 출판하였다. 이 책에서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서 그는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것을 모른다고 해서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마크 트웨인은 다른 어떤 미국 작가보다도 적극적으로 문학의 힘을 발견했고, 미국적 장면과 모국어의 가능성을 발견한 작가이다. 헤밍웨이 "모든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웨인이 성공적으로 미국 생활을 포착해 낸 것은 그의 경력과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남북전쟁 전 미국의 건립 시기에 중부에서 태어난 트웨인은 현대식 국가의 형성기에 살았으며, 서부 개척지의 관습뿐만 아니라 복잡한 동부의 거실이나 회의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미국 및 세계 문학에서 대작으로 손꼽히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사회부적응자인 허크가 도망 중인 노예 짐과 함께 뗏목을 타면서 시작된다. 이 모험은 인종과 미국의 비극적 결함이라는 핵심 문제와 관련된 트웨인의 사회 풍자를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그들의 항해가 허크에게는 일종의 통과의례가 된다. 따라서 짐의 인간성을 대변하며, 또 위엄성 및 자유에 대한 주장을 대신하여 지옥에 가려는 허크의 결정은 그들의 모험을 심화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진정한 미국 신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톰소여의 모험 The Adventures of Tom Sawyer』(1876) 『미시시피강의 생활 Life on the Mississippi』(1883) 등의 걸작을 썼으며, 특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1884)은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아의 정신과 변경인(邊境人)의 혼(魂)을 노래한 미국적인 일대 서사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서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 『왕자와 거지』, 『불가사의한 이방인』 등은 중세 봉건주의 시대의 유럽을 무대로 하는 통렬한 사회 풍자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