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음악 여정의 시작점 -
1993년 대학가요제를 통해 이름을 알렸던 ‘전람회’의 김동률은 변해가는 세월에 따라 새로운 음악의 방향을 모색해야 했다.
글ㆍ사진 이즘
20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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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kimdongryul.com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가수 김동률이 새 앨범 < kimdongrYULE >를 발표했습니다. 2008년 < Monologue > 이후 4년 만에 발표하는 작품인데요. 크리스마스 앨범이라고 합니다. 이번 주는 김동률의 첫 솔로 음반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를 소개합니다.


김동률 (1998)

년 대학가요제를 통해 이름을 알렸던 ‘전람회’의 김동률은 변해가는 세월에 따라 새로운 음악의 방향을 모색해야 했다. 대학생의 아마추어적 감성에 호소했던 전람회는 20대 초반 젊음이 겪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단상을 대변해주는 그룹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땅의 대학생이 아닌 그들의 해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히려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전람회라는 이름으로 계속 진행시킨다면, 그들에게서 대학 신입생의 풋풋한 느낌을 원하는 대중들에 대한 배신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1993 이러한 상황에서 전람회를 졸업하고 난 김동률은 솔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이전에 ‘패닉’의 이적과의 프로젝트 ‘카니발’로 한 번 더 홀로서기를 지연시킨다. 그에게 있어서 2인 체제에 대한 친화감은 그만큼 각별했던 것이기도 하겠지만, 더 이상 ‘전람회의 김동률’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 또한 컸으리라 짐작한다. 그러한 고심의 흔적은 바로 1998년 첫 솔로 앨범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는 김동률이 앞으로 그만의 음악세계를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해 준 앨범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담감과 혼자라는 외로움은 상당부분 정제된 음악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의 모색은 그것을 또한 다채롭게 만들었다. 자칫 오버로 느껴졌을지도 모르는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사운드의 실험(「시작」, 「Cosmos」), 6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대작(大作)을 만들고자 했던 노력(「동반자」)도 그의 내적 정화장치로 인해 넘치지 않을 수위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앨범에서 가장 높이 떠오른 곡 「배려」가 말해주듯 기본적으로 그의 음악은 발라드라는 바탕 위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배려」가 가슴 아픈 마이너 곡이라면 「시작」은 오케스트레이션의 장중함이 멜로디마저 ?배하는 스트링의 반란이며, 이소은과 함께 한 「기적」은 듀엣 곡의 전설 「그대 안의 블루」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대중적인 노래다. 또한 「잠시」는 이후 자신의 유학을 염두에 둔 것 같은 가사로 공감대를 불러일으켰으며, 「고독한 항해」의 경우 홀로 음악의 바다에서 키를 잡아야 하는 심정을 오롯이 표출하여 그의 솔직한 현재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이 발라드의 기반 위에서 서동욱과 이적의 목소리가 들어간 유일한 팝 「내 오랜 친구들」로 기존 팬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었고, 클래식적 고풍스러움을 가미하기도 했으며(「그림자」), 뉴에이지의 광활한 소리샘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Cosmos」). 7번 트랙 「걱정」을 통해 전람회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던 재즈의 색체 또한 잊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그는 전람회가 가진 감성 코드뿐만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법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음악에 대한 그의 학구열은 버클리에서 영화 음악을 전공하며 채워지게 된다. 그러나 이후의 행적은 너무 지식에 매달린 탓에 실험만 있고 결과는 없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특히 유학 후 낸 첫 앨범인 2집 < 희망(希望) >이 그 단적인 예. 이 음반은 너무 유학파의 색체가 짙게 드러난 탓에 ‘김동률’이라는 이름이 주는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 희망(希望) >의 실패는 이후 3집 < 귀향(歸鄕) >에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라는 대중적 발라드로 만회되지만 기본적인 틀은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김동률이 가진 이성과 감성의 조화는 솔로 처녀작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에서 가장 빛을 발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4집까지 제작된 김동률 앨범 구성의 틀을 보면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가 전형이 되고 있다. 마치 소설의 기승전결 구조처럼 타이틀곡으로 대표되는 노래는 2, 3번 트랙에, 국악 혹은 클래식과의 퓨전이나 프로그래밍의 시도는 중후반에, 마지막은 영화의 결말처럼 장대한 음악으로 마무리 된다. 단적인 예로 각 앨범의 싱글로서의 성격은 타이틀이 갖고 있으나, 정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곡은「동반자」부터 시작하여 < 희망(希望) >의 「희망」, < 귀향(歸鄕) >의 「귀향」, < 토로 >의 「고별」 등 끝에서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김동률 특유의 가사체라고 불리는 ‘하오’체가 쓰인 것도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가 그 시작이다. 「그림자」와 「동반자」에서 고전적인 느낌의 ‘하오’체를 사용해 김동률의 진중한 목소리와 클래시컬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가사를 만들어냈다. 이는 전람회나 카니발 시절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며, 설혹 그 당시에 쓰였다면 오히려 반감을 일으켰을 법 했을 것이다. 이 형태는 이후 3집의 「낙엽」과 「Requiem」, 4집의 「잔향」, 「청원」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는 솔로 김동률 음악 여정의 시발점이자 이후의 작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근원의 샘’이다. 이 앨범이 1998년 당시 많은 음악 관계자들에게 올해의 앨범으로 손꼽힌 것도 그 원천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 The Shadow Of Forgetfulness >는 김동률 자신에게도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듣는 팬의 입장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앨범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글 / 신혜림(snow-forget@hanmail.net)

#김동률 #The Shadow Of Forgetfulness #배려 #동반자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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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전

2011.12.12

김동률하면 90년대 초반부터 아련한 노래들을 많이 불렀죠. 밝음을 선사한다기보다 뭔가 멜랑꼬리한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곡들이라 개인적으로 봅니다.
그냥 한 해의 어떤 날은 막 김동률의 노래들이 이유없이 생각나고 불러보고 싶고 그리운 시간들이 있지요. 요즘 한창 회자되는 치명적 매력을 김동률의 음악세계는 가지고 있다봅니다. 노래방에서 많이 불렀던 기억들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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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1.12.06

결혼식장에 가면 축가로 자주 부르던 노래 감사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열 때가 있습니다. 뜻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 음악은 위로제가 됩니다. 음반을 몇 장씩 사서 듣는데 김동률 씨의 감미로운 리듬을 좋아하면서도 CD 한 장 마련하지 않은 점을 반성하고 새롭게 음악을 선물해야겠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노래말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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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1.12.05

마력의 목소리 2011년 끝자락에서 당신의 부르는 멜도디에 퍼덕입니다. 가사한줄 한줄 손으로 꾹꾹 눌러 쓴것 같아요. 낱곡들만 발표되고 팔려도 당신의 곡만은 한장의 앨범에 남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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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