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곁에’ 내가 더 어울려” - <내 사랑 내 곁에> 김정민
“요즘 음악도 좋지만 예전 음악의 감성이, 또 가사나 멜로디 라인이 확실히 더 마음에 와 닿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90년대를 배경으로 많이 나오니까 저희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죠. 계속 아이돌만 나오면 재미없잖아요. 다양한 시대 음악이 공존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2012.11.23
작게
크게
공유
유독 어렵다는 창작 초연을 맡은 가수 김정민의 작품 자랑이 보통 아니다. 부담은 없는 걸까?
“제가 뮤지컬 배우였으면 부담감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지만 전문지식도 없이 시작해서 이런 게 어렵구나 하면서 느낀 거죠. 벌써 세 번째 작품까지 창작이 됐는데 이번엔 특히 음악 자체가 와 닿았고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것, 또 ‘내 사랑 내 곁에’라는 노래가 나온다는 점 때문에 하게 됐죠.”
김정민이 맡은 배역은 젊은 시절 우물 쭈물대다 놓쳐버린 사랑을 20년 후에 다시 만나는 사진작가 세용.
“세용이 장난기 있는 걸 보면 저와 비슷한 부분도 있어요. 20대에 좋아하는 친구에게 말을 못하다가 다른 남자, 그것도 친구 녀석에게 보내죠. 그러다가 20년 후에 다시 만나는데 저는 잘 나가는 사진작가가 되어 있고, 그 친구는 이혼한 채로 다시 만나요. 극 중 저희 커플의 사랑은 슬프지만 소소한 재미도 있어요. 저의 개그 코드도 보실 수 있고요.”
김정민의 개그코드, 잠시 후 공개한다. 우선 작품 얘기 좀 더 하자.
그나저나 담담한 표정으로 과장된 농담을 던지는 게 혹시 김정민식 개그코드?
이제 시작이다.
뭐 물론 요즘 노래, 연기, 춤 안 되는 연예인 별로 없다지만 뮤지컬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된 김정민에게 춤…무리 아닐까?
“노래건 연기건 뮤지컬이건 할 때마다 달라서 다 어려워요. 다만 김정민에게 음악은 좀 익숙하죠. 연기는 계속 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대중이 기억하는 역은 없지만 드라마도 열 편 넘게 했거든요. 그리고 뮤지컬에선 춤이 좀 걱정이었는데 이번에도 8, 90년대 짝꿍이 췄던 것 같은 군무가 있어요. 눈으로는 따라가겠는데 0.00008초 꼭 늦어요. 웨이브도 잘 안되고요. 그럼에도 동료들이 습득력이 뛰어나대요. 주변에서 체질인 것 같다며, 재발견이라며 칭찬을 해주고 있어요. (현장에 있던 스탭과 기자 포함 일동 웃음)”
파악했다, 그의 개그 코드.
뮤지컬 <원효>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배해선과 베테랑 홍지민이 김정민의 상대역, 두 사람 모두 완연히 다른 매력을 지닌 데다 카리스마도 넘친다.
“배해선 씨는 뮤지컬 원효에서 호흡을 맞춰봐서 편안하고 익숙해요. 그리고 연습하면서 홍지민씨와도 호흡을 맞추다 보니 편하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 저희 팀에서는 저만 잘하면 되는 것 같아요. 제일 문제는 저라는 거.”
참, <원효>에 이어 이번에도 키스신이 있다는데?
“아직은 제가 부족한 게 많으니까 두 분이 리드를 해주세요. 서로 좀 편해야 스킨십도 자연스러워지는데 제가 오빠니까 먼저 마음을 열었죠. 두 분도 워낙 성격이 좋아서 편하게 하고 있어요. 공연 때는 제가 이끌어야죠.”
가수 김정민이야말로 90년대 빛나는 아이콘이었다.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 ‘슬픈 언약식’ 등 그만의 힘 있고 허스키한 보이스, 쭈뼛쭈뼛 세운 머리, 가죽 자켓은 그만의 상징.
“1994년에 정식 데뷔했으니까 ‘응답하라 1997’ 배경은 진짜 제 시절이었죠.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이 5주 연속 1위를 한 뒤에 제 슬픈 언약식이 1위를 차지했으니까요. H.O.T. 친구들이 인사할 때는 ‘애기들이 왜 이렇게 치고 올라 오냐’ 싶었거든요.”
아무래도 다른 바닥이었을 법하지만 당시 오태호와의 인연은 있었을까?
“친구의 친구였고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어요. 당시 김정민 노래가 더 인기 있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은 슬며시 들죠. 저 상 받은 트로피도 100개가 넘어요. 나중에 호두나 깨먹으려고요. (또 일동 웃음)”
이런 코드였다, 그의 개그.
지면으로는 잘 살지 않는…
(웃음을 참고) 인터뷰 내내 가장 묻고 싶던 질문 타이밍.
오태호 자작곡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면 어울릴 것 같은 가수로 김정민을 꼽는 이들이 있다. 이번에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쵸? 제가 어울리죠? 그런데 제가 안 불러요, 아쉽게. 딱 김정민 스타일인데 말이죠. 사실 제가 김현식 형님 때문에 가수가 됐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은 무조건 들어와서 ‘내 사랑 내 곁에’를 불러야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놉시스만 보고 계약한 뒤에 대본을 본 거죠. 아, 다른 커플이 부르더라고요. 할 수 없죠, 뭐. 무대 뒤에서 부르려고요. 아니면 앙코르 끝나고 몰래 나와서 한 번 부르던가.”
이쯤 되니 내내 비실비실 웃음을 부르는 김정민의 개그코드가 뮤지컬에서 어떻게 표현될까, 잘 먹힐까 몹시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드라마, 영화, 홍대 추억의 회식장소로도 자리 잡은 90년대 문화, 왜 지금 트렌드가 됐을까?
“요즘 음악도 좋지만 예전 음악의 감성이, 또 가사나 멜로디 라인이 확실히 더 마음에 와 닿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90년대를 배경으로 많이 나오니까 저희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죠. 계속 아이돌만 나오면 재미없잖아요. 다양한 시대 음악이 공존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주도적으로 대중문화를 생산해내는 사람들의 문화코드까지 묻어 90년대 문화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에 그치지 않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90년대 가장 빛났던 김정민 역시 (그의 개그코드를 살려) ‘그 시대 유명’ 가수로서만이 아닌 ‘이 시대 유명’ 뮤지컬 배우로 다시 한 번 반짝여주길.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8개의 댓글
필자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그래서 오늘도 수다 떨러 간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
did826
2013.02.18
치즈
2012.11.27
Joonghee0412
2012.11.2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