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독서는 드라마 시청이나 음악 감상보다 힘이 많이 드는 행위다. 상대적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게 수동적이라면 독서는 보다 능동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대부분에게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활동에 비해 활자를 읽는 활동이 더 집중을 요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직장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이 14.8권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독서에도 힘이 많이 들지만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기는 일은 더 어렵다. 후기를 쓰는 것은 독서보다 한 차원 더 능동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6년 동안 매주 1편 이상 카툰 서평을 쓴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일까. 필명 뚜루. 뚜루는 채널예스에 ‘뚜루와 함께 고고씽’이라는 코너에 자신의 독서 후기를 카툰으로 연재했다.
최근 그녀가 그린 카툰이 『카페에서 책 읽기』라는 책으로 나왔다. 출판계에는 다양한 독서가로 활동하고 있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 씨, 감성적인 문체의 소유자이자 CBS 라디오 PD인 정혜윤 씨, 청춘 독서가 김애리 씨, 다독이 아니라 정독을 강조하는 광고 전문가 박웅현 씨가 그들이다. 이들의 무기가 글이라면 뚜루는 카툰으로 책을 소개한다. 『카페에서 책 읽기』는 카툰 서평이라는 점에서 특이한 책이다. 활자가 아니라 그림이다 보니, 독자가 읽기에는 부담도 덜하고 재미있다.
이미 채널예스에 연재한 내용이기에, 책으로 출간하기가 쉬웠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평범한 원고라면 키보드로 수정하면 끝이지만, 카툰은 이미지를 다시 그려야 한다. 책에 넣을 카툰을 고르는 작업도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절판이나 품절된 작품은 뺐고, 뚜루가 좋아했더라도 인지도가 낮은 소설은 제외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베스트 컬렉션 39. 이중에서도 뚜루는 장은진, 천명관, 줄리언 반스의 작품에 특히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정말 책을 많이 읽는다. 1년에 어느 정도 책을 읽나. 신간 소식은 어디에서 접하는지.
100권 정도? 권수를 세어가며 읽지 않아서 정확한 수량은 모르겠다. 초반에는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신간도 있었다. 그렇게 받다 보니, 부담 되더라. 꼭 해야 하는 숙제 같은 느낌. 받아도 한 두 번 안 하다 보니, 끊겼다. 신간 소식은 이웃 블로거가 쓴 리뷰에서 확인한다. 주로 예스24 블로거다. 오프라인에서의 내 친구들은 책을 거의 안 읽는다. (웃음) 도서관에도 자주 간다. 현실적으로 보고 싶은 책을 모두 살 수는 없으니, 도서관에 매입 신청해서 한꺼번에 본다. 좋아하는 작가 책은 산다.
채널예스에는 어떤 계기로 연재하게 됐나. 6년 연재하면서 마감을 지켰다. 비결이 있는가.
블로그 축제 1회 때 대상을 받았다. 그 후로 예스24로부터 웹툰 연재 제안이 왔다. 마감 지키는 비결은 간단하다. 재미있으니까. 재미 없다면 어떻게 6년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한편으로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 중에는 1주일에 3편이나 4편 리뷰 쓰는 블로거도 있다. 그런 사람에 비한다면 내가 대단하지는 않다. 글보다 이미지가 더 간단하게 나올 수 있다. 다만, 떠오르는 이미지가 안 나오면 그리기가 매우 어렵다. 어떤 책은 하루만에 읽어도 몇 주일 동안 결과물이 안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가.
다른 책을 읽는다.
그림을 배운 적이 있나.
공예과를 졸업했다. 20대 초반까지 그림에 몰입하다 20대 중후반까지는 직장인 모드라 그림과 멀어졌다. 다시 그림에 재미를 붙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본인을 노출하는 걸 꺼려 한다.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이 인터뷰가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였으면 한다. (웃음) 나보다는 캐릭터가 부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캐릭터가 아니라 캐릭터를 그리는 작가가 알려지면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 뚜루를 인터넷에 존재하는 나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일상의 나보다는 뚜루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
뚜루는 무슨 뜻인가.
집에서 부르는 애칭이다. 특별한 뜻은 없다. 지인 중에서는 불어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더라. 채널예스에서 연재하기 이전에 뚜루가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덜 정돈된 모습이었다. 연재를 시작하고 좀 더 귀엽게 보이도록 동글동글하게 그렸다. 귀인지 머리인지 모호한 모양인데, 귀에 가깝기는 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도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뚜루의 카툰 서평을 보면, 대부분 호평 위주다. 혹시 좀 더 독하게 그릴 생각은 없나.
그러고 싶긴 한데 어렵다. 책을 낸 입장에서 독해질 수 없더라. 작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만든 책이지 않나. 여기에 대놓고, ‘이따위밖에 못 쓰니, 나무가 아까워.’, 이렇게 말하면 상처 받겠더라. 친구들과 개인적인 자리에서 뒷담화를 하긴 하지만 공개적으는 악평 카툰을 그릴 생각은 없다. 나는 책을 추천하는 입장에서 카툰을 그린다. 그리고 다른 블로거도 그렇지 않나. 나 이 책 정말 별로야, 라고 생각하고 말지 그 내용을 굳이 리뷰로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신 건강에도 안 좋다.
카툰에 밝혔지만, 책을 읽지 않다가 어느 순간부터 많이 읽었다.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 많이 읽었다. 중학교 때까지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놓았다. 20대 중반까지 책을 거의 안 읽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무료하더라. 놀러가는 것도 한 두 번이고. 스트레스도 쌓이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책을 읽었다. 스트레스 풀려고 술 마시는 것보다 책 읽는 게 훨씬 낫다. 대학 때 나도 많이 마셨다. 술도 안 마시면 주량이 준다. 20대 초반까지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 그 이후에는 책으로 풀었다. 술 한 번 마시면 2만 원에서 3만 원 아닌가. 몸도 못 견디고. 독서가 스트레스 풀기에는 가장 싸게 먹히고 안전한 방법이다.
부산에 살고 있다. 다른 문화 산업도 그렇지만, 출판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부산에서 작업하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출판사 분들이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내고 보니 지역적인 거리감이 느껴지긴 하더라. 인터뷰라든지, 독자와 만남, 출판 기념회 등이 서울 쪽으로 편중되었으니까. 그 외에는 만족한다. 부산에서의 작품 활동은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고 신나게 걷는 기분이다.
출판 쪽에 많은 사람이 활동한다. 서점, 출판사, 작가. 이 많은 사람 중에서 뚜루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책 추천하는 사람.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등,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낼 자신은 없다. 보는 눈은 있지만 쓸 줄은 모른다. 다만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능력은 어느 정도 길렀다. 내가 알고 있는 좋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면서 보람도 느낀다. 요즘 책이 정말 많이 나오지 않는가. 채널예스 댓글에서 ‘뚜루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됐다.’는 내용을 보면 뿌듯하다.
차기작 계획은?
늘 계획은 있다. 이 책이 많이 팔리면 뚜루 카툰을 다른 책으로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뚜루 카툰 외에 그림책 작업도 해보고 싶다.
- 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 저 | 나무발전소
어느 날 책이라는 신세계에 사로잡혀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머릿속 상상의 세계를 카툰에 담아 서평을 올리다가 책 읽기의 고수가 된 뚜루! 그림이라는 시각적 효과의 장점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현저하게 미흡한 글발(?) 때문에 카툰 서평을 시작한 그가 6년여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채널예스 ‘뚜루와 함께 고고씽’에 올렸던 최고의 서평만을 골라 묶은 책이다.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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