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돈을 많이 벌면 A급 용역 깡패를 사서 마음 편하게 시위하고 싶어요"
"가난이란 불행이라기보다는 불편한 것인데, 우리 인생에 조금의 불편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불과 50, 60년 전만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다 부자입니다. 아무도 안 가난해요."
글ㆍ사진 김정희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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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진은 1997년 규율만 강조하는 학교당국에 반발하여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관두고, 이태 뒤 1999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진학한다. 이러한 김현진의 “다른” 선택은 그 자체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 씨네21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에게서 칼럼 연재 청탁을 받게 된다. 그는 한겨레신문을 택했고, 그렇게 연재한 글을 모아 “씨네키드 현진이가 본 컬트무비 같은 세상”이라는 부제의 『네 멋대로 해라』라는 책을 1999년 출간한다. 공교육 공간에서 부대끼는 아이들 중 한 사람으로 아프게 혹은 당차게 살아낸 그의 경험을 잘 담아낸 이 책은 당시 큰 주목을 받아, 그 책에 대한 인쇄로 영상원도 졸업하고, 생활비도 할 수 있었다. 그 책은 지금까지 여전히 팔리고 총 20쇄를 찍었다 한다.

 

 당찬 여자애에서 이제 서른 살 여인이 된 김현진은 밝다. 작년 12월 출간한 『뜨겁게 안녕』에서 담담히 적었듯이 그는 남창동, 옥수동 등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된 곳에서만 살아야 했다. 가난해서다. 도시의 남루한 거리에서 이주 노동자, 윤락 여성, 노숙인, 담배 피우는 청소년, 살인이라도 날만큼 싸우는 남녀를 이웃으로 두고, 진짜 돈이 없어서 굶어야 하는 그 상황에 마음까지 가난해지는 것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끄덕일 만큼 당연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도 않았고, 가난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비굴하게 굴지도 않는다.  환하게 웃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헤아리고 돕는다. 그가 쓰는 글은 참으로 다행스럽게 주인을 많이 닮아 밝고 유쾌한 문장 속에 삶의 부조리함, 비통함, 짜증과 분노가 그려져 있다. 우리의 언니 김현진은 밝고 당차지만, 그가 살아왔던 30년 동안의 삶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서러움, 여자라서, 학생이라서 받아야 했던 무시, 돈이 없어 참 불편하고 짜증나는 상황들이 녹아 있기 때문에. 이 어여쁜 김현진은 오늘도 125cc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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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겸 칼럼니스트 김현진.『뜨겁게 안녕』에서 언급된, 그가 자주 가는 술집 16mm에서 그와 만났다. 

          

 

고종석


 저널리스트 고종석 씨로부터 “나이 차가 이만큼 크지 않았다면, 질투심 때문에 글을 읽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편애를 받고 계시는 걸로 유명합니다. 또 실제로 고종석 씨께서 작가 님을 양딸로 삼으시기도 했구요. 두 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아버지는 저 말고도 몇 명의 수양 딸과 아들들이 계신답니다. 그러나 제가 먼저 입양한 언니도 파양하라며 난리를 피우고 훌륭한 청년들만 보면 탐을 내시기 바람에 제가 “아버지는 정조가 너무 없다”며 늘 항의하고는 있습니다만, 젊은 벗들을 가까이 하려는 고종석 아버지의 젊은 마음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저지하려는 저의 시도는 무색해진답니다. 사실은 이 부녀관계는 술로 맺은 관계겠지요. 정확히 말한다면 알코올 중독자 간의 교감 이랄까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술주정뱅이 부녀 같다고 할까. 술에서 깨면 부끄러워지고, 부끄러워지면 또 술을 마시고…….. 그런 부끄러움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고종석 선생님께서 육체의 DNA는 달라도 문화적 DNA는 같다고 말씀하시겠지요.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뜨겁게 안녕』을 보면 이십 대에 뜨거운 피 때문에, 낮에도 밤에도 계속 술을 마시며 술에 취한 채로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사실입니까? 김현진 작가님에게 술은 무엇입니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적, 나의 원수, 나의 재난, 내 영혼, 나의 심장... 언젠가 나를 죽일 사랑.

 

가난

 

작가 님에 대해서 얘기할 때 “가난”은 빠지지 않는 단어입니다. 가난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그게 언제부터 꼭 그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올까 생각해 보면, 성격이 뭔가 대담한 데가 있어서 그러는데 보통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주눅 들고 침울하다’, 그런 사회적 오해가 있고 또 자본주의가 그렇게 조장을 하지요. 못 가진 놈들은 찍 소리 하지 말고 살라고. 저도 뭐 사생활 노출증이 있는 게 아니니까 못 가진 이야기나 이웃들 이야기를 쓰는 게 그다지 즐겁지는 않지만, 저와 비슷하거나 못 한 형편의 친구들이 돈 없어도 뭐 차 끌거나 샴페인 마시고 오페라 못 봐도, 스쿠터 타고 다니면서 김치에 막걸리 먹고 언론사 시사회 가고 공공도서관에 발품 팔고 다니면서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런 희망을 주고 같이 힘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수식어가 워낙 많이 따라붙지 않나 싶습니다.

 

 가난이란 불행이라기보다는 불편한 것인데, 우리 인생에 조금의 불편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불과 50, 60년 전만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다 부자입니다. 아무도 안 가난해요. 전후에 아무것도 없던 폐허에서 우리 모두 이렇게 문명을 누리고 살고 있는데 지금 정말 소외된 계층은 물론 있지만, 그런 옛날 기준으로 볼 때 상대적 가난과 상대적 상실감을 느끼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가난은 진짜 가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식 키우고 교육시켜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홀몸인 저와 또 다르겠지요. 저야 저랑 어머니만 어떻게 하면 되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가난이라는 말은 약간 잘못 쓰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대적 가난이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매일 각오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매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소비자본주의의 폐해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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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김현진          우: 저널리스트 고종석

 

나눔과 연대

 

작가님이 가난하신데, 인세의 절반을 이웃과 나누고 계십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인세는 원래 10프로를 기부하다가 책이 안 팔리니까 너무 낯이 안 나서 절반으로 올렸습니다. 누가 김현진이 아직 돈 맛을 못 봐서 그런다고도 하던데(^^) 그 돈은 원래 제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간단하고, 제 첫 번째 책을 독자들이 많이 사랑해 주셔서 고학생활을 잘 해 냈으니 사회에 뭔가 돌려 드려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못 하고 있지만 100퍼센트 기부를 할 수 있는 입장이 되고 싶습니다.

 

연애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를 내시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연애를 하시는 듯 합니다. 연애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뭐 문란하다, 자유롭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고 일반적인 한국 또래 여자들보다는 연애 경험이 많은 것도 있고, 찍은 남자랑은 잘 되는 편인데 제가 육식동물 계통이라 그런지 그 집단에서 가장 수줍고 가장 얌전하고, 그런 개체를 내 걸로 안 만들면 못 견디는 체질이랄까^^ 는 농담이고요, 이리저리 재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생각하고 차분하고 착실하게 연애하는 체질이 아니라 그냥 좋으면 앞뒤 안 보는 타입이라 좀 부담스러운 타입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끝이 안 좋게 끝난 연애들을, 번번이, 믿었어요. 이번에는 진짜 사랑일 거라고, 이번에는 진짜 ‘그 사람’일 거라고, 남들이 별로라고 쯧쯧 혀를 차는 사람을 만나서 지옥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도 헤어지기 전까지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리기 전까지는 늘 믿었어요. 이 사람이다, 라고. 아직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욕심

 

작가로서의 명성에 대한 욕심, 더 나은 집에 살고 싶다는 욕심. 더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순수한 욕심이 있을 거 같습니다. 작가님의 욕심은 무엇인가요?

 

돈을 많이 벌면 A급 용역 깡패를 사서 이를테면 명동 마리 같은 곳에 마음 편하게 시위하러 가고 싶습니다 ^^ 장기농성 하시는 재능투쟁 같은 곳에도 좀 깔아드리고... ^^

 

희망

 

작가 님을 살게 만드는 희망은 무엇인가요?

 

사실 아직은 계속 방황하고 있습니다. 여자 나이 서른 하나면 충분히 어른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최근에도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자살까지 결심했을 때 제 책을 보고 많이 위로가 되어서 지금은 원하던 직업을 갖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는 독자 분의 메일을 받았을 때 내가 변변하지 못한 글씨 쓰는 재주로 과분한 복을 받았구나, 그렇게 세상에 돌려 드려야 한다, 돌려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가치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을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작가 님께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감수성이랄까 뭐 그런 게 일단 지는 편에 붙고 보는 것 같습니다 ^^ 돈보다는 내가 살아 있었다, 살아 있다, 그런 쪽에 마음이 먼저 가고, 성서에 나오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는, 이라는 예수님에 대한 예언처럼 상한 갈대를 세우고 등불에 기름을 보충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 방법은 아직까지 잘 찾지 못했습니다. 꼭 찾고 싶습니다.

 

취약점

 

고양이, 하루키, 술 등 작가 님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것이 있는지요. 이 아이들이 판단을 흐리게 하는 주범이기 때문에, 이것을 취약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술이 저의 가장 큰 사랑이자 가장 큰 원수이죠.

 

백치미 있는 남자에게도 상당히 약합니다.

 

모든 종류의 강아지에게 완전 무장해제가 됩니다. 요즘은 고양이파가 대세인 것 같은데, 저는 아무리 물려도 강아지가 너무 좋아요. 강아지들이 저를 친구 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개 주인분들이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저희 집에도 유기견이 한 때 여섯 마리 정도까지 보호하다가 지금은 12살 먹은 유기견을 소중한 가족으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떤 곳입니까.

 

집주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틀에 한 번 잔소리를 해서 미칠 것 같은 월셋방이죠.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지만,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뜨겁게 안녕 글 김현진 | 다산책방

『뜨겁게 안녕』은 이제 막 서른 이후의 삶에 접어든 저자가 써내려간 ‘서울살이’의 회고록이자 비망록이다. 여기에는 저자의 개인적 삶이 가장 뜨겁게, 그리고 가장 리얼하게 담겨 있지만,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소외된 거리와 시대의 풍경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철거촌과 비개발지역, 서울의 소외된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온 삶은 비속하고 하찮고 시시하고 애절한 기억들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정겹고 그립고 끝도 없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그 기억의 순간을 새겨놓은 곳들이 재개발의 삽질에 밀려 죄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김현진 #고종석 #뜨겁게 안녕
3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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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그나

2014.01.13

저와같은나이,비슷한생각!!!!치열하게살았던적이있나반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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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8509

2013.05.03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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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8509

2013.02.13

세상에 용역을 사서 시위를 하다니. 정말 멋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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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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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삶이 구차하고 남루할수록 농담은 힘이 세다고 믿는다. 줄곧 글 쓰는 삶을 살아왔고 계속 쓸 것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스스로를 도시빈민이라 부르는 그녀는 대구 출생에 목회자인 부친의 모든 희망에 어긋나게 성장하였고 기어코 말 안 듣다가 고등학교를 두 달 만에 퇴학에 준하는 자퇴를 감행하였다. 냉소와 분노와 우울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키는 연금술을 몸 속에 장착한 그녀가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용감히 박차고 나온 '불량소녀'로 세상에 알려진 지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그녀는 단편영화 [셧 앤 시 Shut And See](97년) 감독, 웹진 [네가넷](97년)의 최연소편집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최연소 합격 등의 화려한 타이틀을 가졌다. 영화 시나리오와 서사 창작을 공부했다. 그래서 한 시사주간지는 성공한 10대라는 제목으로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웠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자퇴생이라는 사실이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텔레비전의 관심도 남달랐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직시하면서 자기만의 삶을 꾸준히 살아왔다. 학교를 7년 만에 졸업, 간신히 영화 [언니가 간다]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으나 전국 18만 8000명으로 종결 후 좌절하였다. 먹고 살기위 해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 등 애써봤으나 여전히 도시빈민 겸 철거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통합과정 전문사에 진학했으나,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달마다 '신불자'가 될 위기에 처한 상태로 휴학 중인 그녀는 이러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다. MB 정권과 격렬히 불화했다. 기륭전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터에서 그 어떤 학교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한다. '최상의 연대는 입금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앞으로도 구체적 연대를 꿈꾸는 그녀는 강자에겐 얼음처럼 차갑게, 약자에겐 불처럼 뜨겁게 반응하며 거창하게 무슨 무슨 '주의자'로 불리기보다는 항상 지는 편에 붙는 '내 감정주의자'로 살아가겠노라고 강단 있게 말한다. 그녀를 주목받게 한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1999년)는 십대에 쓴 글들을 엮은 것으로, 글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소위 일류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책과는 사뭇 다르다. 이 책은 공교육 공간에서 부대끼는 아이들 중 한 사람으로 아프게 혹은 당차게 살아낸 저자의 경험이 그대로 담겨 있다.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무심코 "참 좋은 때야" 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좋은 시절만이 아닌, 제도와 체벌 혹은 또래 아이들에게 치이는 생활로 인해 아파하고 견디어내야 하는 따갑고 아픈 시절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남대문 시장의 미싱을 돌리는 외국인 노동자와 여인숙에서 일하는 여성을 자연스레 볼 수 있던 생활환경으로 일찍 '진실'에 노출된 아이가 십대 초반부터 사회문제와 '나'에 관하여 고민했던 생각을 담은 글들은 문화비평적인 성격을 띄기도 한다. 결국 자퇴를 선택했던 자신과 학교에 남은 아이들, 때로는 분노에 찬 음성으로, 때로는 깊은 슬픔을 간직한 눈으로 바라본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는 그런 그녀가 A급 연애는 못 하고 늘 B급 연애만 하는, 늘 지는 연애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이십 대 여성 동지들의 영혼에 바치는 위로와 동감의 노래이다. 유기견 네 마리를 데려다 기르는 그녀의 성품에서 잘 드러나듯 버림받고 약하고, 작고, 아픈 것들에 대한 애정과 연대 의식은 이 책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청소년 계간지 [풋]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매거진T], [씨네21], [독서평설], [시사IN] 이외에도 다수의 일간지와 월간지 등에 에세이를 기고했다. 『뜨겁게 안녕』, 『내가 죽고 싶다고 하자 삶이 농담을 시작했다』, 『육체탐구생활』, 『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등의 에세이와, 장편소설 『XX 같지만, 이건 사랑 이야기』, 김나리 작가와 공동 집필한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녹즙 배달원 강정민』 그 외 저서로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불량소녀백서』, 『질투하라 행동하라』,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동물애정생활』, 『새벽의 방문자들』(공저) 등이 있다. 독자에게 직접 글을 보내는 에세이 메일링 서비스 『월간 살려줘요 김현진』을 발행 중이다.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게임 시나리오, 영화 시나리오, 회사 홍보자료 등등 살기 위해 각종 글을 썼고 한때는 녹즙 배달원으로 일하다 업계의 생리를 약간 터득하고 알코올의존증을 거의 이겨냈다. 다음 20년도 계속,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