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 “세종대왕은 가장 어려웠던 인물이자 존경하는 왕”
만화가 박시백이 2003년 7월부터 출간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권을 완간했다. 준비부터 완간에 이르기까지 13년 세월이 걸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실록을 원전으로 정사를 복원한 대하역사만화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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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서울 마포구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정사를 바탕으로 조선 역사를 만화로 재현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2003년 『조조록』 1권 ‘개국’을 시작으로 10년을 맞은 올해 7월, 20권 ‘망국’ 편으로 긴 대장정을 끝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시백은 “완간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소감은 우리 선조들이 정말 위대하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조선왕조 정치사를 만화로 쉽게 옮겨보자는 목표로 시작했는데, 작업과정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역사와는 다른 경우가 많았다. 정통 사극이나 유명한 역사서에도 실록과 야사가 충돌되는 부분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시백은 “10권까지는 재미를 더 추구했다면 그 후에는 역사서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 후반부에서는 글만 많고 재미가 없다는 지적도 받았는데, 실록 자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실록을 작업하면서 조선왕조 특유의 기록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누가 기록을 했건, 왕이 당대에는 볼 수 없도록 했고 또 지금까지 잘 보관되어 있으니 선조들의 지혜나 노력을 범상치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일반인들이 실록 자체를 보면 어려울 수 있으나 역사만화로 작업한다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한겨레신문>에서 ‘박시백의 그림 세상’을 연재한 바 있는 박시백 화백은 신문사를 그만두고 13년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 몰두했다. 조선사 연구서들을 열독하며 당시 상황에 대한 고증을 통해 실록을 약 4,000장, 25,000컷에 담아냈다. 모든 컷의 그림을 한 줄로 세우면 어림잡아 7km에 달한다. 박시백 화백이 형상화한 인물은 모두 500여 명. 초상화가 없는 인물의 경우에는 실록에 묘사된 특징을 기본으로 인물의 말과 행동, 삶의 족적을 따라 상상해내 그림을 그렸다.

박시백 화백은 가장 작업하기 힘들었던 시대로 ‘세종 시대’를 꼽았다. 방대한 양과 더불어 전문적인 내용이 많았기 때문. 세종대왕은 조선 전기사에서 가장 익숙한 인물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정사가 다른 경우도 많았다. 박시백 화백은 “실록만을 놓고 본다면, 집협전 주도로 한글이 창제됐다고 볼 수 없다”며, “집현전을 대변했던 학자 최만리를 모르게 왕의 밀명을 받고 한글을 연구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실록에는 어느 날 갑자기 세종대왕이 한글 28자를 내놓은 것으로 되어있는데,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추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대왕은 가장 어려운 인물이었지만 저를 가장 사로잡은 왕이기도 합니다. 세종대왕은 하늘이 내린 인물이라는 느낌입니다.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고 일을 추진해가는 데 있어서도 유교적인 철학을 기본으로 하되 민주적인 리더십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왕입니다. 세종은 새로운 일을 구상할 때마다 신하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토론을 했는데, 신하들은 변화를 싫어했지만 세종은 어마어마한 추진력으로 새로운 일을 완결시켰습니다. 엄청난 일벌레인 데다가 추진력, 기획력까지 지닌 대단한 인물입니다.”


최근 출간된 10권 ‘선조실록’, 19권 ‘고종실록’과 20권 ‘망국’ 편도 집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선조실록과 고종실록은 일제강점기에 편찬됐다는 이유로 조선왕조실록에 포함되지 않았고, 왕조 운명이 쇄락하던 때였던 만큼 실록 자체도 부실했다. 박시백 화백은 이번에 펴낸 ‘망국’ 편에서 왕조의 멸망을 방조한 무능한 왕으로 여겨졌던 고종과 순종을 재평가했다.

한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뒷이야기는 오는 7월 29일부터 휴머니스트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다. 각 권당 2회씩 총 40회가 방송될 예정이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내년부터는 해외에서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접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릴 계획이다. 단순히 번역해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처럼 해외의 우수한 출판사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스스로 번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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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글,그림 | 휴머니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실록》을 원전으로 하여 정사(正史)를 복원한 대하역사만화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총 1,893권 888책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역사 기록으로 국보 151호이자,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기록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은 정치뿐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군사, 외교, 풍습 등 다방면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있어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시백 화백이 철저히 《실록》에 기록된 정사를 바탕으로 조선 역사를 만화로 재현하겠다고 결심한 후 13년 만에 마지막 권 20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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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휴머니스트
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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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연

2014.01.31

지금 10권까지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역사 관련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 중에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고려사나 삼국시대의 역사도 박시백 화백의 손으로 이렇게 복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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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le37

2013.09.11

정말 존경합니다. 박시백화백님. 그리고 이야기 쓰고 역사서도 틈틈이 연구하고... 대단하신분 같아요~ 저 지난번에 17권까지 세트구매 했는데요~ 나머지 3권도 마저 구매해서 완독하겠습니다. 그동안 작업하시느라 정말정말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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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리

2013.07.30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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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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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시사만화가. 1964년 제주도박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하면서 총학생회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996년 한겨레신문의 시사만화가로 데뷔했으며, 만평 〈한겨레 그림판〉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사 풍자를 보여줬다. 이듬해부터 연재한 〈박시백의 그림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 많은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그 외에도 〈말〉, 〈출판저널〉, 〈뉴스피플〉 등의 매체에 만평을 연재한 바 있다. 박시백의 연재만화는 네컷 만화나 한컷짜리 만평이 아닌, 시사 만화로서는 지면이 넓은 편인 페이지 만화이다. 한 이슈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희화화하거나 패러디를 하는 보통의 다른 만평들과 달리, 그의 만화는 사건의 전후관계 및 배경과 진행, 그리고 작가의 논평 등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줄거리 시사만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는 부드럽고 유연한 제시방식과 긴 호흡을 가진 '수필만화'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사만화로서의 본질적 임무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가 〈한겨레신문〉, 〈출판저널〉, 〈말〉, 〈뉴스피플〉 등에 연재했던 시사만화들은 『박시백의 그림 세상 -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2000년 《조선왕조실록》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이를 만화로 만드는 구상을 하고, 2001년에 그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두었다. 2003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첫 권이 출간되었고,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후 10년간 조선시대 사관의 심정으로 500년 역사를 20권의 책에 담아내 2013년 완간했다. 13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그해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 일제강점사를 다룬 《35년》(전 7권)을 내놓았다. 2022년 《박시백의 고려사》 첫 권을 출간하며 한반도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나라 고려의 500년 역사를 탁월한 서사와 독보적인 작화로 생동감 있게 되살려내는 데 전념했고, 2024년 전 5권으로 완간했다.